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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백필름 Jun 25. 2023

7년 차 사내 북클럽 (독서경영) 리얼 후기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이었다. 지인과 함께 세미나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독서경영 관련해서 대화를 나눴다. 늘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지인은 이미 6개월 전에 회사에 독서 경영을 도입했다고 한다. 독서의 효과가 좋다고 적극 추천했다.


생각이 길어지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실행이 늦어질 걸 알기에 그 주 토요일에 교보문고에서 책을 쭉 훑어보고 17일 월요일에 출근해서 직원들한테 다음 주 금요일부터 우리 모두 함께 책을 읽고 북토크를 나눌 거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첫 북토크 책이 일본 작가가 쓴 '청소력'이었다. 안 쓰는 물건을 버리고, 깨끗한 공기로 환기를 시킨 후 감사하는 마음으로 청소를 하면, 우주의 기운이 와서 행운을 준다는, 다소 허황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책을 함께 읽은 후 우리 회사는 좀 더 깨끗해졌다. 


 내가 북클럽을 운영하게 된 배경의 근본을 좇아보면 무자본 창업이 그 뿌리다. 2016년 화장실도 없는 3.3평 주차장에서 첫 창업을 하다 보니 직원 한 명 뽑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화장실을 가야 할 땐 옆 건물 수위 아저씨가 없는 빈틈을 타서 몰래 다녀와야 하는 회사를 선호하는 직원은 세상에 없었다. 그 당시 우리 회사 입사조건은 단 하나. '내일도 출근하는 직원'이었다. 그러다 보니 초기 입사 직원들은 열정도 있고 의욕적이었으나 기초 지식이 좀 얕았다. 


직원의 실력이 회사의 실력인 만큼, 어떻게 해서라도 직원들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외부 강연이나 컨설팅을 받을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책이 제일 쉽고 효과가 커 보였다. 저비용, 고효율. 가성비가 가장 좋은 학습 방식이 독서라고 확신했다. 


그날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은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 동안 북토크 시간을 가졌다. 당시 퇴근을 한 시간 일찍 해줬기 때문에 조기 출근에 따른 거부감은 크지 않았다. 초기에는 2주에 한 번씩, 월 2회씩 했으나 벅차다는 의견이 많아서 중간에 월 1회로 수정했다. 직접 책값 일부를 내면 완독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50% 도서비 지원을 했으나 나중에 100% 지원으로 변경했다. 


시작할 무렵에 독서경영 방법론을 좀 배웠는데 그중 제일 와닿은 방식은 '본, 깨, 적'이었다. 책에서 본 것, 깨달은 것, 마지막으로 내 삶에 적용할 것을 차례차례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이 방식으로 진행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책에서 느낀 점', '인상 깊은 점', '책 내용 중 나누고 싶은 이야기' 위주로 흘러갔다. 가끔씩은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해서 북토크를 하는 건지 일상 잡담을 나누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책 선정은 연말에 직원 1인당 1권씩 추천해서 내가 최종적으로 선정한다. 나도 추천 도서를 넣어서 아주 신중하게 총 11권을 고른다. 1권을 비워두는 이유는 신간 중 좋은 책이 나오면 끼워 넣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자유도서 시간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11권을 선정할 때는 직무 간 균형을 우선 고려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브랜딩이나 마케팅 관련 서적이 주를 이루고 자연스럽게 고객상담, 물류, 회계 등 관리부서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실용서뿐만 아니라 소설, 에세이, 철학, 동화, 웹툰 등 분야별로도 다양성을 추구한다. 연초와 연말 등 시즌과 책 내용의 무게와 재미요소도 도서 선정 시 감안한다. 무거운 주제의 책이 한 권 있으면 그 뒤에는 가벼운 책을 한 권 배치하는 식이다. 


북클럽은 1년 임기의 북클럽 리더를 뽑아서 전반적인 운영을 맡긴다. 그가 책 안내도 하고 중간중간 독서 독려 메시지도 보내고, 도서 구입과 정산도 맡는다. 조 선정과 가끔씩 하는 저자 초청, 책거리 등의 행사도 기획한다.

북클럽 진행은 전적으로 각 조의 조장이 맡는다. 매번 랜덤으로 조장이 선출되는데 그 조장이 알아서 운영한다. 큰 기조는 즐겁고 재미있게 얘기 나누는 것. 농담을 주고받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 분위기여야 한다. 간식을 먹으면서 책에 관련된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눈다.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책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조는 미리 선정이 되지만 나는 당일에 어떤 조에 참석할지 직접 결정한다. 예전에는 나 역시 동일하게 한 달 전에 조 배치가 되었는데, 직원 중 한 명이 내가 참석한 조는 열독률이 높고 그렇지 않은 조는 열독률이 낮다고 당일에 정하는 게 더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일리가 있어서 받아들였다.  


