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27살
내년에도 늦을 예정입니다.
TV 속 드라마에만 주인공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 주인공이다.
23살에서 27살까지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나'라는 사람은
느린 사람, 늦은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나조차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기에 언제나 늦은 나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슴속에 안고 살았다.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비극은 빨랐고, 행복은 더뎠다.
장례식장에서 친구가 배신을 했을 때 그때를 기점으로 내 인생의 친구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힘든 시간은 혼자서 견뎌야만 한다. 늦은나이라고, 늦은사람이라고 모두가 비교를 할 때에도 어느 누구 한 명도 너를 믿는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없었다. 매일 밤을 새워가며 그림을 그릴 때, 불투명한 내 미래에 확답이 없는 것처럼 불안감에 휩싸일 때도 언제나 마이웨이였다.
내가 비극적 주인공일 때에는 친구들에게 나는 소재거리, 비교거리, 조언거리, 도마 위 안주거리에 불과했다. 그렇게 23살에서 현재 27살로 여전히 나는 누군가의 시선에는 느린 사람일지 모르지만, 내가 가는 길의 방향은 옳았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말처럼, 삶에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행복은 마침내 온다
오랜 시간 매일 꿈을 꿨다. 디자인 공모전에서 꼭 수상을 하고 싶다고. 입선까지는 약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3년 후 2등을 수상했다. 코트 주머니 속에 엄마의 증명사진을 넣고, 시상식장에서 상장을 받았다.
전국의 늦은나이 친구들에게
늦게 시작한 만큼, 걸어온 세월이 긴 만큼 여러분의 목표와 꿈의 길이는 불로장생할거예요.
느리다는 건 절대 나쁜 게 아니에요. 누군가는 걸음걸이가 빠르고, 누군가는 천천히 걸어가는 것처럼 모두 개인의 차이일 뿐이에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 "늦은나이, 28살"로 다시 만나요.
글, 그림 : 한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