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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백필름 Mar 26. 2023

네이버 vs 슬롯

반격은 예상보다 강했다. 3월 16일 목요일 오후 5시를 기점으로 재개된 네이버와 슬롯 개발사와의 전쟁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전쟁처럼 대수롭잖게 보는 이도 있고,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 전쟁이 되나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는 이도 있다. 전쟁의 결과가 어찌 되든 난 승자의 편에 서는 기회주의자이자 이기주의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비즈니스는 정의를 추구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정의보다는 게임의 공정성이 더 중요하다. 


슬롯이라는 단어가 낯선 이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네이버는 2000년도 커머스 사업에 진출한 이후 스마트스토어 오픈, 고도몰 인수, 카페24 지분 인수, 뷰티포인트, 미미박스 등 쇼핑몰 인수, CJ택배 지분 교환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과 더불어 윈도쇼핑, N페이,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붙여왔다. 최근에는 내일도착이라는 빠른 배송 서비스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에서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가 커머스를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육성시키면서 이커머스 업계는 빠르게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네이버가 이렇게 쇼핑을 강화하면서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튀어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슬롯'이다. 슬롯은 네이버 쇼핑의 특정 상품을 인위적으로 클릭을 해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넘쳐나는 상품들 속에서 결정장애에 빠져 있는 고객들은 상단에 노출되어 있는 상품은 과거의 다른 고객들이 검증한 상품이겠거니 하고 상위 노출되어 있는 상품을 구매한다. 이커머스 초창기처럼 1페이지, 2페이지를 넘겨 가면서 신중하게 비교해 가며 구매하는 소비형태는 사라졌다. 상위 노출이 되어 있으면 판매가 되고, 되지 못하면 망한다. 그러다 보니 상위 노출을 시키기 위한 네이버의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게 상품 개발과 고객 서비스만큼이나 중요해졌다.


네이버는 상위 노출 알고리즘 요소를 공개해 둔 상태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각각의 항목은 다음과 같다. (각 지수별 세부 알고리즘은 경험치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나, 생략하도록 하겠다.)


1. SEO 점수 : 상품명과 썸네일이 네이버 가이드에 잘 맞는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다.

2. 최신성 점수 : 판매 등록 한 지 얼마 안 된 신상품에는 가점(advantage)을 준다. 판매 기간이 늘어날수록 가점이 축소된다.  

3. 클릭 점수 : 상품을 클릭한 수에 가중치를 부여해서 점수로 매긴다. 

4. 판매 점수 : 판매한 수량과 금액을 조합해서 점수로 매긴다.

5. 리뷰 점수 : 리뷰의 개수와 평점을 조합해서 점수로 매긴다. 


여기서 SEO는 네이버의 룰만 잘 따르면 만점을 받을 수 있고, 최신성의 경우에도 신규로 제품을 등록하면 만점을 받게 된다. 결국은 클릭과 판매와 리뷰인데, 이를 묶어서 네이버 알고리즘에서는 인기점수라고 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리뷰는 판매 점수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라서 결국은 네이버 상위 노출의 핵심 요소는 클릭과 판매다.


그리고 이와 함께 감안해야 할 게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수수료 약 3%에 쇼핑검색 수수료 약 3%를 더 해서 수수료가 6% 안팎이라는 점. 타 몰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이 수수료라는 요소도 슬롯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 클릭, 판매, 수수료 이 세 가지 요소가 합해져서 탄생시킨 괴물이 바로 슬롯이다. 


슬롯은 앞서 설명했듯이 네이버 쇼핑의 클릭 점수를 높여주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클릭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17년 말에 초보적인 수준으로 개발되다가 2018년부터 일부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서 도입이 되더니 2020년부터 나 같은 일반 브랜드사에도 연락이 올 정도로 보급이 되었다. 그러다가 2021년부터는 슬롯개발사와 함께 중간에 영업하는 실행사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슬롯을 안 쓰면 바보가 될 정도로 네이버 쇼핑 쪽에 전파가 많이 되었다. 


월간 검색량이 5만 이상 되는 대형 키워드는 상위 노출 판매자의 절반 정도가 슬롯을 사용하고 있으며, 1만 이상에서 5만까지 중형 키워드는 약 30%, 그 이하 키워드의 경우 10% 미만을 사용하는 정도로 체감된다. 이 지표는 근거없는 내 뇌피셜이다. 키워드가 클수록 슬롯업체에 오염된 경우가 많다. 작은 키워드의 경우 청정 지역이다. 


