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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백필름 Apr 23. 2023

귀여운 쿠팡

2011년 말이었다. 쿠팡이라는 신생 소셜커머스 플랫폼에 딜을 하나 올렸는데 준비한 재고 800개가 순식간이 팔렸다. 티몬에 이어 임팩트 있는 또 하나의 커머스 플랫폼을 발견하게 되어서 설렌 하루였다. 쿠. 팡.이라는 이름처럼 귀여운 사이트였다. '쿠팡'이라는 어감에는 뭔가 새롭고, 통통 튀는 귀여움이 느껴졌다. 그땐 그랬다. 


나는 '쿠팡파'의 리더였다. 2019년 겨울 비즈니스 하는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우리나라 이커머스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크게 2개 파로 갈렸다. '쿠팡파'와 '네이버파'. 쿠팡 일편단심인 나는 2011년 이후로 8년 동안 변치 않는 내 마음을 표하며 쿠팡파의 리더로 왜 우리나라 커머스는 쿠팡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지 일장연설을  펼쳤다. 네이버파의 리더였던 박모 대표는 내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을 하며 응대했고 주변 대표들이 이 논쟁에 살을 덧붙이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사내 녀석들은 꼬맹이 시절부터 그랬듯 결론은 내기로 마무리되었다. 앞으로 5년 후 쿠팡과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을 따져서 이긴 사람에게 밥 사주기. 


이 내기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우리가 처음 쿠팡에 입점했을 때 딜 거래 수수료는 10%대였다. 당시 지마켓과 옥션, 11번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서 10% 이하로 각종 기획전을 하고 있을 때라서 조금 비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딜 하나에 몇 천만 원씩 매출이 나오니까 수수료는 개의치 않았다. 


2014년도 경 로켓배송 입점 후에는 수수료가 30% 선까지 올랐지만 이 역시 매력적이었다. 당시 다른 온라인 채널가의 70% 안팎으로 공급가를 제안하면 모두 승인이 났다. 평균 판매가가 3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9천 원 정도를 쿠팡 마진으로 준 셈이다.  


CJ택배 택배비 1600원 정도.

택배 박스 등 포장부자재 평균 300원.

물류직원 일반관리비 600원

물류센터 공간관리비 500원


이를 더하면 대략 출고 비용이 대략 3천 원가량 들었다. 

그리고 전산출력과 고객 상담 비용 500원.


교환반품과 제품 하자 폐기 비용까지 감안하면 내부 원가를 최소로 하더라도 4,000원.

그렇다면 타 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해 봤을 때 쿠팡의 거래 수수료는 여전히 10% 중후반 정도. 이것만 봐도 결코 높지 않은 수수료였다. 여기에 무엇보다 대량의 재고를 전량 구입해서 반품 없이 완사입해 간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이러한 수수료로 제품을 도매로 완사입해 갈 수 있는지 '쿠팡은 정말 놀라운 회사'라며 지인들에게 쿠팡 입점을 독려하고 로켓은 어마어마한 기회의 땅이라고 설파하고 다녔다. 


언론에는 쿠팡과 티몬과 위메프가 세트로 묶여서 기사들이 나왔지만 나는 소셜 경쟁에서 일찌감치 쿠팡 천하를 예측했다. 당시 우리 회사는 소셜 3사를 비롯해 총 16군데 커머스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 추이와 그 채널의 문화를 보면 어느 정도 미래가 예측되었다. 담당 MD의 성향이 영향을 미친 주관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당시


티몬은 업무처리가 느리고, 전산화가 잘 안 되어 있었으며 일하는 방식이 관료적이었다. 

위메프는 가격이 세상의 전부인 양 오로지 가격 할인 한 가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쿠팡은 커머스라기보다는 IT회사처럼 사용성이 나날이 나아지고 있었고, 굉장히 고객 지향적인 분위기였다. 


