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심장에 대하여.

2021년 2월 23일

by 한상진

왜 거기서 손가락 한 번을 까닥하지 못했을까.

왜 거기서 실행에 옮기지 않고 생각만 했을까.


며칠 째 떨어져 손절했던 주식이 다다음날 상한가 찍고 네이버 실검에 등장했을 때, 빚을 내서 살까 말까 고민했던 아파트의 값이 폭등했을 때, 몰래 짝사랑하던 친구의 연애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내가 생각했던 사업 아이템이 대박이 터진 것을 보게 되었을 때,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작은 회사가 폭풍 성장했을 때.


심장이 뛴다.

그리고 생각한다.

왜 행동에 옮기지 못했을까.


최근에 야수의 심장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린다. 테슬라, 신풍제약이 쏘아 올린 주식 열풍과 다시 시작된 코인 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500%, 1,000%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가 SNS와 인터넷 기사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누군가는 조심스레 재테크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가열차게 인생을 베팅하고 있다.


누군가는 1,000% 수익을 내고 있을 때, 나는 그걸 옆에서 구경하며 내 차례는 언제 올까 기다린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기다리지 않는다. 뒤 따라가 발을 담근다. 자꾸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고, 갈팡질팡하며, 내 선택을 의심하고 남의 뒤를 쫓기에 바쁘다.


야수의 심장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단순히 리스크를 감수하고 호전적으로 실행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가 야수가 아니어서 그런 것일까. 배가 아파서 그런 것일까. 어떻게 보면 야수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자신의 생각에 신념이 있고,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야수는 뜨거운 사람일까, 차가운 사람일까.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만 휘둘리지 않는다. 하루하루의 변화를 주시하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의심만 하기보다는 깊게 고민하고, 분석하고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관철시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그리고 그 행동을 유지하는 사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심장이 뜨거운 사람이 야수가 아니라

심장이 차가운 사람이 야수가 아닐까


남의 말만 듣고 신념 없이 베팅만 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과 소신이 있는, 진짜 야수의 심장을 가진 사람은 다르지 않을까. 뭐 중요한 건 나는 야수의 심장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매 사에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일희일비하기 바쁘다. 약간 내향적인 성격이라 사람들이랑 있을 때, 감정이 행동으로 표출이 안돼서 그렇지 감정적으로 행동까지 했으면 사회생활 못 할 뻔했다.


자주 챙겨보는 슈카월드에서 슈카 형이 야수의 심장이라는 말을 자주 꺼낸다. 그리고 어제는 야수의 심장을 갖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어제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물론 오늘 그 안정을 잃었다. 또 일희일비했다.


내 심장은 어떤 심장일까.

초식 동물보다 조금 낮은 채소의 심장..?


하지만, 생각해보면 초식동물들도 나름 자기 살길 잘 찾아서 산다.

나도 채소의 심장을 가졌지만, 나름 열심히 잘 살아왔던 것 같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커리어 관리와 직장 생활 사이드 프로젝트, 내가 감당 가능한 취미 생활을 가지고 말이다. 너무 남의 인생을 따라 살기보다, 나의 인생을 살아야겠다 다짐한다.


문제는 채소의 심장을 가졌다는 것이 아니다.

야수의 심장이 아닌데, 야수 흉내를 내는 것이다.


KakaoTalk_20210223_131401597.jpg 내 심장, 우리 밭 상추 모종처럼 작고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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