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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Lee Apr 06. 2023

20년이 걸린 기부

[일기] 23.04.01의 기록

23.04.01

아침부터 분주한 토요일이었다. 나의 계획엔 1. 옷장의 옷들 시즌 바꾸기(침대 매트리스아래 수납장의 얇은 옷을 옷장으로, 옷장의 두꺼운 스웨터류를 수납장으로..), 2. 옷정리 중 안 입는 옷들 박스에 포장해서 기부하기, 3. 화분들 분갈이하기, 4. 이불 빨래등으로 다른 주말과는 다른 바쁜 토요일 일정을 계획했다.


나는 옷 기부는 처음이다. 사실 기부는 모두 처음이다. 20년 전 성인이 되었을 때, 난 기부하는 성인이 되고 싶었고, 여느 20대와 같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다. 그렇게 차선책으로 후원이 아닌, 장기기증(그 당시 내가 가진건 건강한 육체뿐이었다.)으로 대리만족을 하게 되었다. 장기기증(만약 내가 뇌사상태거나 죽었을 시 기증), 조직세포(혈소판, 골수 등등이 필요한 사람과 내가 매치될 경우 기증) 기증 신청하고, 신분증에 발급받은 스티커를 하나 붙이고 언제 연락 올려나 설렘&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렸었다.


그러나 원래 매칭되는 조직이 쉽지 않은 것인지, 내가 일반적이지 않은 dna 조직을 가진 건지 20년간 한 번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20년간 연초마다 단체들에서 탁상 달력을 받을 때면, 미안함까지 들었다.

(난 100원도 후원한 게 없고, 20년 전 기증 신청서 몇 개 작성하고 몇 가지 검사한 게 20년간 매년 달력등을 제공받았으니, 단체들은 운영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 장기&조직 기증 신청 때엔, 나중에 돈 벌면 꼭 1만 원이라도 경제적인 정기 후원을 해야지 하던 다짐은 취업을 하고, 돈을 벌게 되었지만, 작은 월급에 기부는 1년만 미루자, 내년에 연봉이 조금 오르면 그때부터 해야지... 하다가 20년이 지났다.


지금의 난 그때의 나보다 약 4배 높은 연봉을 받지만, 월급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은 20년째 계속되었다.

그러다 나는 얼마전 이렇게는 평생 기부를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기부단체를 알아봤다.

처음 기부 단체를 알아볼 때는, 이렇게 퍼블릭(사실 내 글을 읽는 사람은 몇 없지만...)하게 글을 남기거나 남에게 알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3,4 군대 국내외 기부단체를 선택(20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내 연봉이 4배 올랐으니, 4군데에 기부하면, 20년간 기부를 실천하지 못한 게 정당화되는 느낌이 들었다.)하고 정기 후원 신청을 하고 나니, 뿌듯함보다는 이게 뭐라고 20년을 망설였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퍼블릭에 기부사실을 노출하지 말자'라는 나의 생각도 바뀌었다. 20년 동안의 나와 같이 사느라 잊고 있는 누군가의 기부본능?을 깨워주고자 노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타인이 보고, 자랑하려고 기부했네, 기부하는 게 뭐라고 자랑하고 있어...라고 생각할까 I유형에 소심한 나에겐 쉽지 않고 부끄러운 선택이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나의 카카오 프사의 기부 감사편지 사진이나, 이 글을 보고, 나도 기부해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아름다운 가게' 옷기부로 돌아와서, 난 당근에 판매하려 올렸던 옷들을 모두 삭제하고 박스에 넣고, 옷장정리 중에 안 입는 옷들도 모두 박스에 넣었다.그렇게 2박스를 들고 ”아름다운 가게“로 향하였고, 첫 옷 기부를 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가게 기부 물품을 방문 수거, 택배, 오프라인 매장 방문의 3가지로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 확인 =>  https://www.beautifulstore.org/donation)    






3개의 화분들을 분갈이해주었다.. 코인 빨래방 가서 이불 빨래까지 오늘 나의 미션들은 새벽 1시가 되어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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