쿠팡의 경우 판매자에게는 다소 불편하거나 억울한 지점도 있었지만, 사실 고객만 우글우글 모여 있다면 그곳을 마다할 판매자는 없었다. 조금 기분 나빠도 판매자는 고객이 몰리는 곳을 기웃거리게 되어 있다. 소셜 3사의 판매량이 엇비슷하던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무게추가 쿠팡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이 지점이 아주 중요한데, 소셜 3사를 요리조리 살펴보던 나 같은 사람들이 쿠팡이 승세를 잡았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우리 브랜드의 경쟁력 있는 아이템은 우선적으로 쿠팡에 공급하게 되고 그러면서 전장의 판세는 순식간에 훅 기울게 된다. 수많은 아이템 중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을 쿠팡부터 공급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아이템을 2위, 3위 채널에 노출하니까 결국 고객들도 각 브랜드사의 인기 있는 아이템을 찾으려면 쿠팡부터 접속하게 되는 셈이다. 승자독식의 구조가 자리 잡는 순간이다. 


이럴수록 나는 더욱더 쿠팡신도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 쿠팡은 더 이상 귀여운 회사는 아니었지만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친구'같은 느낌이었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지향한다고 천명했다. 아마존으로 인해 전 세계 얼마나 많은 제조사들이 매출을 키우며 살고 있는가. (물론 아마존 관련 책을 읽다 보면 진실은 다른 곳에 있었지만 그 부분은 눈을 감기로 마음 먹었다.) 오프라인에 진출하기 어려웠던 신생 브랜드사들이 아마존을 통해 온라인에서 성공신화를 쓴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한국에서는 쿠팡이 그 역할을 해 줄 걸로 기대되었고 일부 브랜드는 그렇게 신화를 쓰고 있었다. 


물론 쿠팡에서 12년째 물건을 팔다 보면 억울한 순간도 있고, 실망할 때도 있고, 어이없을 때도 있고, 분노할 때도 생겼다. 뭐 어딘들 그렇지 않겠는가. 나의 듬직한 친구 같은 쿠팡이기에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나쁜 기억은 빨리 잊고 좋은 추억만 간직하는 게 필수적이듯 쿠팡도 그렇다. 과거의 서운함은 다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가져가면 서로 행복하다. 다만 행복한 추억과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일어났던 사건들 몇 가지를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처럼 원부자재를 구입해서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제조 기반 비즈니스의 경우에는 자금이 늘 빠듯하게 돌아간다. 한 제품에 1천만 원을 투자했을 경우 그 제품이 회수되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커머스는 이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주었다. 지마켓이나 옥션은 늦어도 2주면 회수가 되었고, 당시 네이버는 1주일이면 회수가 되었다. 쿠팡은 주정산, 월정산 2가지 시스템으로 나눠져서 구매 확정 금액의 70%를 먼저 정산해 줬는데 평균 30일 정도 걸려서 타 채널보다는 조금 늦은 편이었다. 그래도 오프라인보다는 나았다. 오프라인 판매의 경우 평균 45일 정도 후에 정산이 되어서 자금 운용에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다. 


몇 년 전 어느 날 지인이 쿠팡 정산 주기가 늘어난 거 아냐고 물어봐서 뭔 소리인가 했더니 정산 주기가 어느새 45일로 변경이 되어 있었다. 무심결에 뜬 약관변경 동의 팝업창 중 하나가 그 내용이었나 보다. '쿠팡 MD는 더 많이 팔게 도와드릴게요'로 그냥 흘려 넘겼다. 뭐 45일이 아니라 60일로 늘어난다고 한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당시 나의 친구 쿠팡이 나날이 늘어나는 적자로 언론의 몰매를 맞고 있을 때였는데, 정산 주기를 늘려서라도 현금 운영을 잘하기를 바라며 이해를 했다. 


