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재난, 청년부채
본 글은 주간동아에 기고했던 편집 전 글입니다.
한영섭, 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장
“휴대폰 가개통을 했어요. 처음엔 50만원 정도 빌릴려고 했는데, 4대를 개통했고, 지금은 400만원 정도 밀려서 신용불량자가 되었죠.”
“누가 저희 같은 애들한테 돈을 빌려주나요. 제 친구도 돈 필요해서 알아보다가 계좌 빌려주고 보이스피싱인가 연류 되어서 벌금 300만원이 나왔는데 계속 못 내고 있어요.”
필자가 상담한 김청년(22·가명)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돈이 필요해 인터넷으로 대출을 알아보다 휴대폰만 있으면 대출을 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휴대폰 1대를 가개통을 해서 50만원의 현찰을 구할 수 있었다. 그 돈으로 생계비를 쓰고, 다시 3대를 더해 총 4대를 가개통을 했고, 통신요금과 휴대폰 기계 값 약 500만원은 고스란히 남아, 장기연체가 되어 통신사에서 서울보증보험으로 채권이 넘어간 상태다. 김씨는 채권추심으로 통장이 압류될까 하는 위험에 정상적인 취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였다. 속칭 가개통, 내구재 대출을 한 것이다. 내구재 대출은 휴대폰 등 할부를 통해 기계를 구입하고 그 기계를 되팔아 현찰을 얻는 방식으로 브로커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런 비정상적인 거래가 코로나19 이전 보다 기승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급전’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128만 건이 게시물이 있다. 과거 필자가 2년 전에 검색 했을 때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게시글의 대부분은 휴대폰 소액결제 중개, 가개통을 알선해주겠다는 광고성 글이다. 코로나19라는 보건·경제위기 상황에 돈을 빌리기 어렵고, 급한 사정을 이용해 위기에 빠진 사람을 채무의 늪으로 빠트리는 사기꾼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만나는 상당수의 청년은 정상적인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계층으로 지금의 청년부채가 늘어나는 현상 밖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청년이다.
영끌, 빚투, 동학개미가 청년을 대표하나… 청년부채의 양극화
최근 청년층의 부채가 늘어났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부채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갑을논박이 있다. 주식투자, 부동산 구입을 목적으로 ‘빚투’, ‘영끌’로 부채가 늘어나고 있고, 이런 현상을 두고 ‘무식하고·무모한 자산증식 욕망’이라며 청년을 질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청년들이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진단이고, 투자하기 전 공부부터 하라고 훈장질을 한다. 최근 청년부채가 부동산 구입과 주식투자를 위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무식하고 무모한 욕망이 아니라 살기위한 몸부림이며 마지막 기회라도 잡고 싶은 생존본능이다. 지금의 청년은 부모세대가 과거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오를 때 투자의사결정에 따라 인생역전 되거나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자랐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금수저가 아니고서는 성실하게 일해서 월급가지고서 미래가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지켜보느니 차라리 무모한 도전이라도 하는 편이 낮다는 ‘합리적인 결론’에 따른 행동이다. 그에 따라 신용대출이든 마이너스통장이든 쓸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다 끌어 모으는 말 그대로 ‘영-끌’이라도 해서 주류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에도 비켜나 있는 청년들도 존재한다. 다층적 빈곤상태에 놓여 있는 청년의 경우 제대로 된 금융공급이 되지 않아 앞서 김씨 처럼 휴대폰 현금화, 작업대출 등 금융사기·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정상적인 빚조차 낼 수 없는 청년도 존재한다. 또한 당장 보증금, 주거비, 생계비 걱정에 투자하기 위한 미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계층에게 지금 부동산과 주식시장 가격상승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차라리 다 망했으면 하는 바램도 내색하지는 않지만 마음 속 깊이 깔려 있다.
바보야 문제는 자산불평등이야
청년층의 부채문제는 코로나19경제위기와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영향만으로 발생된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간 가계부채 증감률을 분석해보면, 가구주 20대는 10년간 평균 14.8%로 전체 6.0%보다 2배 이상이다. 또한 10년 만에 20대의 경우 2010년 대비 2020년 271.7%로 다른 연령에 비해 폭팔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2010년 부터 2020년 까지 10년간 평균 전체 4.7%가 증가될 때 20대의 경우 1.1%만이 증가되었고, 2010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때 절대증가액으로 609만원, 9.2%만이 증가되었다.
더 큰 문제는 세대내 격차다. 20대 가구주의 순자산을 동일 세대안의 평균값과 중앙값의 배율로 분석을 해보면 2020년 전체 평균 배율이 1.79배인 반면 20대의 경우 2.3배이다. 배율이 클수록 자산의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20대의 경우 2013년 1.43배로 10년 간 가장 낮았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되었다.
모두가 가난할 때 느끼는 감정과 내 친구의 친구의 삶의 격차가 2배 이상 난다는 것 심리적으로 매우 큰 상실감과 열패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삶을 우울하고 비관적으로 바라보기에 충분하다. 이들에게 공정한 사회는 애초에 존재하는지 의문을 전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런 현상이 더욱 구조화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그런데 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놓고 정부에서는 소득불평등이 감소되었다고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우 안일한 진단이다. 소득의 격차를 줄이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과 상응하게 자산의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이 절실한데, 이에 대한 정책은 매우 소극적인 것이 문제다.
청년 부채문제는 사회정책 실패…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G7에 들 전망이라는데 왜 가난한 청년은 늘어나는가. 청년부채가 늘고, 자산격차가 늘어나는 주된 원인은 청년의 무분별한 소비와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 때문이 아니다. 학업을 위한 학자금대출, 주거안정을 위한 주거비, 생활을 위한 생계비, 스팩쌓기 위한 학원비 등 사회가 요구하는 구성원으로 살아기기 위한 필수비용이 과거 보다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는 청년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교육, 일자리 등 사회정책의 실패에 따른 결과이다.
정부는 문제해결을 청년 스스로의 노오력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책실패를 자임하고 쌓여 있는 문제를 해결할 주체로 나서야 한다. 가령 학자금부채를 미국 바이든의 대선 공약처럼 단계별 탕감하고 대학교육 무상화를 위한 교육정책 강화, 주거대출을 늘리기에 앞서 부동산 시장 가격을 제어할 수 있는 종부세, 국토보유세 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라는 펜데믹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늘려 위험을 개인으로 떠넘기기 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확장재정정책을 통해 가계로 전가된 위험을 국가가 흡수하길 바란다.
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장으로 1인 활동연구자이다. 특히 청년빈곤, 자산, 부채 문제를 연구하고 신용·부채상담과 채무자인권침해상담, 채권추심권인권교육, 생활경제금융 강의를 하고 있다. (가)청년신협추진위원회 정책위원장을 겸하며 청년층을 위한 사회적금융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현재는 채무자의 인권옹호를 위한 채무자인권센터도 설립 준비하고 있다.
현 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장
현 (가)청년신협추진위원회 정책위원장
현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금융교육, 신용상담 민간 자문위원
전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
전 청년연대은행 토닥 금융이사
전 서울시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