내가 조를 고르는 기준은 다음 3가지다. 최근 입사했거나 평가가 필요한 직원이 속한 조에 참석하는 게 최우선 조건이다. 만약 수습 직원이 없을 경우 팀장 등을 통해서 최근 고민이 많거나 상담이 필요해 보인다는 직원이 속한 조에 참석한다. 그러한 직원도 없을 경우 책을 추천한 직원이 있는 조에 참석한다. 


독후감은 3 문장 이내로 짧게 써서 제출한다. 북클럽 전날까지 제출하는 게 룰인데, 당일 아침에 적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끔 인상 깊게 책을 읽은 직원들은 장문의 독후감을 쓰기도 한다. 휴가 등 사정상 독후감을 남기지 않을 경우 북클럽 리더가 늦게라도 리마인드 메시지를 통해서 모두가 독후감을 한 줄이라도 남기게끔 운영한다. 


책은 꼭 읽지 않아도 된다. 아예 안 읽더라도 특별한 별칙은 없으며 한 장만 읽고 와도 무관한다. 하지만 책을 읽고 오는 직원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혼자 안 읽고 오면 뻘쭘하기도 하고, 얘기 나눌 때 주제 거리도 없어서 대체로 몇 장이라도 읽고 온다. 가끔은 유튜브 등을 보고 오는 직원도 있다. 즉 북클럽 참여는 의무이지만 독서는 의무가 아닌 것이다. 그래도 팀장들한테는 꼭 읽고 오는 모범을 보이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다행히 나는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모든 책을 읽었다.  


사실 책 한 권 읽기 정말 힘들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북클럽을 처음 시작하면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내가 취한 방법은 가볍고 작게 시작하기였다. 쉬운 책을 선정한 후 안 읽고 와도 되니 일단 시작부터 하는 것. 그리고 북클럽을 몇 번 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중단할 수도 있다고 미리 얘기해 뒀다. (물론 3년쯤 지나서 습관이 된 후에는 북클럽은 우리 회사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킬 문화라고 선언했다.)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이를 강행할 수 있었던 건 독서의 효능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독서가 달리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방구석에서 뒹굴뒹굴거리다가 아내에게 끌려서 동네 한 바퀴 뛰고 온 뒤 '오늘 괜히 달렸어'라는 말을 나는 해 본 적이 없다. 뛰기는 싫었지만 다 뛰고 나면 언제나 상쾌하고 건강해진 기분을 느꼈다. 독서 역시 읽기는 싫지만 다 읽고 나면 똑똑해지는 기분도 들고 뿌듯한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독서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으면 유익한 점은 아주 크다. 다만 읽기 싫을 뿐인 것이다. 몸에 좋지만 머뭇거리게 되는 건 살짝 떠밀어도 된다고 나는 믿는다.


책을 읽다 보면 완독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부질없다. 책 한 권을 썼다는 건 정말 위대한 일이다. 하지만 위대한 건 위대한 거고 그 책의 유익은 유익대로 따져봐야 한다. 책 한 권을 읽으려면 꽤 많은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얇은 책은 3~4시간이면 읽을 수 있지만. 보통 6~10시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그 시간만큼 책이 유익해야 그 책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가끔은 책이 독자가 아니라 저자를 위해서 쓰이기도 하고, 짜깁기나 내용의 수준이 낮을 때도 있다. 가끔은 상당히 좋은 책이지만 내 상황과 맞지 않아 공감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경우에 완독은 의미 없다. 그냥 쓱쓱 한번 훑어보고 덮으면 된다. 


