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플러스

by 춘춘

연두해요, 연두해요, 요리 에센스 연두해요

쫑알쫑알 따라 부르는 아기가 답삭 올라앉은 쇼핑카트 밀며 젊은 부부가 지나간다

줄 서서 들어가던 매장 입구가 여기쯤이었던가


두루마리 담았소? 식용유 안 넣었네. 어여 하나 가져와요

할머니 지령받고 식용유 찾아 나서는 할아버지 발걸음이 바쁘다

자일리톨껌을 넣을까 말까 망설이던 계산대 앞에는, 그동안 감사했다 인사말 적힌 전단이 펄럭인다


양념 주꾸미 3킬로 만 오천 원!

양파 버섯 썰어 넣고 달달달 볶아 먹어봐요. 아줌마 오늘 안 사면 후회해!

넥타이 위에 앞치마 두른 매니저 아저씨가 무대 위에 올라가 주꾸미를 외칠 때

쓰레받기만큼 커다란 주걱으로 주꾸미 담는 아줌마들 손은 신나게 바빴다

시식하고 가세요

김치전, 소시지, 고향만두 구이에 미숫가루까지 한 모금

한 바퀴 돌면 카트도 뱃속도 두둑했던

진열대 골목골목이 여기든가 저기든가


화려한 판매대도, 쇼핑카트도, 계산대도, 시식 코너도, 주꾸미 전단도

모두 조그만 액정 화면 속으로 들어갔다


카트에 앉은 아기가, 물건 싣는 노부부가, 소리치는 매니저 아저씨가 휘영휘영 사라진다.

물건도 진열대도 모두 철거되고 바닥만 남은

홈 플러스


[시작노트]
동네에 이십 년 넘게 영업하던 대형 마트가 이번에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저부터도 모든 물건을 인터넷 배송으로 구매하니까 당연한 수순이겠지요. 대형 마트 때문에 재래시장이 사라진다고 서운해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 대형 마트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폐점 세일을 한다고 해서 가봤더니 진열대와 물건들이 싹 빠진 빈 매장만 휑하니 있었습니다. 별생각 없었는데, 막상 빈 자리를 보니 그 공간이 활기찼던 날들을 떠올랐습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