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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금 Aug 17. 2017

갑질해도될까요?

ⓒ일러스트레이터 한소금

아니요, 이젠 을질해도될까요?
을의반란


직원 80명을 하루아침에 해고하고 월급을 미룬 전적이 있는 회사에 입사했을 때의 일이다.

물론 나도 해고당했다. 디자이너로 취업했지만, 입사한지 얼마안되서 스태프로 2박3일간 떠났다.

어이, 호구!
ⓒ 2017. 한소금(HRY) 작가 all rights reserved

디자인도 제작하고, 직접 강사분들과 만나 프로그램 일정도 짜고 정신이 없었다.

현장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의 담당자로써 MC진행부터 일정관리, 학생들 케어를했다.
작가 데뷔 경력이 있어 미술 관련 프로그램을 맡게되었다. 프로그램에는 필요한 준비물이 아주아주 많았다.

그러다 물품상자를 옮기면서 발등 위로 도화지 뭉텅이가 떨어졌.
시간이 갈수록 발등은 엄청나게 부었고, 걸을때마다 죽을것같았지만 바보같이 참고 일만했다.

사이드로 빠져!
ⓒ 2017. 한소금(HRY) 작가 all rights reserved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강사님들과 학생들이  작품을 만든다.

각종 장비들이 필요했기에 나는 물품조달과 프로그램 시간관리를 했다.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나는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조연으로써 현장을 관리했다.

이어 사진촬영수업도 있었는데 한 학생이 프린트한 사진중에서 어떤게 괜찮냐며 물어본다.

그래서 학생과 잠깐 이야기를 나눈 찰나의 순간이 흠이 잡히고 말았다.

강사 한 분이 나를 복도구석으로 부른다.

한 마디로 "네가 작가도 아니면서 뭔데 학생과 이야기를 주고받느냐" 이거였다.

그렇게 나는 첫 사회생활을 한 수 배우게되었다.  

ⓒ 2017. 한소금(HRY) 작가 all rights reserved

강사님이 보기엔 그런 상황이 언짢다고 생각할수있으니 나쁜사람은 아니라고 말하고싶다.

단호박하게

부풀어오르는 발등과 통증에 아파죽겠고, 중간중간 보고서까지 작성해야되고, 자정이 넘도록 회의를하고 4~5시간 잠을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소집해야되고 피로가많이쌓였다.
심지어 그동안 정해진 예산이 넘도록 원하는 물품까지 구매해주고, 모든 의견도 다 받아주며 항상 웃으면서 대했지만, 결국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걸 깨달았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본다는 말처럼 맺고 끊음이 중요하다는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단호박이되었다.

안되는건 안된다고 딱잘라 말했다. 그랬더니 뒤에서 너무 단호해졌다는 말을 했다고한다.

설상가상, 몸을 쓰는 일이 많아 책상을 옮기다가 다쳤던 발등위로 책상이 넘어졌다.
그렇게 나는 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무사히 캠프를 끝마치고 다시 디자이너로 복귀한 나는 수습3개월이 끝나고 정규직 확정 2주만에 해고를당했다.


글 / 그림 한소금 일러스트레이터

www.instagram.com/hansalt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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