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주식투자를 가르쳐야 할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들

by 피터

지난 글에서 언론이 어떻게 ‘재테크 공화국’의 거대한 확성기 역할을 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공화국의 영향력은 이제 어른들의 세계를 넘어, 아이들에게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재정 상담을 하며 충격적인 질문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제 아이에게 주식투자를 가르쳐야 할까요? 주변 엄마들 중에는 벌써 계좌를 만들어 준 사람도 많아요.”


이 질문은 저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금융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조기 시장화의 세계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유튜브에서 ‘어린이 주식왕’을 보며, 떼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어른들의 불안이 다음 세대로 그대로 전이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금융 교육의 본질일까요? 저는 그 본질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 교육의 본질은 ‘투기’가 아니다


진정한 금융 교육은 단순히 돈을 불리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돈에 대한 건강한 가치관을 심어주고,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기르며, 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목표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금융 교육은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첫째, 돈을 ‘수단’이 아닌 ‘목표’로 가르칩니다. 아이들에게 주식투자를 가르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주입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돈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는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돈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 그 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둘째, 노동과 가치의 연결고리를 끊어 놓습니다. 아이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쉽게 돈을 버는 경험을 하게 되면,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경시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아서 저축하는 것보다, 몇 번의 클릭으로 돈을 불리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노동을 회피하고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셋째, 돈의 윤리적 측면을 외면합니다. 주식투자 교육은 주로 기업의 재무 상태나 주가 차트 분석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이 환경을 파괴하거나,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일 수도 있다는 윤리적 질문은 던지지 않습니다. 이는 아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돈을 사회적 책임과 분리하여 가르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생활경제 문해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의 가치 이해하기 : 용돈을 통해 돈이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하게 해야 합니다. 소비와 저축을 구분하고, 갖고 싶은 것과 꼭 필요한 것의 차이를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살림’의 지혜 배우기 : 경제는 원래 그리스어로 ‘오이코노미아(Oikonomia)’, 즉 ‘살림살이’를 뜻했습니다. 돈을 불리는 기술보다, 주어진 돈으로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지혜를 가르쳐야 합니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 입고 있는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과정을 이해하고, ‘생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돈의 사회적 역할 인식하기 : 돈은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가르쳐야 합니다. 모은 돈을 기부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등 돈의 긍정적인 사회적 역할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불안의 대물림을 끊어내는 용기


초등학생에게 주식 투자를 가르치려는 부모들의 마음에는 자녀가 자신처럼 돈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절박함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절박함을 이유로, 아이들을 어른들의 잘못된 시스템에 일찍부터 끌어들이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불안을 대물림하는 대신, 아이들이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돈을 다루는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돈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먼저 돌아보고, 돈을 삶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참고 자료]

금융감독원. (2023). 『어린이 금융교실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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