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Dear 워킹맘

애가 셋이면 선녀도 하늘로 못 올라가요.

by 춘춘

아들이 두 명인 동료 직원이 있었다.
두 아들을 시부모님께 맡기고 회사를 다니느라 매일 종종거렸지만 일 욕심도 대단해서 항상 야근을 하곤 했었다.


그러던 그녀가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
셋째는 꼭 계획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크게 당황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생겼다고 하면서 배시시 웃는 걸 보니 버겁지만 셋째를 반기는 기색이다.

어느 날 우연히 사무실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배가 남산만 하다. 벌써 7개월이 훌쩍 넘었다고 했다.
"벌써 7개월이에요? 성별 나왔어요?"
"네.... 아들."
두 아들을 둔 엄마의 입에서 나온 대답에 듣는 나도, 말하는 그녀도 웃음이 터져버렸다.
어이가 없기는 그쪽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녀가 셋째를 출산하고 나서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다행히 육아휴직이 일반화되고 있어 그녀도 별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그녀는 돌아올 수가 없었다. 세명을 부모님에게 맡기는 것은 무리였다. 둘은 어린이집에 보내도 한 명은 조금 클 때까지 자신이 봐야 할 것 같아서 연이어 육아휴직을 냈다.

그 무렵 조직개편이 있었다.
조직이 대대적으로 변경되고, 팀장과 팀원들이 전부 해쳐 모여할 만큼 큰 인사이동이었다.
그녀의 팀도 개편되어 팀장이 바뀌고 조직원들이 바뀌었다.

그녀가 원래 몸담았던 팀의 팀장이 애처로운 마음에 그녀에게 조언을 했다.
"그래도 잠깐 휴직을 멈추고 서너 달이라도 복귀했다가 휴직하는 게 어때? 개편할 때 자리에 없으면 어디로 보내질지 몰라. 진급도 해야 하고, 새 팀장 밑에서 잠깐 있다가 다시 휴직하는 게 낫지 않겠어?"

그나마 그 팀장은 그녀의 열정을 알아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조언을 해준 것이다.
하지만 서너 달은커녕 며칠도 아이 셋을 맡길 수가 없었다. 연로하신 부모님도 셋은 힘들다고 하셨다.
그녀는 계획한 대로 육아휴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그 팀장과 마주 앉게 되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 내가 김과장한테 휴직을 잠깐 멈추고 나왔다 들어가라고 했어. 지금 분위기가 이런데 얼굴이라도 비춰야 하지 않겠어?"
다 맞는 말이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그녀의 입장이었다.

"도저히 애를 맡길 수가 없대요. 며칠도 비우기 힘들걸요."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은데."
"팀장님, 애가 셋이면 선녀도 하늘로 못 올라가요."
"하하하하, 그래, 그거 모르는 거 아니지. 안타까워서 그러지."
그래도 그렇게 생각해서 연락까지 해준 팀장을 보니 내가 다 고마웠다.

그녀는 내년 초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 팀장의 말도 맞고, 그녀의 상황도 어쩔 수 없다.

어린이집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다시 힘차게 복귀할 그녀를 응원한다.


아이가 세명인 워킹맘의 힘든 사례를 들기는 했지만 아이가 하나여도 난감한 일이 많기는 마찬가지이다. 워킹맘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아이 엄마의 입장도, 옆에서 보는 동료의 입장도 되기 때문에 모두의 상황이 이해된다.
직장도 중요하지만 내 가족을 이루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획한 대로 아이 갖기를 원하지만 직장에서의 상황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이 갖기를 포기하기도 하고, 반대로 직장을 포기하기도 한다. 낳고 나서 기르는 동안에도 수십 번씩 힘든 상황에 마주친다. 아이가 아플 때, 아이 돌봐주는 사람이 아플 때, 돌발 상황이 생길 때 등등.
탁아 시설이 믿음직스럽다면, 정확한 시간에 퇴근하여 아이를 찾아오는 일에 문제가 없다면, 출퇴근 시간에 유동성이 있어 탁아 시설이나 보육자와 시간 관리가 잘 된다면, 그럼 좀 나을 것도 같다.

한편으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직원의 동료로서의 입장도 쉽지만은 않다. 아무리 출산하는 동료와 친분이 있고 그들을 응원해도, 막상 내 눈앞에 밀려오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은 달가울 수가 없다. 아이 때문에 동동거리는 동료직원이 안쓰러운 것과 그 일을 내가 추가로 맡아야 하는 부담은 별개의 감정이다.
특히나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나 맞벌이를 하지 않은 남자 직원들은 보상 없는 일을 덤으로 맡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불평한다해도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회사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입사 시에 성별을 차별하지 않고 채용하는 것이 최근 추세이고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지만 막상 입사한 직원이 바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으로 1년을 쉰다면 그 타격은 회사가 고스란히 맡을 수밖에 없다. 당장 사람이 필요해서 뽑았는데 또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이 무얼까,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는데 혼자 생각해보곤 한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시로 대체 인력이 투입되면 되긴 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 수개월만 채용 가능한 인력이, 그것도 딱 그 업무에 적합한 인력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건 둘째 치고라도 현재 국내에서 그런 제도를 제안만 하더라도 현실감각 없다는 말을 듣기 딱 좋을 것이다. 한 사람이 회사에서 맡고 있는 일이 너무 대체 불가능한 수준인 것도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탁아시설, 정시퇴근과 출퇴근 유연제, 공백 인력의 임시적 충원, 재택근무 활성화, 개인 업무 로드의 조절 가능성, 이 정도의 조건이 충족되면 육아와 직장의 병행이 좀 수월해질 것인가.

제도와 사회적 인식, 인프라, 당사자의 마인드 등 많은 것들이 뒷받침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동안 잘 버텨낼 나와 동료들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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