슬롯이 탄생한 히스토리를 상상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클릭을 높이기 위해서 판매사나 마케팅 대행사에서 구성원 중 일부가 해당 상품을 직접 클릭한다. 

2. 랭킹이 오르는 걸 확인한다. 

3. 네이버에서 동일 IP 클릭은 점수에 반영하지 않는다. 

4. IP로 인해 클릭이 잡히지 않는 걸 알고 스마트폰의 비행기모드를 활용해서 껐다 켰다 한 후에 검색을 해서 해당 상품을 누른다.

5. 랭킹이 다시 오르고 상위 노출 되는 걸 확인한다.  

6. 단순 작업인데, 시간을 많이 뺏기니까 주변의 중고등학생이나 주부 등 재택 알바를 활용해서 클릭 작업을 지시한다.

7. 어느 날, 단순 작업인 만큼 파이썬 등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알바비보다 더 저렴하겠다는 생각이 떠올라서 개발사에 의뢰한다.

8. 초기 단계의 트래픽 프로그램이 탄생한다. (지금 말하는 슬롯)

9. 가격 대비 효과가 아주 좋아서 알음알음 소문이 난다.

10. 네이버에서 기계적인 트래픽은 점수에서 제외시킨다.

11. 진짜 사람처럼 클릭을 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한다.

12. 네이버에서 클릭 점수에 제한을 둔다. (일 200 클릭 이상은 점수 반영에서 제외)

13. 네이버의 룰 안에서 점수를 받는 프로그램(유한타)과 그 제한을 뚫는 프로그램(무한타)으로 나눠져서 개발이 된다.

14. 네이버에서 유한타와 무한타 프로그램의 로직에 맞대응하기 위해서 클릭수 집계 방식을 더 고도화시킨다. 

15. 네이버의 알고리즘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우회 방식으로 패치해 나간다.

16. 슬롯 프로그램의 패치 로직을 분석해서 클릭 집계 방식을 더 고도화시킨다.

17. 15번의 반복

18. 16번의 반복

......


최근 2년간 뜨거워질 때로 뜨거워진 네이버와 슬롯의 혈투를 보면서 가중치와 점수 부여 방식에 변화를 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 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클릭점수와 함께 전환율(몇 명이 들어와서 몇 개를 구매했는지 보는 지표. 구매수/클릭수로 계산한다)에 더 많은 가중치를 주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네이버는 수수료가 상당히 낮은 쇼핑 플랫폼이다. 스스로 구매하는 자구매, 임의로 구매하는 가구매 작업이 아주 용이하다. 전환율에 가중치를 두는 순간 가구매 대행사가 성행을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수수료와 가구매와 ROAS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면 아래와 같다. ROAS는 광고비 대비 수익률을 뜻한다. 계산은 광고비/매출 x100.


쇼핑 중개 수수료 50% = 수수료/매출 = ROAS 200%

쇼핑 중개 수수료 20% = ROAS 500%

쇼핑 중개 수수료 10% = ROAS 1000%


여기에 택배비와 판매관리비, 대행사 수수료 등을 더하면 1건 가구매를 할 때 드는 총판매 수수료가 30%를 넘으면 네이버 광고를 통해 판매하는 것과 비슷해서 가구매 메리트가 사라진다. 판매 수수료가 20% 정도만 하더라도 마진이 좋지 않은 업체는 가구매를 통해 상위노출을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6% 수수료는 가구매를 통한 상위노출이 그 어떤 노력보다 쉽다. 현재 가구매를 통한 상위노출이 잦긴 하지만 완전히 대중화되지 않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트래픽 점수라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보니, 인위적인 마케팅 작업이 분산되는 것이다. 


즉, 네이버가 판매자를 계속 끌어모으기 위해 낮은 수수료 정책을 유지하는 한, 가구매를 통한 상위 노출 방식에 취약한 상태이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클릭 점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현재 방식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건 자명하다.


