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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백필름 Mar 19. 2023

조매화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조매화(鳥媒花)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벌과 나비가 날지 않는 한겨울, 동박새는 달콤한 꿀 향기에 이끌려 동백꽃을 찾습니다. 입술에 묻은 꽃씨를 뿌려 동백을 열매 맺게 돕는 동박새. 아기동백의 꿈을 열매 맺게 도와주는 엄마 동박새의 마음은 순결하고 고귀합니다. 아기동백은 아침에 잠이 깨면 땅 속을 흐르는 맑은 강물을 마음껏 마시고, 한낮에는 투명한 햇살 끝을 만지작거리며 소꿉놀이를 즐기다가 고요한 밤이 되면 은하를 여행하는 별들과 속삭입니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부드러운 눈송이를 골라 하얀 솜옷을 맞춰 입기도 하고, 솔바람이 불 때는 나뭇잎을 악기 삼아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가끔은 예상치 못한 혹한이 찾아옵니다. 살을 에는 매서운 추위가 덮치면 아기동백은 온몸을 웅크려서 속으로 참고 인내하며 강해집니다.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엄마 동박새가 찾아와 귓가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곧 좋아질 거야.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All is well. 염원을 담은 주문 속에 연둣빛의 어린 잎사귀가 선명한 초록으로 마법처럼 변합니다. 깊고 진한 생명의 색을 띠며 어떤 추위도 이길 수 있는 한결같은 상록수로 성큼 자랍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촉촉한 꽃잎마다 다시 생기로운 기운이 샘솟습니다. 땅 속을 흐르는 강물은 맑고 하늘 위 햇살은 눈부시게 투명합니다. 자연의 조화로움과 우주의 경이로움 속에서 아기 동백은 하루하루 꿈을 키워갑니다. 씨앗처럼 소중하게 자라는 아기동백의 꿈. 그리고 그 꿈을 열매 맺게 돕는 엄마동박새의 무한한 사랑. 조매화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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