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첫째 날
이렇게 할거면 헤어저...
3년이 지나도록 우리집 살림살이는 나아지지가 않았다.
쌓여가는 쓰레기 냉장고엔 썩은 음식만 가득하다. 그래서 그런가 동거인과 관계도 썩어 들어가는 듯하다.
우리는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3년째 동거를 하고 있다. 법률적으로는 '사실혼'이라고 하나...
아무래도 이 친구랑 끝까지 갈듯 하다.
사실 그전엔 집안 살림을 신경쓰지 못해다. 아니 안했다. 어릴때 자라온 환경을 탓하자면 나도 가부장적인 집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아들로 자라났다. 나이가 40을 바로보고 있지만 할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이젠 조금 다르게 살아 보기로 했다.
'우리 다음 달 부터 살림을 나누워서 하자, 내가 한달 동안 장보고 요리하고 냉장고 정리할께, 나머지는 당신이 했으면 좋겠는데.'
'그래'
9월 1일 첫날 오늘은 공교롭게도 토요일이다. 주말...둘다 집에 있는 날이다. 이런 날이면 보통 시켜 먹었는데...
규칙적인 식습관을 가지고, 소비도 통제할겸 한달에 5만원으로 외식의 기준을 정했다.
그러데 어제...그 선을 넘었다. 몇일전 TV에서본 전어회가... 야식...아 이래서 안된다.. TV가 문제인지. 이놈의 식욕이 문제인지...시켜먹었다......ㅜㅜ 첫날이 되기 전날 부터 망했다.
점심에 뭐 먹지...
냉장고를 열어보니 정말 쓸 수 있는 식자재가 아무것도 없었다...맙소다...이게 현실이다. 가장 만만한 스파게티를 하기로 했다.
스파게티...어라 면도 없다... 그냥 가볍게 알리오올리오 스파게티를 하려고 했는데..정말 새롭게 시작해야하는 갑다...
몇가지 장을 보러 대형마트로 달려갔다. (참고로 우리집은 산꼭대기는 아니지만 가끔 등산객이 우리집 근처 까지 올라오면 숨을 헐떡 거릴 정도의 높이에 있다...)
파프리카가 제철음식인가 많이 팔았다. 낼름 두알만 구만..조개살도..맛나겠다. 화이트 와인도..파슬리.마늘..
저녁에 간편히 카레나..감자, 양파, 소고기...어라 5만원이 넘었다...맙소사 물가넘 비싸다.......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역시난 백종원이 아니였다. 2%부족....아니 한참 부족하다..
파프리카는 달고 상큼하네..
요리 POINT
*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 오일이 좋아야 맛있다. 소금간은 필수, 파스타 면은 조금 짭조름하게.
저녁엔 카레.
역사 카레는 실패하지 않는다. (감자, 소고시, 양사, 당근... 마지막 파슬리로 마무리) 이 정도면 완벽하다.
요리 POINT
* 카레 : 그냥 막 대충해도 기본은 나옴. 내용물(?) 부재료가 많으면 맛남. 아끼지 말자.
요리하고 설거지 하니 하루가 금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