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워킹맘] 회복과 여유시간과 롱런을 위한 소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저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오래 일하면서 더 버는 쪽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 나를 오랫동안 훌륭한 상태로 잘 동작시키기 위해 좋은 윤활유를 사용해 줍시다.”
산후 조리원에서 나와 친정 엄마 집에서 몇 주 지냈는데요. 아기 옷은 가족이 함께 쓰는 세탁기에 빨기 찝찝하다고 매일 손빨래를 하시더라고요. 더구나 아기가 기저귀 발진이 심해서 한동안 천 기저귀까지 사용했습니다.
저는 출산할 때 문제가 좀 있어서 며칠 중환자실에 있다가 나온 상태였어요. 기력이 떨어져서 아기 젖먹이는 정도만 간신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엄마는 딸내미 삼시세끼 밥 해주랴, 손자 돌보랴, 빨래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으셨던 거죠
보다 못한 저는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아기 세탁기를 사 오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인터넷 구매가 저렴했지만 당장 오늘부터 써야겠더라고요.
집에 오는 길에 두부 한 모 사 오듯이 남편은 퇴근길에 하이마트에 들러 아기세탁기를 사 왔습니다.
얼마나 쓴다고 세탁기를 따로 사느냐, 빨래하는 거 하나도 힘 안 든다, 돈 버리는 짓 하지 말라며 말리시던 엄마는 빨래 삶는 기능까지 되는 아기세탁기를 보고는 얼굴이 활짝 피셨습니다.
엄마가 쭈그리고 낮아 종일 빨래하는 것만 안 봐도 살 것 같더라고요.
그 아기세탁기는 아이의 유아시절 내내 잘 쓰였고 이후에도 소량의 빨래나 행주 같은 것을 빠는 용도로 사용하다가 수명을 다하고 폐기 처분되었습니다.
아기세탁기는 돈 주고 시간을 샀던 첫 번째 물품이었습니다.
아기 엄마가 된 후로 가장 부족한 것이 시간이었던 저는 시간을 아껴주는 것이라면 뭐든 구입했습니다.
아기가 젖을 먹을 때는 젖병 세척을 손쉽게 해주는 용품들을 들여놨습니다.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이유식 마스터를 샀고요. 미리 며칠분을 만들어서 냉동했다가 녹여서 먹였습니다.
주변에서 제 마음을 흔드는 분들도 있었어요. 갓 만든 이유식만 먹이는 엄마들을 보면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음식을 종류별로 조리해서 먹을 때 섞어야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다는 조언에 마음이 울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재료를 사서 잘 씻고 이유식 마스터로 삶아서 갈아 놓는 것까지였습니다. 그 이상을 하는 건 제 능력 밖이었으니까요.
다행히 아이는 이유식을 잘 먹어주었고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 후에도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구입했습니다.
제가 없을 때 청소를 대신해 주는 로봇청소기를 사고 나서 퇴근 후 들어올 때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에 최소한 걸리적거리는 물건만 치워 놓으면 집은 그럭저럭 모양을 유지하니까요.
로봇청소기를 써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요. 청소기가 결정적으로 어리숙한 면이 있기는 합니다. 방안을 돌아다니면서 먼지를 쓸어 먹다가 뭉쳐진 먼지 덩어리를 한 두 개씩 떨어뜨리고 다닙니다. 집에 돌아와서 둘러보면 바닥이 깨끗하긴 한데 중간중간 동그란 먼지 덩어리들이 간혹 보여요. 그걸 보면 우리 부부는 ‘오늘 청소기가 일을 잘했군’ 하면서 소형 진공청소기로 먼지 덩어리 몇 개만 처리합니다. 그럼 청소 끝이에요.
또 하나 저희 집에 혁신을 가져온 물건은 식기 세척기였습니다. 저에게 식기 세척기란 드라마에 나오는 최신형 아파트나 평창동 사모님 댁에만 있는 물건이라는 고정관념이 이었습니다.
요즘은 소형 세척기가 일반화되어 사용하는 가구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식기 세척기 기술이 날로 발전했고 크기도 많이 작아졌죠.
주방용품에 관심이 많은 동생이 먼저 식기세척기를 구입했는데요. 부엌이 넓지 않은 저희 빌라에도 세척기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저희도 바로 따라서 샀습니다.
그 후 저는 식기세척기 전도사가 되었어요. 아주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마음먹고 장만한 이 장치가 집안에 가져다준 변화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그릇에 묻은 음식물을 대충 닦아내고 세척기로 돌리면 싱크대 앞에 서있는 시간이 4분의 1 정도로 줄어듭니다. 그 시간은 그대로 손 안으로 들어와 책이라도 몇 장 읽을 수 있는 여유가 되어 줍니다.
점심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데, 이때에도 조리된 닭가슴살, 손질되어 나온 야채류를 이용합니다. 도시락 그릇으로 사용하는 락앤락 통도 많이 사놓았어요. 혹시라도 씻을 시간이 없는 날은 싱크대에 그냥 두고 여분의 그릇에 담아 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설거지가 걸리적거리면 자꾸 빼먹고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는 날이 늘어나더라고요. 어차피 3만 원 정도면 여덟 개 세트로 살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저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오래 일하면서 더 버는 쪽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지치지 않기 위해서, 회복하기 위한 여유시간을 갖기 위해서 시간과 휴식을 줄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구입하고, 가끔은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오랫동안 훌륭한 상태로 잘 동작시키기 위해 좋은 윤활유를 사용해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