나는 내 방 책장을 3가지 기준으로 분류해 놓았다. 내가 읽은 책, 내가 읽을 책, 그리고 인테리어 소품용 책. 인테리어 소품용 책은 내가 잘못 샀거나, 읽다 보니 전혀 도움이 안 될 것 같거나, 세미나 같은 곳에서 선물로 받았는데 내 취향이 아닌 경우에 그곳에 보관한다. 언젠가 이 책들을 버리겠지만 아직은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다. '아이의 학습 능력은 그 집의 책 권수와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예전에 어디에서 한번 읽은 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북클럽을 운영하려면 대표의 강한 의지가 필수적이다. 아주 아주 강한 의지가. 하지만 사실 대표의 강한 의지야 3달 정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초기화될 수 있다. 현업에 닥친 이슈를 해결한다고 정신이 없는데, 한가롭게 북클럽 시간을 마련해서 에세이나 읽고 시시덕거리다 보면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현타'가 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에너지드렁크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한 권의 책은 한 접의 보약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조직의 체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서 강한 의지력은 필수이지만 결국은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북클럽을 정례화시켜야 하며, 그 어떤 경우에도 중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실무를 맡아서 진행할 담당자가 필요하며, 책거리 같은 이벤트를 통해서 재미를 더해줘야 한다. 가끔씩 가볍고 흥미로운 책들도 넣어서 책 읽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3년 전에 우연한 기회에 저자초청 특강을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저자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건 기대보다 신선했다. 그 뒤로 해마다 1~2번씩 저자초정 자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선정한 책 중 관심 있는 주제가 있으면 그 저자에게 연락을 취한다. SNS를 이용하기도 하고, 출판사를 통하기도 하고, 지인을 통해 알아보기도 한다. 거절하기도 하고 반기기도 한다. 강의료를 거절하는 분도 계시는데 아주 유명한 분이 아니면 적절한 선에서 답례를 하면 좋다. 


책거리는 연말 이벤트성으로 진행한다. 첫 책거리는 시집을 읽고 각자 자작시를 써보는 거였다. 그 해 12월에 정호승 시인의 시 묶음집을 읽었는데, 학창 시절 기억이 떠 올라서 함께 자작시를 써보기로 했다. 각 조별로 1, 2위를 뽑아서 연말 송년회 때 6명이 자작시 낭송회를 했고, 운 좋게 등단한 시인분이 심사위원으로 오셔서 수상자를 뽑고 시상을 했다. 그날 송년회 때 바이올린 연주팀을 초대했었는데 직접 연주하는 BGM 속에 읊는 시는 감흥이 남달랐다. 당시 대상을 받은 시는 물류팀 팀장이 썼던 '알사탕'으로 기억한다. 


그다음 12월에는 웹툰을 읽고 1단에서 4단짜리 웹툰을 직접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게 계기가 되어서 나중에 우리 회사에서 출판업을 등록해서 육아웹툰 작가들의 작품으로 '오즈툰'이라는 웹툰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책거리 중 가장 인상 깊은 건 일력 만들기였다. 36명의 직원들이 그동안 읽은 북클럽 도서 중에서 인상 깊은 문장 10개씩을 추려서 제출했는데, 이를 365일짜리 일력으로 만들었다. 매일 일력을 한 장 찢을 때마다 우리가 함께 읽었던 책의 문장을 다시 한번 만나는 건 특별한 느낌이었다. 이 일력은 VIP 고객과 지인들에게 선물해 줬는데 아주 반응이 좋았다. 올해에는 어떤 책거리를 할까, 아마 가을쯤 되면 멤버들과 논의해서 뜻깊고 재미있는 책거리 이벤트를 기획할 것이다. 


이렇게 북클럽에 참석한 직원들의 후기는? 당연히 '힘들다'가 제일 많다. 책 한 권 읽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 특히 책 읽기가 훈련되지 않은 사람한테는 상당한 고역이다. 하지만 이 힘들 걸 몇 년째 해내고 있는 직원들의 리뷰는 처음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육아맘인 직원은 '제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덩달아 책을 좋아하게 되었어요'라는 후기를 남겼다. 집에 실용서 3~4권 빼고는 책이 없던 직원은 책이 조금씩 쌓이자 책장을 샀고 이제 주말에는 가끔 서점에 간다고 전해주었다. 또 어떤 이는 '제가 책을 읽으면 엄마랑 아빠가 북클럽 주간이 도래했다는 걸 알고 응원해 준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책 읽기의 가장 큰 변화는 아마 '책을 전혀 읽지 않던 사람'에서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으로 본인의 정체성이 변한 게 아닐까 싶다. 정기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 이게 어쩌면 가장 큰 효능일 것이다.


회사에서 전 직원이 같은 책을 읽는 만큼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건 이상한 책 고르지 않기다. 베스트셀러 중에는 '대충 살아'라는 책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책들이 심신의 위로와 영혼의 안식에는 도움을 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 잘하려고 노력할 필요 없고, 지금 이대로 좋다'라는 마인드는 조직에는 맞지 않다. 조직의 북클럽은 '개인의 성장'이라는 또렷한 목표가 있다. 그래서 '현실 안주'를 추구하는 책은 걸러내야 한다. 