어느 날 쿠팡에서 순위 체크를 하려고 검색을 했는데 못 보든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유아동업계 브랜드가 빤한 만큼 새로운 브랜드가 나오면 금방 캐치가 되었다. 그 브랜드는 쿠팡에서만 판매하고 있고 단기간에 다수의 제품을 상단에 노출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판매 가격도 매우 쌌다. 어떤 브랜드인지 찾아보니 쿠팡 자체 브랜드였다. 쿠팡이 본격적으로 PB 제품을 출시한다는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고 나니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쿠팡에 판매하고 있는 동종업계 대표들과 전화로 쿠팡 PB 제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PB가 위협적이긴 하지만 패션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 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거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 예언이 맞는 것처럼 그 브랜드는 유아 레깅스 등 디자인이 가미되지 않은 노멀한 아이템 몇 가지에서만 판매를 독식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노출이 줄어들다가 나중에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2020년인가 쿠팡에서 PB제품 사업부를 씨피엘비(CPLB)라는 별도법인으로 분사하고 난 후에 다시 유아동쪽에 못 보던 브랜드가 조금씩 상위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롤리트리', '베이스알파에션셜' 등의 브랜드는 모두 쿠팡 PB 브랜드다. 그중에 우리 아이템과 겹치는 것도 있는데, 놀라울 정도 우리 베스트 제품과 디자인이 유사하다. 


PB 제품 생산 및 판매는 쿠팡 입장에서는 답안지를 본 후 시험을 치는 것처럼 유리한 게임이다. 어떤 디자인의, 어떤 컬러의, 어떤 사이즈의 제품이 몇 개 정도 팔리는지를 답안지를 모두 확인한 후에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서 팔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언론에 익히 알려졌듯이 쿠팡 직원들이 알바 삼아 후기를 남기고 랭킹에 가중치를 줘 상위 노출을 시키면 안 팔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쿠팡 PB 제품이 패션 쪽에서 어느 정도까지 장악할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도 가끔 배신을 하는 세상인 만큼 나는 속은 쓰렸지만,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초에 있었던 일도 좀 당혹스럽기는 했다. 쿠팡에서 단독상품 제작 관련해 미팅을 요청해 왔다. 내용을 들어보니 패션제품 PB 상품이 계획대로 잘 안 되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 브랜드 제품 중에서 잘 판매되는 제품을 쿠팡에만 단독으로 판매하면 주문 물량을 늘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또 하나의 제안이 타 브랜드사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제작해서 쿠팡 단독 상품으로 제안하면 그 브랜드사의 물량만큼 선주문을 하겠다는 거였다. 


며칠 후 이와 관련된 제안 이메일이 왔는데, 그 메일의 첨부 파일에는 현재 유아동 패션 인기제품과 희망 공급가, 예상 발주수량이 모두 적혀 있었다. 해당 디자인의 제품을 희망 가격에 맞춰주면 그 수량만큼 발주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담당자의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그 파일에는 우리회사를 포함해 유아동 패션의 모든 브랜드사의 인기제품 리스트와 가격, 예상 발주수량이 모두 적혀 었었다. 우리 회사 제품 중 쿠팡에 잘 판매되는 아이템도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최소한 해당 브랜드사에 메일을 보낼 때 그 회사의 제품 리스트는 빼고 보내면 좋을 텐데, 솔직하고 투명한 쿠팡은 통합 파일을 만들어서 모든 브랜드사에 일괄적으로 뿌렸다.


'음... 우리 회사의 인기 제품들도 타사에서 가격만 더 낮출 수 있으면 우리 쿠팡 매출은 모두 날아가겠군'


리얼 정글보다 더한 쿠팡 정글이다. 기존 입점업체가 디자인해서 잘 팔린 제품들 중 다른 업체가 카피해서 더 싸게 쿠팡 독점으로 공급할 수만 있다면 그 새로운 업체에 모든 발주 물량을 밀어주겠다는 거였다. 더욱이 그 내용을 공개적으로 모든 판매자에게 일괄적으로 뿌리다니.


정글에서 감정은 위험하다.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 리스트를 쭉 보니 우리가 진출하지 않은 카테고리인데 단가를 맞출 수 있는 아이템이 두세 가지 있었다. 그 리스트를 정리해서 쿠팡으로 보냈고 예상 수량을 받아서 생산 준비를 했다.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단가 맞추기가  힘들어서 인도에서 생산 라인을 돌렸다. 가을 시즌 판매 제품이라서 봄부터 바쁘게 움직여서 늦여름에 입고되었다. 쿠팡에 제품 등록을 마치고 연락을 하니까 쿠팡에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그랬다. 그리고 한두 주가 더 지나도 발주를 하지 않는데 뭔가 느낌이 싸했다. 답변은 몇번 회피하다가 마침내 담당자한테서 온 회신은 쿠팡 내부 정책이 바뀌어서 해당 물량을 지금 가져갈 수는 없는데, 판매는 잘 되게 도와주겠다고 것이었다. 


