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소금 섭취량을 회사에 알리지 말라.
힘들어도 전략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의 건강에 가장 좋은 것인지는 정해져 있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육아서적에 나와있는 대로 해주면 된다. 두 돌까지는 간이 안된 음식을 주고, 세 돌까지는 스마트폰은 물론 TV 영상도 보여주지 말고, 기저귀는 자연스럽게 뗄 수 있도록 기다려 주면서 끊임없이 독려하고.
그러나 뻔히 아는 그것들이 실천하기 힘들다는 것은 우리가 그 많은 날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수면교육을 통해서 알아챘다.
그래도 엄마들은 할 수 있다. 힘들어도 아이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좋지 않다는 소금은 최대한 늦게 먹이고, 인스턴트 음식 대신 갖가지 영양소가 함유된 간식을 만들어 먹이고, 영상 안 보여주는 대신 광대 근육이 얼얼해 질만큼 웃어가며 목이 터져라 구연동화해줄 수 있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 올라 때려치우는 날도 있고, 이러다 내가 골병들지 싶어 쉽게 쉽게 키우겠다며 동영상을 틀어주고 널브러질 때도 있다. 그러다가도 이내 마음이 불편해져 다시 모범 답안을 펼쳐보고 마음 다지기를 반복한다. 엄마들은 그래도 자신이 믿는 만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기대하면 곤란하다.
워킹맘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베이비시터에게 맡겨야 할 때도 있고, 친할머니나 외할머니 등 가족들에게 맡길 수도 있다.
누가 됐든 내가 아닌 남에게 맡길 때는 아이에게 제공하고 싶은 육아환경을 어느 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가끔은 회사에 다니지 않았더라면 아이에게 더 잘해줬을 텐데 하며 괜히 마음 아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 가질 수는 없다. 다 가지려는 순간 슬픔과 분노가 밀려와 매일 청승 떠는 워킹맘이 된다.
(터놓고 말해서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나는 그것을 다 해주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건 직장을 다니고 말고를 떠나서 사람이 계획대로 완벽한 삶을 살 수 없듯이 육아도 교과서에 나온 모든 것을 실천하고 살 수는 없다. 아무리 최고의 조건이 갖춰졌다고 해도 엄마가 계획한 대로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는 없다.)
그래도 미련을 버릴 수 없는 엄마들은 아는 것을 총동원하여 아이를 케어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 돌까지는 소금 섭취 안 하는 게 좋대요. 근데 어린이집에서 김치를 먹이는 거 있죠. 애아빠가 김치에 나트륨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데 김치를 먹이냐고 난리였어요. 남편이 식품 전공했잖아요. 그리고 이번 주에는 식단에 짜장밥이 있는 거예요. 어떻게 짜장밥을 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도시락 싸서 보내요. 선생님한테 급식 나오는 거 절대 주지 말라고 했어요."
탕비실에서 잠깐 만나 얘기를 나누던 동료에게 들은 말이다.
동료는 맞벌이 부부로 낮에 일하는 동안 시어머니에게 아기를 맡긴다.
아침에 아이와 출근 준비를 하고 나면 시어머니가 집으로 오셔서 바통터치를 하고, 어린이집에는 시어머니가 데려다주신다고 한다.
그러니 동료는 식사 준비에 도시락까지 싸는 바쁜 아침을 보내고 출근하는 것이다. 식품을 전공했다는 남편이 아이의 나트륨 섭취가 걱정되어 도시락 준비를 같이 해 주지는 않는 것 같았다. 종종 지각을 하는 동료를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드는 생각이 많았다.
아이의 소금 섭취량을 조절하려는 마음은 훌륭하다. 자기가 조금 더 부지런해서 그걸 챙기는 엄마를 존경한다. 그러나 그 노고를 회사에서 인정받으려고 하지는 말자.
영유아기 아이 엄마들은 참 힘들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어 자기 몸 하나 가누기도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아이 건강을 위해서 아침마다 간을 최소화한 영양식을 만들고, 어린이집에서 주는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따로 도시락을 싸서 보내는 것은 찬사 받아 마땅하다.
단, 그런 찬사는 아이와 남편과 가족에게만 기대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말하지 말자.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행동을 순수하게 칭찬해주지 않는 회사와 조직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회사라는 조직은 비인간적이고 무식한 게 맞다. 그러나 우리 워킹맘들은 오늘을 살아야 한다. 워킹맘도 원하는 만큼 육아에 몰입할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보수적이고, 업무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회사에 몸담고 있다면 그런 척은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9시 출근하는 회사에 매일 5분씩 지각을 하면서 아이 어린이집에 자진해서 도시락을 싸서 보낸다는 말은 마음속에 묻어두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