그렇다면 제재를 통해서 슬롯 사용 업체를 단속하는 방법은 어떨까? 이는 더더욱 어렵다. 이 정책을 네이버가 공포하는 순간, 나의 상품 랭킹 보다 위에 있는 경쟁사에 슬롯을 쏘게 해서 모두 날려버리면 된다. 슬롯은 Mid 값이라는 상품번호를 지정해서 작동하는데, 경쟁사의 Mid값을 넣는 순간 그 업체는 슬롯사용업체가 되는 셈이다. 어느 날 아는 동생에게 '요즘 계절 탓인지 네이버에서 물건이 잘 안 팔리네'라고 얘기했더니, '형, 그동안 도움 받은 거도 많은데, 형 상품으로 제 슬롯 좀 넣어드릴까요?'라는 말을 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이버는 트래픽 어뷰징으로 의심되는 상품과 판매자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최근에 경쟁사의 단어까지 랜덤으로 수집해서 트래픽을 일으키는 '롤링' 방식 슬롯 개발사로 인해 일대 혼란이 온 적도 있다. 단속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결국 기술은 기술로 막지 않을까 싶다. 슬롯 개발사들이 사람의 행동 패턴과 최대한 비슷한 패턴으로 클릭수를 만든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아니다. 임의성을 가진 Random값을 아무리 활용하더라도 그 속에서 '휴먼'과 다른 '머신'의 특징을 찾아내서 클릭이 발생하더라도 그 점수를 무효화시키는 것이다.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누구의 기술력이 더 우수한지, 누가 더 절박한 마음으로 개발에 나서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슬롯을 써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커머스 커뮤니티에는 이 의견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윤리의식과 양심과 정직 등을 언급하며 슬롯 사용업체와 개발사를 비난하는 쪽과 현실적으로 안 쓸 수 없는 상황인데 나만 불리하게 버티다가 망해야 하느냐는 의견까지. 또 한쪽에서는 이것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고도화된 테크닉인데 학습 능력이 떨어지거나 변화 적응력이 낮은 판매자들이 도태되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이 문제는 얼마 전 내 친구가 출마한 축협 조합장 선거와 닮아 있다. 고등학교 동문 중 한 명이 시골 고향에서 소를 수백 마리를 키우며 지역에서 알아주는 축산업자로 성공했다. 지역 유지로 불리며 친구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나름 정직하고 성실하며, 배우기를 좋아하는 친구라서 평판도 좋다. 두어 달 전에 전화가 와서 이번에 조합장 선거에 도전하려고 하는데, 우리 아버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선거 운동을 좀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형세는 어떻냐고 물어보니, 팽팽하긴 한데 본인이 조금 더 유리하다고 그랬다. 하지만 선거는 개표해 봐야 알지 알겠냐면서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그 친구의 인품을 익히 알고 있기에 아버지에게 부탁을 했고, 아버지도 몇 군데 전화를 돌려가며 노력을 한 모양이다. 


그 일은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며칠 전 아버지께서 서울에 올라오신 일이 있어 조합장 선거에 대해 물어보니 몇 표 차로 아깝게 그 친구가 떨어졌다고 한다. 아버지 표현을 빌리자면 "아니, 저 편에서는 일이십만 원씩 마구 뿌리면서 댕기는데, 그냥 열심히 하겠다고 말로만 해서 되겠냐'는 것이다. 아직도 선거할 때 돈을 돌리나 놀랬지만 시골이고 이권이 워낙 큰 선거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친구는 선거 시작 전이거나 중간쯤에 이 사실을 아마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슬롯을 쓸지 말 지 고민하는 우리들처럼 같이 돈을 뿌릴지 아니면 계속 양심에 맞게 선거 운동을 해야 할지 밤 새 고민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라는 분야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안도한다. 내가 만약 정치의 영역에 들어섰다면 공정보다 중요한 게 정의가 될 것이다. 상대의 윤리의식과 무관하게 나 자신의 잣대가 중요하다. 함께 돈을 써서 이긴 들 저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치부될 뿐 절반의 승리에 불과하다. 반면 비즈니스 세계는 정의보다는 공정이 중요하다. 모두가 반칙을 쓰면 함께 반칙을 써서 이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 반칙을 안 쓰면 땡큐이고, 반칙 쓰는 이가 소수면 무시하고, 다수면 함께 반칙을 써서라도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 냉정한 현실이다. 


한 때 나는 내가 윤리의식이 투철하고 양심적이라고 착각한 적이 있다. 사업 초창기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을 떼와서 인터넷에 파는데 도매상 사장님들이 탈세를 그렇게 심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금 거래만 고집하고. 그에 반해 나는 정확하게 매입 자료를 끊고 정확하게 매출 신고를 하고, 정확하게 세금 납부를 했다. 떳떳하고 양심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훗날 좀 더 경험이 쌓인 후에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우리의 국세청에서 전국민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게끔 만들었고, 인터넷사업은 매출이 100% 노출되도록 설계했으며, 탈세의 유혹을 느끼지 않게끔 제도화를 잘해 놓은 덕분인 걸 깨달았다. 그 덕에 나는 자연스럽게 성실납세자 선정이 될 정도로 양심적인 사업자가 된 것이다. 즉, 탈세를 '못' 하게끔 제도화를 해 둔 배경을 내가 '안' 한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더욱이 윤리 의식이라는 건 개개인마다 기준이 다른 탓에 내가 스스로 세운 기준이 무너지더라도 바로 자기 합리화가 가능한 영역이다. '다들 그러는데 나만 꼭 그래야 해'가 순식간에 이뤄진다. 어제까지 '슬롯'으로 네이버의 공정한 랭킹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고 성토하다가 오늘부터 슬롯을 사용하게 되면 세상의 변화에 따라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자기 합리화가 가능하다.  


