노후 불안, 돈 문제만이 아니다

노후의 정의를 다시 세우는 용기

by 피터

지난 글에서 ‘단타’와 ‘직접 투자’라는 불안의 굴레에서 벗어나 ‘장기’와 ‘간접’ 투자로의 전환을 이야기했습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불안의 시대에, 연금은 가장 중요한 장기 투자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재정 상담을 해오면서 저는 노후의 불안이 결코 연금이나 개인의 재테크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절감했습니다. 노후는 돈을 얼마나 모았는지보다, 그 돈으로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금융회사와 언론은 ‘노후 준비는 개인의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합니다. 마치 충분한 돈만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더 많은 금융 상품을 팔아 이익을 얻으려는 상업적 논리에 불과하며,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책임'이라는 허상: 시스템의 실패


제가 만났던 많은 은퇴자들은 평생을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했지만, 노후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국가의 공적 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금융권의 메시지에 휩쓸려, 주식과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입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좌절은 돈을 벌지 못한 실패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의무를 개인에게 전가당했다는 무력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의료비, 주거비, 돌봄 비용 등 노후에 필수적인 삶의 비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모아도 이 비용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후 준비를 오직 개인의 재테크 능력에만 맡기는 것은, 낡은 배 한 척으로 거친 폭풍우를 헤쳐나가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개개인의 노력을 헛되이 만드는 동시에, 금융회사와 투기 세력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의 병폐입니다.



노후 비용을 낮추는 사회서비스 확충


노후 불안의 근본적인 해법은 돈을 더 많이 모으는 것을 넘어, 노후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낮추는 것에 있습니다.



포괄적 의료보장 시스템 : 치솟는 의료비는 노후의 가장 큰 위협 요인 중 하나입니다. 개인이 모든 의료비를 감당하는 대신, 국가가 의료 시스템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고액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노후 준비의 가장 강력한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


공공 주거 서비스 :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모두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 주택을 확충하고, 주거 비용을 낮추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이는 노년층이 거주 불안정성 없이 삶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돌봄 공동체 활성화 : 노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돈보다 ‘돌봄’입니다. 정부는 요양원과 같은 시설 중심의 돌봄 서비스를 넘어, 지역사회에서 서로 돌보고 나눌 수 있는 돌봄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예산과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이는 돈이 줄 수 없는 정서적 안정과 소속감을 제공합니다.



노후의 정의를 다시 세우는 용기


노후는 이제 더 이상 은퇴 후 돈을 쓰는 시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삶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노후를 오직 '돈'의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우리는 결코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금융회사와 언론이 만든 노후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국가와 사회가 공동체의 삶을 책임지는 새로운 사회 계약을 요구해야 합니다. 노후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 노력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노후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연대와 공공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모두가 함께 투자하는 사회’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노후 불안을 극복하고, 우리 모두의 삶을 책임지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함께 상상해 보시죠.



[참고 자료]

금융감독원. (2023). 『퇴직연금제도 현황 및 성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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