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은 더 이상 정상의 서사가 아니다

돈보다 삶을 선택하는 용기

by 피터

지난 몇 편의 글을 통해 재테크가 국민운동이 된 배경을 짚고, 언론과 불공정한 제도가 어떻게 투기를 조장하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한 가지 절대적인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 그중에서도 ‘내 집 마련’이라는 신화입니다.


저는 재정 상담을 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 앞에서 빚더미에 앉거나,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포기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한 30대 부부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주변의 압박과 부동산 폭등 기사에 휩쓸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습니다. 이들은 "집값이 더 오를까 봐 불안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집을 사고 나서 그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매달 거액의 원리금을 갚기 위해 외식과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고, 둘 중 한 명이라도 직장을 잃을까 봐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들의 집은 더 이상 따뜻한 보금자리가 아닌, 불안을 담보로 한 거대한 부채 덩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선, 생존과 신분 상승을 위한 유일한 서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서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허상에 가깝다고 봅니다.



부동산 중심 사고의 허상과 대안적 주거관


한국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 단순히 주거의 안정성을 넘어, 사회적 성공의 증표이자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삶의 질보다는 오직 ‘투자 가치’와 ‘미래의 시세 차익’만을 고려하며 집을 선택합니다.


첫째, 거주 공간의 본질을 잃어버렸습니다. 집은 원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삶을 영위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중심 사고는 집을 오직 ‘자산’으로만 여기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커뮤니티나 주변 환경의 가치보다는 오직 ‘역세권’, ‘학군’, ‘재개발 가능성’만을 따지며, 정작 그 집에서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이는 곧 삶의 질을 희생하면서까지 투기에 매달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둘째, '영끌'과 '빚투'의 악순환을 심화시킵니다.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는 많은 청년들을 극단적인 대출로 내몰았습니다. 부동산으로 인한 청년 부채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시스템의 실패입니다. 그럼에도 사회는 여전히 ‘영끌해서라도 내 집을 사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고, 이는 끝없는 불안과 부채의 굴레를 낳습니다.


셋째, 사회적 연대를 무너뜨립니다. 모두가 집을 소유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사람들은 서로를 '경쟁자'로만 인식하게 됩니다. 이는 공동체의 가치를 약화시키고, 집이 없는 사람들을 '루저'로 낙인찍는 차별과 배제를 낳습니다. ‘내 집 마련’이라는 신화는 결국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돈보다 삶을 선택하는 용기


이제 우리가 ‘내 집 마련’이라는 단일 서사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의 방식과 대안적 주거관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집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안정적인 거주’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삶의 가치에 맞는 주거 형태 찾기 : 꼭 '아파트'여야만 할까요? 협동조합 주택, 공공임대주택 등 다양한 주거 형태가 존재합니다. 자신의 소득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돈의 관점’에서 벗어나기 : 돈을 위해 삶을 희생하는 대신, 삶을 위해 돈을 사용해야 합니다. 부동산의 미래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에서 벗어나,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는 주거를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주거의 공공성 회복 : 집을 사고팔아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기는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로서의 주거를 추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내 집 마련’이라는 허상을 좇아 돈의 노예가 되는 삶을 멈추고, 돈보다 소중한 ‘삶’을 선택할 때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 사회가 이처럼 중요한 가치를 놓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재테크 교육이 가르치지 않는 것들’이라는 주제를 통해, 돈의 윤리와 철학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시죠.



[참고 자료]

서울연구원. (2022). 『서울시 주거실태 및 정책방향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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