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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영섭 Feb 04. 2020

강남 건물주 욕망이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를 만들었다

우리의 무책임한 재테크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강남 건물주 욕망이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를 만들었다

- 우리의 무책임한 재테크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라는 TV광고 카피가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광고는 2002년 모 카드 회사의 광고였다. 당시 정부가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흥하고자 신용카드 규제를 완화하였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규제완화에 힘입어 대규모 광고를 하였고, 거리에서도 대학생에게 신용카드 가입을 받는 등 무분별하게 신용카드 발급을 늘렸다. 그 결과 이듬해 일명 ‘카드대란’이란 이름으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신용카드 회사도 부도를 맞았다.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한 지금 어느새 카드대란이라는 사건은 우리의 머릿속에 잊혀지고, ‘부자 되세요’라는 말은 살아남아 우리의 흔한 덕담이 되었다.


부자 되기는 일상의 재테크(Financial Technology)로 내면화되고 신격화 되었다. 그 내면화된 가치관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것이 ‘건물주가 되는 꿈’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흔한 말로 ‘갓물주’라고 부른다. 이제 건물주는 모두의 열망이자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고 그 최고봉이 ‘강남 건물주가 되는 꿈‘이다. 황석영 작가도 ’강남몽‘을 통해 이야기한 바 있다. 이 꿈은 어느 평범한 초등학생의 꿈으로, 직장인의 꿈으로, 386세대의 꿈으로, 고위공직자의 꿈으로 사회 모든 곳에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강남몽‘은 사회와 국가의 경제성장 중심 이데올로기를 떠받치는 이념으로 작동하였다. 즉, 경제가 성장하면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한마디로 ’돈벌이 경제‘가 그간 개인과 사회를 지배해 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부자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 돈벌이, 경제성장 주의가 인류를 재앙으로 내몰고 있다.


호주 산불이 발생하기 전 캥거루 섬의 모습(왼쪽 사진)과 화재로 잿더미로 변한 캥거루 섬의 모습. [사진 트위터]

[출처: 중앙일보] 호주 산불 전·후 비교 사진, 아름다운 자연 이렇게 변했다


2019년 10월 시작 된 호주 산불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면적(1,000만 ha)을 넘어 1,200만 ha에 해당되는 면적을 태웠고, 사망자도 최소 30명, 코알라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10억 마리가 넘게 떼 죽임을 당했다. 재산피해만 해도 1,000억 달러(약 80조원)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주 산불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 발생했다. 지난해 호주의 평균 기온은 1910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높게 기록을 했고, 강수량은 19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러한 기후위기는 그간 경제성장 중심의 발전모델을 전 세계가 추종을 했고, 화석에너지 채굴과 활용을 통해 쌓아 올린 토대이다. 세계 석탄 수출량의 1/3이 호주산 석탄이고 한국은 주 수입국이다. 석탄 채굴을 위해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한국은 석탄 광산 개발에 상당한 돈을 투자 했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6500만 달러, 한국전력은 7,000억원, 석탄 터미널에 미래에셋대우 2,700억원, NH농협 3,000억 투자를 했다. 또한 4대 시중은행(신한, 국민, 우리, 하나)이 2017년부터 2019년 3월 까지 석탄발전PF에 대출해준 돈이 2조 5,627억원으로 조사 되었다.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과 예금이 석탄발전에 쓰여지고 있었고, 그 결과 지구 온난화 가스가 배출되고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재앙이 초래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높이기 위해, 재테크를 통해 초과수익을 추구했던 일이 우리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선량한 파괴자’가 되었다.


‘돈은 가치중립적이다’ 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언어이다. 내가 낸 세금과 예금이 환경을 파괴하는 일에 쓰이는지,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에 대출이 되고 있는지 그간 우리는 묻지 않았다. 수익이 있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묻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돈을 쓰고, 벌고, 투자하는 모든 행위에 책임이 따라야한다. 그 책임은 개인과 사회, 국가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간 우리는 강남 건물주라는 목표를 향해 불타오르고 있는 기차에서 뛰어 내지리 못하고 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젠 이 ‘강남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기존 주류 경제학에서 탄소배출 등 환경오염은 외부효과 쯤으로 치부하거나, 기후변화는 자연변화에 의한 것이라 외면했고, 오로지 돈, 경제성장을 향해 달려왔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 가스를 마구 배출하였고, 지구의 평균온도는 100년 사이 1℃가 높아지는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 빙하가 녹고, 폭염, 극심한 가뭄, 태풍,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기후난민, 먹거리 위기와 분쟁, 수많은 위기가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전 지구적인 문제는 일회용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가만히 과거의 꿈속에서 허우적거린다면 우리는 어떤 비용을 치루 게 될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조금이라도 미래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달리는 기차를 세워 전면적인 국가 대 전환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할 시기이다.


글_한영섭 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장, (가)청년신협추진위원장


본 글은 한국그린뉴딜네트워크에 함께 기고한 글입니다. https://greennewdeal.kr/forum/view/32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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