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Dear 워킹맘

부부가 함께하는 적정 살림법

[Dear 워킹맘] 일이 완료되고 생활이 돌아가면 목적 달성

by 춘춘
아내도 남편도 상대방의 가사 활동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모양새만 갖추면 통과시켜 주는 것이 롱런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신혼 때 남편에게 가장 불만스러웠던 점은 행주 취급법이었습니다. 남편은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행주를 꼭 짜서 싱크대에 올려 두었어요. 다음날 뭉쳐진 행주에서 나는 은은한 걸레 냄새를 맡을 때마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수차례에 걸친 대화 끝에 행주는 탈탈 털어서 널어놓는 것으로 합의를 봤지만 그 후에도 다양한 집안일들이 서로의 기준에 맞지 않아 다투곤 했습니다.


결혼생활 십여년이 넘어가면서 이제 적응이 되어 다툼은 줄어들었는데요. 그래도 썩 마음에 들지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남편은 눈에 보이는 거슬리는 것들을 모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야 후련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뚝딱 정리를 잘하는데요. 그 점은 저도 좋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모든 물건을 어딘가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서 짱박아 놓습니다. 나중에 찾으려고 하면 온 집안을 뒤집어야 하죠.

언젠가는 빨래판을 창고 방바닥에 깔고 그 위에 물건을 차곡차곡 쌓아 놓아 빨래판 찾기 삼만리를 했던 적도 있습니다. 빨래판은 납작하니 딱 깔기 좋았던 거죠. 세탁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빨래판을 잘 쓸 일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사용하는 것이니 화장실 잘 보이는 곳에 두었던 건데 그걸 치워버리고 싶었나 봅니다.


이외에도 냉동 보관한 밥을 녹일 때 잠깐 기다리지 못하고 힘으로 꺼내다가 그릇을 다 깨 먹는다든가, 설거지 후 수세미에 고춧가루나 반찬 찌꺼기를 묻혀놓은 채로 말린다든가 하는 자잘한 못마땅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남편이라고 제가 다 마음에 들겠습니까?

사실 남편은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즉시 해치우고 본인에게 분배된 일은 규칙적으로 잘하는 편이에요. 반면에 저는 생각이 많고 행동이 늦은 사람이고요.

그러니 남편은 저를 보고 속이 터지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제가 조금 있다가 쓰려고 내놓은 물건들을 못 참고 싹 다 치워버리는 거겠죠.



맞벌이를 하면서 지치지 않고 오래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서로를 적절히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확률로 볼 때 부부 중에 아내가 살림을 더 잘할 확률이 높습니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일이 여성에게 유리한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남편의 살림이 아내의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겠죠.

가끔 동료들과 대화하다 보면 집집마다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고 대부분의 남편들이 비슷한 실수를 한다는 것을 알고 폭소를 터뜨리기도 합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이 열심히 한 일을 비난받으면 할 맛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집안일은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적정 수준에서 만족해야 오래 같이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위에 나열한 불만들이 보일 때마다 결혼 초에는 늘 언급을 했는데요. 요즘은 이를 악물고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아마 남편도 제가 뜯어놓은 택배 박스를 즉시 치우지 않는 것이 꼴 보기 싫겠지만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거예요.



또 한 가지 여성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포인트가 있는데요.

바로 집안일을 함께 하면서 ‘도와준다’라고 생각하는 남편들의 개념입니다.

같이 사는 집을 유지하는 일인데, 도와준다고 하면 발끈하는 마음이 들죠. 대중 매체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사례가 많이 나왔어요.


저도 이런 뉘앙스로 대화가 진행되면 은근히 속이 뒤틀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여러 번 생각해 보았어요.


집안일은 주로 여성이 해왔던 문화 속에서 우리가 자라왔던 시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거의 저와 동등하거나 가끔은 저보다 많은 집안일을 하는 남편도 제가 고생했다고 말해주면 칭찬받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곤 합니다. 어떤 때는 이것을 칭찬으로 생각하는 자체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걸까 꼬인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집안일은 일상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일이 완료되고 생활이 돌아가기만 하면 목표는 달성된 겁니다.

저는 회사에 나갈 수 있고, 집안일이 적당히 정리되고, 아이와 우리 부부가 각자의 사이클에 맞춰서 무리 없이 살아가면 만족합니다.

그 균형을 맞추기만 하면 일단 성공입니다.


아이가 자라면 적당한 집안일을 배정해 줌으로써 일도 좀 덜고요. 남편이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면 잘했다고 말해줘서 능률을 높이는 것도 상호 간에 좋은 일입니다.


이 일은 우리 공동의 일이다,라고 말로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싸우기 싫어서 수긍할 수는 있지만 단박에 인정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인데 한 번의 말다툼에 승리한다고 그 생각이 평생 유지되는 못하니까요.

가사 활동을 적절히 분배한 후 세팅된 채로 세월이 지나면 남편도 이 일을 공동의 일로 받아들일 겁니다.


아내도 남편도 상대방의 가사 활동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모양새만 갖추면 통과시켜 주는 것이 롱런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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