선오더를 받아서 1억 가량 제품을 만들어 입고까지 되었는데, 판매가 잘 되게 도와주겠다는 말 한마디로 상황 종료.


하지만 우리의 듬직한 친구 쿠팡은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다. 당시 그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중국계 임원이 해고되었다는 풍문이 돌았다. 우리 물건과 돈과 시간과 에너지에는 책임을 못 지는 대신, 해당 디렉터를 해고하는 걸로 책임을 대신했다. 살짝 정치면의 단신 기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판매가 잘 되게 도와주겠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마음속으로 응원하겠다'는 뜻이라는 것도 곧 확인되었다. 우리는 쿠팡의 제안으로 진행된 대량 생산 제품을 쿠팡에서는 안 팔려서 타사에서 어떻게 팔 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이 제품들이 다른 채널의 베스트 제품이 되는 전화위복을 꿈꾸면서.


해고되었다고 알려진 중국계 미국인과의 미팅은 쿠팡의 문화를 단적으로 엿볼수 있었다. 유아동 패션의 책임자라고 소개한 그는 성이 '덩'씨였다. '덩샤오핑'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이었다. 옆에 통시통역사를 앉히고 서로 이어폰을 꽂고 미팅을 했는데, FTA 협상을 하는 통상본부장이 된 기분이었다. 통역사를 통해 전달된 메시지는 하나였다.


쿠팡은 앞으로 수수료를 더 올릴 것이며, 이 정도 수수료를 감내할 수 있는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은 업체에는 더 많은 물량과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당신네 회사가 그 기회를 잡지 않겠느냐? 


처음에 10%대에 시작했던 쿠팡은 로켓배송을 하면서 30%가 되었고 다시 35%에서 40%를 넘어, '덩샤오핑'을 떠올리게 하는 디렉터를 만난 후 45%가 되었다. 게다가 밀크런 출고비와 광고비 등을 감안하면 최소 50%. 


쿠팡이 손을 내민 기회를 잡으려면 면세점 수수료를 부담해야 가능하다니. 심사숙고 끝에 로켓 엑소더스(Exodus)의 행군에 합류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우리 회사는 물론, 유아동 패션 1위 업체 역시 쿠팡로켓에서 탈출하려다가 실패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쿠팡 수수료를 감내하기 힘들어서 로켓그로스(이 서비스의 처음 이름은 제트배송이었다. 쿠팡이 풀필먼트 역할로 배송만 대행하는 서비스)로 갈아타서 열심히 판매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로켓배송에서 판매한 적이 있는 업체는 로켓그로스를 통해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로켓그로스에 판매 중인 상품코드는 모두 판매중단 되었다. 뭐지 이건? 쿠팡 서비스에 불가역성이 존재하다니. 해병대도 아니고 한번 로켓 판매자는 영원한 로켓 판매자! 라니.


추정해 본 건데, 로켓 수수료 인상 후 수많은 업체들이 로켓그로스로 이동 신청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수수료 인상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판매자 이탈만 생긴다는 걸 알고 쿠팡은 아예 동일 사업자로는 로켓그로스 서비스 신청을 못하게 차단해 버린 것이다. 그 와중에 일부 판매자는 사업자를 새로 신청해서 동일 제품을 로켓배송과 로켓그로스 양쪽에 파는 등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비용을 더 줄이고 버티면서 수수료 인상을 감내하기로 했다. 로켓배송이나 로켓그로스나 동일한 서비스인데, 수수료는 20% 이상 차이 나는 억울함에 쿠팡 담당 MD의 말이 위안이 좀 되었다. 


"로켓그로스가 언제까지 이 수수료를 유지하겠어요? 잘 아시면서."

