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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진 May 21. 2024

정말 나락이 락이야?

대한민국은 지금 1일 1나락 중

어제 한 유명 반려견 훈련사의 갑질이 터졌다.


이틀 전에는 300만 유튜버의 경북 지역 비하 영상에 대한 사과문이 게재되었고, 동일한 날짜에 한 트로트 가수의 음주운전 뺑소니 의혹에 대한 인정과 사과문이 게재되었다, 그리고 동일한 날짜에 올라온 BBC 코리아의 다큐가 이미 나락으로 보내놨었는데 살짝 잊고 있던 인물들을 다시 나락으로 고이 돌려보냈다.


4일 전에는 한 유명 아이돌 디렉터가 자신의 아이돌을 비하한 카톡이 공개되어 꽤 우호적이었던 일부 커뮤니티와 일부 소수 여론이 돌아섰고, 5일 전에는 올라온 98만 유튜버의 콘텐츠를 통해 나름 힙합씬의 영향력 있는 래퍼가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으며 서로의 지지 팬덤은 아직 싸우고 있다.


위의 이슈 중 어떤 것은 100명 중 100명 모두가 더 깊은 나락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있고, 어떤 이슈는 이 정도로 지탄받을 일인가 싶은 것도 있으며, 어떤 이슈는 나락 가야 마땅하지만 보내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어떤 이슈는 서로가 서로를 나락에 보내기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다.


내가 어디에 발 붙이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해당 사안에 대하여 얼마나 깊이 알고 있는지에 따라, 나와 나락 당사자 사이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적 거리가 책정된다. 그리고 그 사회적 거리의 가까움과 멈이, 내 기준에서 그 대상의 나락 타당성을 결정한다.


법적 판결은 법원이 하지만, 나락에 대한 판결은 대중여론이 한다.

'누가 잘했다, 못 했다. 누구를 옹호하고, 누구를 비난하고. 이게 맞다, 저게 맞다.'를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니까.


그냥.. 이대로 괜찮을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나락이 돈이 되는 느낌'이다.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얻는 채널 중 어떤 것은 채널명에 나락이라는 단어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심지어 위에 예시로든 논란의 300만 유튜버 핵심 콘텐츠 중 하나에도 나락이라는 단어가 쓰였었다.


물건이 풍족한 시대, 이제는 콘텐츠가 돈이 되는 시대. 부정적인 뉴스와 가십거리를 담은 자극적인 콘텐츠는 긍정적이고 당연하고, 고리타분한 콘텐츠보다 잘 팔린다. 이야기를 넘어 도파민을 파는 시대. 그렇게 누군가의 부정적인 소식과 불행은 누군가의 수익이 된다.


너무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이라 조심스럽지만, 가끔 콘텐츠를 보거나 댓글을 읽다 보면 '남을 욕하고 나락 보내는 것이 놀이가 되고, 재미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당연히 어떤 이슈는 100이면 100도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로 더 나락을 가고, 정의구현 되어야 마땅하다. 문제는 기준이 모호한 상황 속 정도의 차이에 대한 의견이 갈릴 때 생긴다. 그래서 나는 이슈보다는 현상에 더 눈길이 간다. (※ 위의 예시가 모호한 이슈라거나, 나락 가야 마땅하다는 이야기 절대 아님 ㅠ)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예민해질 수 있다. 혐오와 갈등, 갈라 치기와 폄하, 분노, 훼손, 욕설, 배설, 화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만연해진다. 그렇게 순간순간 참을성이 없어지기도 하고, 부정한 이야기의 옆구리 찌르기에 척추가 먼저 나서 급발진할 수도 있다.


다만.. 혹시 그러지 않겠지만 이게 하나의 유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고소하고, 그럴 줄 알았고, 꼴 보기 싫었는데 잘 됐다가 이슈들에 점철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이 부정적인 것을 유희로 삼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과거 '덕질은 돈이 된다.'라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이 곧 일이 되고 수익이 될 수 있다는 말처럼 느껴졌고, 이제는 이상하게 말할 수 없는 '열정'이라는 단어를 대신하는 느낌 때문이었다. (양가적으로 덕질하는 사람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것을 뜻하기도 했지만..)


최근 SNS에서 도파민을 사냥하다가 인상 깊게 본 콘텐츠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말을 이쁘게 하는 능력에 대한 콘텐츠다.


FM코리아 요즘 희귀하다는 재능 ㄷㄷ..JPG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미담에 시큰둥 해질 때가 있다. 대수롭지 않아 할 때가 있다. 뭐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고 지루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근데 요즘 나는 그 지루한 것들이 귀중하다고 느끼나 보다.


사랑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긍정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아니 다 쓰고 보니 내가 뭐라고 이런 글을. 무기력한 출근길에 가십 덩어리, 도파민 덩어리 가득한 숏츠, 릴스 마려운 거 어케 참누? 휴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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