사람은 커뮤니티의 영향을 크게 받다보니 하물며 나중에는 이런 현상도 나타난다. 슬롯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가입한 한 오픈채팅방에서 이번 네이버의 대대적인 단속 중에 누군가는 이런 채팅을 날렸다. '슬롯을 못 쓰면 우리같은 소상공인은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건지. 네이버가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네'. 그 아이디의 채팅에서 '양심'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걸 보고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난감했다. 


슬롯의 탄생에는 최초의 1인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 1인은 누군가에게 아주 낮은 수준의 요청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수준은 '양심'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마케터로 넘어가고, 마케팅 대행사로 확장되고, 개발사가 맡으면서 판이 커져 나갔다. 각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머리와 몸통과 꼬리와 다리를 나눠가면서 임무를 수행했고 어느새 그것이 슬롯이라는 거대 괴물로 탄생해서 우리 앞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괴멜스는 히틀러의 지시를 수행했을 뿐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이 문제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슬롯은 공정이니 정의니 하는 윤리 의식 이슈도 있지만 네이버 입장에서는 더 좋은 제품이 하단으로 추락하고 평범한 제품들이 상위 노출을 점유하는 행태가 지속되면 고객 신뢰가 무너지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와 함께 알짜배기 광고 수익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커머스를 키울려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슬롯을 사용하는 판매자 중에 상당수는 어쩔 수 없이 쓴다고 항변한다. 남이 안 쓰면 나도 안 쓸 것이라는 것이다. 반칙이 당연히 되니까 나도 반칙을 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나만 손해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존 내쉬는 게임이론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언급했다. 이를 네이버 쇼핑에 적용하면 이와 같다. 


1. 판매자 A와 판매자 B가 모두 슬롯을 쓰지 않을 경우 두 명 모두 100의 이익을 얻는다. 

2. 판매자 A는 슬롯을 쓰고 판매자 B는 슬롯을 쓰지 않을 경우 A는 200의 이익을, B는 0을 얻는다.

3. 판매자 A는 슬롯을 쓰지 않고 판매자 B만 슬롯을 쓸 경우 A는 0을, B는 200의 이익을 얻는다.

4. 판매자 A와 판매자 B 모두 슬롯을 쓸 경우 두 명 모두 50의 이익을 얻는다. (나머지 50의 이익은 슬롯 업체가 가져감)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비즈니스맨인 나는 1의 경우를 추구하나 만약 2나 3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즉시 4를 통해 최악의 경우는 막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슬롯을 사용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직까지 우리 업종에는 슬롯 사용 비율이 임계치를 넘지 않아서 사용하고 있지 않으나, 슬롯이 조금만 더 성행을 하게 되면 즉시 사용을 하고, 이를 따라잡을 계획이다.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듯 슬롯에는 슬롯으로 대응한다. 


이러한 탓에 나는 이번 네이버와 슬롯 개발사와의 전쟁을 유심히 보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네이버가 이기기를 심적으로 응원하면서도 혹시 네이버가 안타깝게 지더라도 즉시, 슬롯의 대열에 합류해서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칠 것이다. 


16일 목요일 네이버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움추린 슬롯 개발사들은 주말을 통해 재정비를 하더니 지난 주 중에 다시 우회 방식으로 슬롯을 정상화 시켰다. 21일 경 네이버의 2차 로직 변경 공격까지 슬롯 개발사들이 잘 방어하는가 싶었는데, 25일 토요일 재 로직 변경으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26일(일) 현재 슬롯 프로그램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3번에 걸친 전투 결과는 현재까지는 네이버의 승리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면 전장에서 또다른 소식이 전해질 수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이 되었든 안 되었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말이 나든 그렇지 않든, 네이버 vs 슬롯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피터지는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우리는 살아 남아야 한다. 세상의 정의와 내가 지지하는 방향과 무관하게 일단 살아 남아야 한다. 생존은 비즈니스의 원초적인 목표다. 


심판이 없는 비즈니스 게임은 '정의'보다 게임의 '공정'이 더 중요하다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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