"아, 그럼 그로스도 결국 로켓과 비슷한 수수료까지 오르게 되나요?"

"......"

"언제쯤 그렇게 되나요?"

"그로스팀에서 목표한 숫자만큼 판매자가 모인 후가 아닐까요?"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그로스 수수료 인상 공지가 떴고 이달 초부터 업체마다 계약이 갱신되고 있다. 20%대였던 수수료가 입출고비, 보관비, 기타 비용 등 합해서 계산해 보니 20% 후반. 가격과 부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소폭 인상되는 선이었다. 하지만 모든 수수료가 할인혜택 적용가로 표시되어 있었고, 그 할인혜택이 끝나면 정말 쿠팡 로켓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메리트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걸 보고 안도해야 하나라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쿠팡파'의 리더답게 우리 회사 내 쿠팡에 대한 모든 의심에 명쾌하고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었다. 처음 10% 후반 대였던 쿠팡의 수수료가 로켓서비스를 하면서 30%까지 오를 때 우리 쿠팡 담당 팀장이 '수수료가 너무 비싸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나는 당당하게 답변했다. 


"패션 비즈니스를 결국 재고 싸움이야. 그 많은 디자인과 컬러와 사이즈가 모두 다 잘 팔릴 수 없는데 결국 안 팔리는 걸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지. 근데 그 어려운 걸 쿠팡은 본인들의 수수료에 추가로 10 몇 %만 더 받고 책임지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어디에 있어?"


쿠팡에서 우리 회사가 작년 또는 전분기보다 더 성장했다고 성장지원금을 추가로 3% 더 요청할 때도 나는 흔들림 없이 바로 답변했다.


"성장지원금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수수료가 3% 더 올랐다고 생각하자고. 로켓 수수료는 33%이다 이렇게 계산해서 영업이익을 맞춰보자고. 재고 감안하면 여전히 괜찮은 수수료야."


해마다 연초가 되면 쿠팡에서 우리를 불러서 전년 실적 분석 보고서를 주면서 몇 개 제품이 다른 몰에서 가격이 무너져서 쿠팡 마진이 확보되지 못했고, 또 몇 개 제품은 재고가 많이 쌓여 있다면서 그 손실만큼 쿠팡 배너광고를 집행해 달라는 요청을 할 때도 나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내가 쿠팡 대표이더라도 이런 정책을 펼 거 같아. 쿠팡이 존재해야 우리도 존재하는데, 쿠팡 허점을 악용하는 회사들이 너무 많아. 쿠팡에 일정 수준의 마진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제품 공급한 후에 다른 채널에서 가격을 할인해 버리면 쿠팡은 이익을 낼 수가 없게 되잖아. 기분 좋게 광고비 집행해 주자고."


판매량 데이터를 무료로 보다가 어느 순간 그 데이터 이용료가 월 1백만 원이 되고, 올해 들어서는 프리미엄 2.0이라는 이름으로 월 150만 원까지 오를 때는 조금 억지 같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쿠팡이 수익 늘릴 곳이 얼마나 없으면 기본적인 판매 데이터를 상품으로 만들어서 팔까 싶기도 하네. 하긴 데이터가 돈인 시대이긴 하지. 이번에 업데이트되면서 요금이 좀 오르긴 했지만, vlookup 함수를 안 써도 공급가랑 판매가가 한 번에 보이니까 편하긴 하네. 함수 하나 줄이는데 50만 원이 좀 비싼 감이 있긴 하지만"


