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왜 주식·부동산 기사에 집착하는가

언론이 놓친 진짜 경제 이야기

by 피터

지난 글에서 재테크가 국민운동이 된 배경에는 노동의 가치 하락, 불안정한 노후, 그리고 모든 것이 금융화된 사회가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재테크 공화국'을 가장 눈에 띄게 건설하고 확장시킨 주역이 있습니다. 바로 언론입니다.


저는 재정 상담을 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뜨는 자극적인 경제 기사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기사 보니까 부동산 가격이 또 폭등한다는데, 지금이라도 영끌해야 할까요?", "오늘 아침 뉴스에서 저 종목을 추천하던데, 사도 될까요?" 그들의 질문은 대부분 자신이 직접 고민하고 분석한 것이 아니라, 언론이 던져준 헤드라인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언론은 이제 단순한 정보 제공자를 넘어, 우리 사회의 불안을 조장하고 투기를 부추기는 거대한 선동가가 된 것입니다.



클릭 장사와 불안 조장: 언론의 병폐


오늘날 언론이 주식과 부동산 기사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클릭'이라는 생존 공식 때문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언론사들은 기사의 조회 수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때 가장 강력한 클릭 유발제는 바로 불안과 공포입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반복 : "벼락거지 확정", "집값 대폭등", "영끌 아니면 답 없다"와 같은 문구는 독자들의 불안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며 클릭을 유도합니다. 이런 기사들은 객관적인 정보보다는 독자의 감정을 흔들어 당장 기사를 클릭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위기감을 조성합니다.


성공 신화의 과도한 노출 : 언론은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보도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노력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지만, 동시에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나만 바보인가'라는 심리적 박탈감을 안겨줍니다.


복잡한 현실의 단순화 : 언론은 복잡한 경제 이슈를 ‘오른다’, ‘떨어진다’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로 풀어냅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전문가 수준의 지식 없이도 경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을 주지만, 동시에 미묘한 시장의 흐름과 위험성을 무시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독자들을 합리적인 투자자 대신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금융 소비자로 만듭니다. 언론이 조장하는 불안은 사람들을 끊임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 빠뜨리고, 결국 '묻지마 투자'라는 비합리적 선택으로 내몰았습니다.



언론이 놓친 진짜 경제 이야기


언론이 주식과 부동산 기사에 집착하는 동안 우리는 정작 중요한 이야기들을 놓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5년간 재정 상담을 하며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생활경제의 외면 : 대다수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시경제 지표나 주가지수가 아니라, 물가, 가계 부채, 소득 불평등과 같은 생활경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이러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 ‘재테크’라는 포장 아래에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금융 교육의 부재 : 언론은 주식 투자를 부추기면서도, 정작 건전한 금융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극적인 투자 정보를 제공하며 독자들이 스스로 금융 지식을 쌓을 기회를 빼앗고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의 실종 : 경제 보도는 단순히 시장의 흐름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금융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언론은 클릭 장사에 몰두하며 이러한 본질적인 역할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결국 언론은 '재테크 공화국'을 만든 핵심적인 공범입니다. 언론이 던지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은 단순한 기사 텍스트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불안을 부추기고 투기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강력한 문화적 도구였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언론의 영향력이 다음 세대에 어떻게 이어지는지, ‘초등학생에게 주식 투자를 가르쳐야 할까’라는 주제를 통해 금융 교육의 본질을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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