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보다 더 급한 것은 청년의 학자금 부채 탕감이다.
미국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지난 4월 21일 학자금 부채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연소득 10만 달러 아래인 가구에 소속된 모든 이들의 학자금 부채액에서 5만 달러를 감면해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공약에 의하면 약 75% 이상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워런은 학자금 부채 탕감 공약뿐만 아니라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2년제와 4년제 무료 공립대학 신설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를 위해 5000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가구의 2%의 부유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학자금 부채 탕감과 관련한 공약은 워런 의원 외에도 카말라 해리스(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과 코리 부커(민주·뉴저지) 상원의원, 베토 오 로크 전 텍사스주 하원의원 등이 있다. 또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과 털 시 개 버드(공화·하와이) 하원의원의 교육 정책은 학자금 대출 상환액 감면보다는 대학 등록금 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처럼 학자금 부채 및 대학 등록금 등 고등교육 이슈가 미국 대선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국 학자금 부채는 약 15조 원
미국인의 학자금 부채액은 총 1조 4,600억 달러(1664조 원)로 미국 GDP(19조 4,000억 달러, 2017년 기준)의 7.5%에 달한다. 학자금에 따른 채무가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의 ‘위기(crisis)라고 부르며 여러 가지 대안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필자의 연구로 의하면 한국장학재단,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공제 등 학자금 부채의 잔액은 작년 말 기준 약 15조 원이다. 이는 GDP 1,782조 2,689억 원(2018년 기준)의 약 0.84%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 제도를 통해서 고등교육 비용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2012년부터 크게 확대된 장학금 제도로 학자금의 신규 대출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표 1>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장학금 규모
출처 : 한영섭, 내지 갑연 구소, 2019년
정부에서는 국가 장학금과 대출을 통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입구 정책을 통해 일정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이미 발생된 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표 2> 한국 고등교육 학자금 대출 현황
출처 : 한영섭, 내지 갑연 구소, 2019년
학자금 대출과 관련하여 각 지자체 별로 ‘학자금 이자’를 지원하거나, 신용유 의자 된 채무자를 회복하는 정책을 개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표 2>에서 보듯이 신규대출은 2010년 약 3조 7,479억 원에서 2018년 2조 2천억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대출 잔액은 2010년 8조 9천억 원에서 2014년 약 15조 3,000억 원을 기점으로 줄지 않고 크게 줄지 않고 있다.
학자금 부채라는 시한폭탄 돌리기
앞서 본 <표 1,2>를 보면 학자금 부채는 상환이 계속 유보되고 있다는 것을 할 수 있다. 상환을 지연시킬 수 있는 이유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의 경우 졸업 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발생되면 그때부터 상환의 의무가 생긴다. 그로 인해 유보가 가능한 구조이다. 그러나 몇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첫째 최근 몇 년 전부터 대학 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다. 한때 80% 까지 높았던 진학률이 작년 68%로 떨어졌다. 이는 한순간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둘째 인구분포 상 청소년 인구의 감소로 절대적인 학생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대학을 가는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이 처럼 학생 인구와 진학률이 감소가 됨에도 불구하고 학자금 부채 상환이 안 되고 유보되고 있는 것은 학자금 부채라는 ‘시한폭탄’이 유예라는 이름으로 음패·축소·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폭탄이 터지기 전 학자금 부채를 탕감하자!
줄지 않고 유예되고 있는 학자금 부채는 하루빨리 탕감되어야 한다. 그 이유로 첫째는 대학은 더 이상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선택이다. 과거 30년 전만 해도 대학은 특수한 계층이 갈 수 있는 특권이었다. 대학만 나와도 성공이 보장되는 사회였다. 이때는 대학은 확실한 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을 나와서 변별력이 없다. ‘In 서울’ 아니 ‘S.K.Y(서울대, 고대, 연대)’를 나오지 않는 이상 크게 차이가 없어졌다. 이제 일반적인 대학은 특수한 계측의 신분상 승도 구로 활용되지 않는다. 보편적인 교육복지로써 대학은 존재가치가 있다. 즉 누구나 재능에 따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차별 없이 배울 수 있는 권리로써 작동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인 교육 권리를 대학(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이런 기조로 본다면 대학 진학이라는 선택은 이제는 개인의 영달을 위한 투자의 목적이 아니라 국가의 교육복지로 사회가 선택하게 만든 것이라 볼 수 있다. 설령 개인의 영달이라는 목적으로 대학을 선택했다고 할지라도 대학교육으로 발생된 효용은 개인을 넘어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사회에 큰 효용을 가지고 오는 대학교육이라면 지금 쌓여 있는 학자금 부채의 상환의무는 개인만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옳다.
둘째, 남아있는 학자금 부채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에 쓰이는 예산이 약 50조 원에 달한다고 보도되고 있다. 앞서 추산한 학자금 부채 잔액 15조 원의 3배가 넘는 예산이다. 도시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있어야 도시를 재생할 수 있다. 도시재생에 쓰는 돈의 일부라도 청년층의 학자금 부채 탕감과 고등교육의 구조개선에 쓴다면 훨씬 더 비용 대비 효과가 갈 것이다. 국가예산을 배분함에 있어 우선순위가 있다.
셋째, 학자금 부채를 탕감하지 않고 이대로 방치한다면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소득과 일자리,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월세를 비롯한 삶의 비용, 청년에게 너무나 부족한 복지시스템. 이러한 상황에서 학자금 부채와 생활 부채가 삶의 중압감으로 작동된다면, 삶에 대한 활력을 떨어지고, 미래를 위한 도전보다 당장의 생존을 위한 단기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자유를 박탈당한 채 채무노예상태로 예속된 삶에 어떠한 희망도 남아있지 않는다.
학자금 부채를 탕감하자는 주장이 과격하다는 시각이 있다. 또한 ‘나는 열심히 상환을 했는데 억울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체계를 전복하자는 과격(?)한 주장이 아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뿐이다. 필자도 학자금 대출이 있었도 지금은 부채를 다 상환을 했다. 학자금 부채를 상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내가 학자금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사회가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 요구하자 최소한 학자금 부채를 탕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라 요구하자. 학자금 부채의 상환의무를 국가와 사회가 나눌 수 있도록 요구하자. 기업이 신입을 뽑지 않고, 경력직만 뽑고, 교육하지 않고 교육된 인력만 충원하려 드는 기업에게도 책임을 묻자. 내년 총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학자금 부채 탕감을 공약을 내걸 수 있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살펴보자, 아니 공약을 내 걸 수 있도록 요구하자. (끝)
한영섭, 빚쟁이 유니온 위원장,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