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Dear 워킹맘

아무도 몰래 연차 쓰세요.

<Dear 워킹맘> 에너지가 바닥을 칠때 나만을 위한 응급 처치

by 춘춘


“에너지가 바닥을 칠때 나만을 위한 휴식 시간을 꼭 가져야 합니다.”


뉴스앱 <헤드라잇>에 동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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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들은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연차가 늘 부족합니다.

아기가 아플 때,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방문해야 할 때, 아기 봐주시는 분이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친정이나 시댁에 행사가 있을 때, 휴가를 내야 하죠. 그러다 보면 남는 연차가 없으니 평소에 웬만하면 연차를 쓰지 않기 위해 기를 씁니다.


그래도 그 피 같은 연차를 가끔 자신을 위해 써 보시길 추천합니다. 연차 수당을 주는 회사라면 연말에 보너스처럼 나오는 수당이 아까울 거예요. 연차를 쓰는 게 무지하게 눈치 보이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롱런하려면서 더 오래 벌려면 휴식이 필요합니다.


저는 친정 엄마가 아이를 봐주고 계십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엄마를 볼 때마다 미안하고 마음이 아렸어요. 하루 종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애를 안았다 업었다 종종거리시죠. 분유가 끝나면 이유식, 이유식이 끝나면 맵지 않은 반찬 따로 만들기, 어린이집 뒤치다꺼리까지. 노년의 엄마가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지친 모습이 가슴 아팠습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엄마 일을 덜어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여유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숨이 목까지 차오를 때는 아주 가끔 몰래 연차를 내서 혼자 시간을 보냈습니다. 회사에는 집에 일이 있다고 하고, 집에는 회사에 출근한다고 하고, 학교 땡땡이치는 학생처럼 양쪽에 거짓말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어요. 서점에 가고, 커피를 마시시고, 혼자 멍하니 차 안에 앉아서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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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남편도, 부모님도, 내 일도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항상 함께 할 수는 없습니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면서도 내 몸이 지칠 때면 짜증스러운 말을 던져버립니다. 아이도 마찬가지고요. 하루 종일 아이 얼굴이 어른거리고, 빨리 집에 가서 보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막상 저녁에 만나 징징거리는 아기를 보면 얘는 좀 염치가 없는 것이 아닌가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광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명언입니다. 내 마음이 평안하고, 내 몸에 기운이 남아 있어야 사랑하는 사람들도 챙길 수 있습니다. 정신없이 살다가 에너지가 바닥을 치면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일을 잠깐 하면서 순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반나절이라도 만들어 보세요. 가슴 안에 새로운 공기가 들어가면 기운이 차오릅니다. 하늘을 한참 바라보고 있자면, 내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번아웃이 되어 지긋지긋했던 회사도 내가 능력이 있으니 다니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기특해집니다.

그렇게 몰래 연차를 쓰고 집으로 돌아오면 내가 가벼워져 가족들이 주는 무게를 한껏 품을 수 있습니다. 가족은 힘이 되는 존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일상에 지친 워킹맘을 쉬게 하는 존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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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쉬게 하는 방법을 꼭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게 몰래 연차를 쓰는 것이든, 저녁에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스마트폰으로로 드라마를 보는 것이든, 작은 쇼핑을 하는 것이든, 마사지를 받는 것이든, 갑자기 친구를 불러내 차를 마시는 것이든. 일도 하고, 육아도 하려면 그 사이에 순전히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요즘 저는 아이가 많이 커서 여유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래도, 생각이 필요할 때 잠깐 일상을 세우고 연차를 씁니다. 돌이켜보면 아이가 어려 육아에 허덕이던 시절에도 하루, 안되면 반나절이라도 쉬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 때문에 지난 십여 년을 쓰러지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달 초에 연차를 썼습니다. 오전에 병원 예약이 있었어요. 아침 시간에 진료를 받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노는 시간입니다. 간단한 지병이 있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요. 큰 병이 아닌데도 진료가 있는 날은 왠지 기운이 떨어지곤 해요. 그래서 병원에 가는 날은 오전에 진료를 받고 일부러 오후에 즐거운 일을 찾습니다.


그날도 병원에서 나와 쇼핑몰로 향했습니다. 혼자 영화를 보고, 구두를 한 켤레 사고, 카페에 가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며 책을 읽었습니다. 하루 종일 달콤함이란 이런 것인가 문득문득 설렜어요.


회사에서는 성실하게, 집에서는 상냥하게, 잘 안되긴 하지만 이게 저의 모토입니다. 그리고 내가 지칠 때는 격려를 위한 연차를 써봅시다. 자주 하긴 힘들겠지만 분기에 한 번, 반년에 한 번이라도 나에게 시간을 내주면 그 약발이 꽤 오래갑니다. 한번 해 보세요.

엄마들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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