몇 달간에 걸쳐 해결하려고 했다가 실패했던 쿠팡 광고 시스템의 비효율성은 굳이 담당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나 혼자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쿠팡 광고시스템의 AI는 아직 챗 GPT 수준이 아니다. 쿠팡 광고는 검색 영역과 비검색 영역이 있는데 전혀 성향이 다른 이 2가지 상품이 세트로 묶여 있다. 광고 예산을 책정하면 쿠팡이 알아서 검색 영역과 비검색 영역으로 나눠서 광고를 집행한다. 그런데 검색 광고는 목적 구매라서 광고효율이 좋은데 비검색 광고는 무작위로 보여주다 보니 광고 효율이 상당히 떨어진다. 그런데 이 두 개 상품을 분리할 수 없고 사실상 예산 조정도 수동으로 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즉 좋은 상품(검색 광고)을 사려면 안 좋은 상품(비검색 광고)을 같이 살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았다. 네이버로 치면 SA광고와 GFA 광고를 세트로 묶어서 SA광고를 하려면 GFA 광고도 무조건 같이 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시간별 광고비 배분 시스템이 취약해서 광고 예산이 새벽 시간이 모두 소진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래서 출근하면 광고를 켜고 퇴근시간에 광고를 끄는 수작업을 하기도 한다. 


네이버의 가격비교에 쿠팡이 최저가를 차지하는 문제는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별도 요청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았다. 쿠팡은 인터넷 최저가와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는 걸 원칙으로 하지만 본인들 물류센터에 재고가 많이 남아 있을 경우 슬그머니 인터넷 최저가 이하로 가격을 낮춘다. 복싱 경기에서 양손을 뒤로 묶고 싸우기로 합의를 해 놓고 경기가 불리해지자 본인은 묶은 손을 어느새 풀고 펀치를 날리는 경우다. 부당하다고 이의 제기를 하면 가끔은 미안하다고 다시 묶기도 하고, 가끔은 너네 제품이 문제라며 무시하기도 한다. 


한 때 중국 판매자들이 위너시스템을 활용해서 가품 판매가 활개 쳤던 문제도 당혹스러웠다. 어느 날 갑자기 쿠팡에 우리랑 똑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자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아니 도대체,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우리 브랜드로, 우리 직영으로만 판매하는데 어떻게 동일 제품이 나올 수가 있지? 바로 신고를 하려고 사업자를 찾아봤더니 사업장 주소가 모두 중국이었다. 이건 또 뭐지?

쿠팡에다가 해당 제품 중지 요청을 하고 중국 그 회사에 국제 전화로 전화 연락을 했다. 쿠팡은 담당 부서가 다르다고 메일로 문의하라고 답변을 받았고 중국 그 회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쿠팡 쪽 담당부서에서는 회신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 브랜드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우리한테 실망을 했다면서 브랜드 로고도 없고 저품질의 제품이 왔다고 우리 회사를 욕하는 악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남의 브랜드를 훔쳐서 쿠팡에 짝퉁 제품을 파는데 조치를 취할 길이 없다니. 


결국 쿠팡 팀장과의 미팅 때 이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끝에 우리 브랜드에 화이트 등급을 부여해서 가격비교 매칭이 안 되도록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10원이라도 싸면 그 판매자 제품을 상위에 노출시켜 주는 위너 시스템은 이 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같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사고 싶어 하는 고객의 본능에는 잘 맞는 시스템이라고, 이미 아마존에서 검증되지 않았냐며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넘어갔다.


귀엽고 똑똑해 보였던 쿠팡이라는 친구 같은 플랫폼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당혹스럽거나 어이없거나 화나는 일이 많았지만, 어쨌든 우리 회사는 쿠팡을 통해 돈을 벌고 있고 성장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의 사건들은 에피소드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쿠팡파'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한 때 나를 추종했던 '쿠팡파' 신도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변절자다. 내가 변절했다고 생각하는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나는 이제 쿠팡 이외의 곳에서도 물건을 잘 산다. 특히 네이버쇼핑을 즐겨 이용한다. 


로켓배송이 나오고 난 후부터 나는 몇 년 동안 오직 쿠팡만 이용해서 쇼핑을 했다. 쿠팡은 빠르고, 모든 물건이 다 있었으면, 최저가라는 믿음이 있어 가격 비교를 할 필요가 없었다. 괜찮은 상품은 대부분 쿠팡에 다 있었고, 가격은 최저가와 연동되어 있었다. 여기에는 쿠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존재했다. 굳이 바쁜 시간에 네이버나 다나와 같은 곳에서 가격 비교를 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 믿음은 사라졌다. 쿠팡이 그동안 보여 준 행동들. 천문학적인 적자에서 흑자로 반등하기까지 분투한 그 과정 속에서 나의 믿음은 조금씩 옅어지다가 지난해 수수료 인상 사건을 겪으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성장지원금을 낼 수도 있고