북클럽을 하면서 내가 느끼는 장점은 직원 개개인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와 직원이라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책을 읽은 '사람 대 사람'으로 좀 더 직원을 이해하게 되었다. 몇 년씩 같이 일을 하더라도 일 외의 주제로 대화를 나눌 일이 의외로 적다. 책은 매번 특별하고 색다른 토픽을 제공해 주고, 이 주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직원들의 가치관과 개인적 고민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같은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는 점도 효과 중 하나다. 책에 나오는 단어는 북토크를 통해서 입에 붙게 되고 이를 모두가 함께 사용하면서 친밀감과 유대감이 형성된다. '애자일' 책을 읽으면 애자일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고 'OKR' 책을 읽으면 'OKR'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다. 책을 통해서 멤버들이 비슷한 단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원팀 마인드가 더 강화될 수 있었다. 


독서는 내가 처음 도입한 계기처럼 '학습과 성장'의 문화를 조직 내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게 도와준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행위 자체가 조직의 DNA로 자리 잡는데 분명하게 기여한다. 그리고 이는 꼭 지적 영역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고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책을 통해 사색을 하고, 깊이 몰입해서 생각을 하면서 우리 뇌의 생각 근육은 더욱 강해진다. 


이렇게 책이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책 읽기는 힘들다. 어떻게 하면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그 어떤 훌륭한 계획도 실행이 따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실행하는 자가 세상을 바꾼다. 책 읽기 실행을 도와줄 팁 몇 가지를 공유해 본다. 


독서를 도와주는 요령 중 하나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동시에 읽는 거다. 아침에 읽고 싶은 책이 다르고 저녁에 읽고 싶은 책이 다르다. 휴일에 읽고 싶은 책과 월요일에 읽고 싶은 책이 다르다. 비 오는 날과 맑은 날 읽고 싶은 책이 다르다. 내 기분에 따라서도 읽고 싶은 책이 또 다르다. 어떨 때는 깊이 있는 책에 빠져들고 싶고, 어떨 때는 소설책을 잡고 싶다. 또 어떨 때는 회사 일에 직접 관련되는 책을 읽고 싶기도 하고, 사람에 대해 고민일 때는 심리학 책에 이끌리기도 한다. 그래서 책상에 3~4권 정도 다른 분야의 책을 펼쳐 놓으면 그때그때 내 상황에 맞춰서 책을 고를 수 있어서 독서 습관을 유지하기에 아주 유익하다. 마치 밥상의 반찬처럼 다양한 메뉴의 반찬을 올려놓으면 그날의 기분에 따라먹고 싶은 반찬을 골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직접적으로 독서에 도움 되는 팁도 있다. 책 읽기는 필요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책을 읽고 싶을 정도로 '심심'해야 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게 넘쳐나는 세상이다. 특히 TV와 스마트폰에는 무한대의 재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책의 재미는 느리게 전파되기 때문에 TV와 스마트폰과 대적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취하고 있는 방법은 아래 두 가지다. 


우리 집에서 TV는 아이패드를 통해서 보는 게 원칙이다. TV가 거실이나 안방에 있으면 TV 보는 게 디폴트이고 책 읽는 사람이 다른 공간으로 피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러한 독서환경은 너무 열악하다. 독서가 디폴트가 되고 가족 구성원 중 TV를 볼 사람이 아이패드 등을 통해서 다른 장소로 피해서 봐야 한다.  


그다음은 스마트폰과 거리 두기다. 내 스마트폰의 집은 차다. 퇴근할 때 스마트폰을 차에 두고 내린다. 그러면 집에서 책 읽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아내와 대화를 좀 나눈 후에 샤워를 하고 나면 이내 '심심'해진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으로 손이 간다. 스마트폰을 집에 갖고 오는 순간 유튜브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과 카톡이 끊임없는 재미를 나에게 선사한다. 하지만 모두 인스턴트 재미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순간의 쾌락 속에 평온한 밤 시간은 모두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나는 주말에도 종종 폰을 차에 두고 온다. 폰을 집에 가져오지 않을 때의 효능은 실행해 보면 바로 안다.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을 한번 느껴 보고 싶지 않은가?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폰을 집에 가져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럼 책 읽는 시간 동안은 폰을 꺼두면 된다. 폰을 꺼서 저 멀리 눈에 보지 않는 곳에 숨겨두자. 그리고 미지의 활자 세계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책 속 여행의 신비로운 경험을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마다, 직원들과 함께 간식을 먹으면서 유쾌하게 그 재미를 나눌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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