재고부담을 광고비 명목으로 납부할 수 있고

기본적인 판매 데이터를 돈을 주고 볼 수도 있고

원치 않더라도 비검색영역 광고를 할 수도 있고

정산이 늦어질 수도 있고

PB 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 인기제품을 카피해 달라고 타사에 요청할 수도 있고

선오더를 주문했다가 이를 취소할 수도 있으며

반기마다 수수료를 5%씩 인상시켜 달라는 제안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쿠팡이라는 기업이 비즈니스의 1차원적인 목표인 '이익'을 내기 위해서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걸 잘 안다. 뉴턴은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른다는 걸 법칙으로 증명했다. 쿠팡의 모든 작용에는 비용이 발생하고, 그 비용은 쿠팡에서 제조사로, 다시 고객으로 전가되는 반작용이 따른다. 다시 말해 쿠팡이 이익을 늘리려는 모든 작용에는 판매가 인상이라는 반작용이 반드시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라는 한 명의 고객은 쿠팡 외에도 네이버에서 가격 비교를 하기 시작했고, 쿠팡 보다 더 괜찮은 상품이 더 저렴하게 네이버에 판매되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믿음이 조금씩 깨졌다. 내가 가진 쿠팡이라는 신념의 왕국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가끔씩 하던 나의 외도는 빈도가 잦아들어서 이제 노골적으로 쿠팡과 네이버를 모두 검색한다. 


나의 바람기가 잦아들지 않는 더욱 큰 이유는 양쪽을 비교한 후 제품 품목과 가격과 서비스에서 네이버가 더 만족스러운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은 배송이 빠르다는 장점과 받은 제품이 불만족스러울 때 반품이 용이하다는 장점 외에는 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것도 큰 이점이긴 하지만, 한 때 '쿠팡파'의 리더 역할을 하며 열심히 포교활동을 했던 나의 입장에서 보자면 실망스러운 결과이다. 


최근 내가 쿠팡 관련해서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건 RTV 서비스다. RTV가 무슨 약자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앞글자의 R은 Return의 R일거라고 추정한다. RTV는 로켓배송인데 반품이 되는 조건의 계약이다. RTV를 처음 듣는 사람을 위한 일반 로켓배송과 RTV 로켓배송 요약 FAQ.

Q. 로켓배송과 서비스상의 차이점은?

A. 똑같다. 


Q. 수수료는?

A. 똑같다.


Q. 그렇다면 다른 점은?

A. 안 팔리는 물건은 업체에서 다시 반품을 받아야 한다.


Q. 그럼 로켓배송으로 하지, 왜 RTV로 계약하지?

A. 쿠팡이 원하니까.


RTV 계약을 할 경우 기존 로켓배송과 동일한데 판매량이 80%를 넘지 못할 경우엔 다시 반품을 받아야 한다. 쿠팡 발주시스템은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며 판매해야 하는 패션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봇이 아닌 사람이 엑셀을 돌려서 예측발주(또는 예외발주)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사람이 하다 보니 실수가 잦아서 과잉발주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해결 하려고 내놓은 시스템이 RTV라고 나는 해석한다. 발주를 업체에서 직접 하게 하고 안 팔릴 경우 반품 또한 업체에서 받도록 의무화시켜서 발주 책임을 확실하게 하는 것. 


이 서비스가 안착 될지, 쿠팡의 하나의 테스트 시스템으로 끝날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안착을 하게 된다면 이는 놀라운 결과다. 앞서 우리 회사 쿠팡 담당자와의 대화에서 내가 계속 주장했던 게 쿠팡 로켓이 사실상 수수료가 높은 게 아니라고 반론했던 이유가 바로 '재고 리스크'를 쿠팡이 부담해 준다는 것이다. 


'쿠팡 수수료가 45%지만 안 팔리는 재고를 쿠팡이 부담하면 그렇게 높은 건 아니야. 이 정도 수수료는 받아야 쿠팡도 먹고살지.'


그런데 이제 RTV가 나와서 안 팔린 재고조차 업체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수수료는 45%. 게다가 광고도 해야 하고, 데이터 비용도 내야 하고, 연말이면 배너 광고도 부담해야 하고, 골든박스(쿠팡 재고를 업체 광고비로 소진시키는 구좌)도 진행하고, 성장할 경우엔 성장장려금도 내다보면 50%가 훌쩍 넘는다. 그런데 재고도 판매사 부담이다. 우리 쿠팡 담당자의 모든 질문에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했던 나는 이제 답변이 궁색해졌다. 음... 이건... 글쎄... 왜... 나도 좀....


40달러 후반 대였던 쿠팡 주가는 최근 15달러에서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주주이익을 위해 다시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쿠팡의 임원진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양이다. 쿠팡이 Bom Kim이라는 미국인 대표가 경영하고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계 회사인지, 손 마사요시가 이끄는 일본계 투자사가 최대주주인 일본계 회사인지 나는 잘 모른다. 어쨌든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냉혹하고 과감한 정책을 펴면서 애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쿠팡 주식을 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가 예전의 쿠팡파 리더였다면 영끌을 했어라도 쿠팡 주식을 사고 주위에 이런 가격은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외치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판매자에 앞서 한 명의 고객인 나는 선뜻 쿠팡 주식을 못 사고 있다. 


나는 쿠팡이 어려워질 거라고 보진 않는다. 쿠팡은 앞으로도 번창할 것이다. 그럴 것으로 확실하게 믿고 있다. 다만 번창하는 카테고리가 제한적일 것이다. 그 카테고리는 판매자가 아니라 고객인 내 입장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 빠른 배송이 필요한 카테고리

- 용이한 반품이 필요한 카테고리.

-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도 무방한 카테고리


식품류처럼 빠른 배송이 필요한 영역에서 쿠팡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긴가민가 싶은 아이디어 상품에서도 쿠팡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브랜드 영향력이 있고 마진폭이 큰 아이템 중에 생활에 필수적인 카테고리 영역에서도 쿠팡은 계속 지배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카테고리에서는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을지도 모른다. 


고객은 현명하다. 지인 중에 쿠팡 수수료 때문에 동일 제품을 상품명만 다르게 해서 다른 몰에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똑똑한 고객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 미세한 차이를 금방 눈치채고 나처럼 only 쿠팡에서 one of them의 쿠팡으로 신분으로 격하시킬 것이다. 


우리 회사 아이템이 쿠팡에 강한 아이템인지 아닌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쿠팡에서 판매량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이만큼 커지는데 쿠팡이 기여한 바가 워낙 커기에 그 은혜에 대해서는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과는 별개로 쿠팡이 얼마 전에 차지한 이커머스 왕좌의 자리를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글의 주인은 종종 바뀐다. 공룡의 시대가 끝나고 사자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쿠팡이라는 사자는 입점업체들이 숨이 대롱대롱 붙어 있을 정도로만 이익을 남겨주고 나머지는 모두 흡수할 모양새다. 일부 업체들은 이미 쿠팡 전속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순진한 초식동물이 살기에 정글의 우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를 잡아먹으려고 내 앞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거리며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는 쿠팡이라는 사자를 나는 한 때 귀엽다고 표현하는 만용을 저질렀다. 그래도 아기사자는 귀여웠다. 비록 사자가 다 자라서 내가 잡아 먹히는 일이 있더라도 귀여운 건 귀여운 거다. 


멀리서도 바로 눈에 띌 정도로 온몸에 얼룩무늬를 칠한 얼룩말처럼 우리 회사를 비롯한 브랜드 사들은 맹수에게 언제라도 잡아 먹힐 만큼 순진하고 정직하다.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서 죽어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두 다리와 늘 뜻을 함께 하는 무리가 있다. '귀여웠던' 사자의 시대가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커머스 플랫폼 정글에 새로운 왕좌가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나는 내기에서 질 거 같다.  


뭐 그럼 또 어떤가. 흔쾌히 밥 한번 사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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