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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Lee Mar 26. 2024

직관, 직감, 착각

나는 왜 나의 반쪽을 화나게 했는가... 

얼마 전 나의 반쪽과 있었던 일이다. 

당근에 고양이 장난감을 하나 올렸다. 보통 당근 거래엔 50% 이하 가격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난 별로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라, 살 때 가격의 70% 정도 가격에 올렸다. 바로 팔지 않아도 되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을 50% 이하로 내리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바로 구매 희망자가 있었고, 그분이 우리가 있는 지역으로 오셔서 구매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거래를 하기로 한 날, 난 출근을...  나의 반쪽이 나 대신에 제품을 가지고 나가 거래를 하기로 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그런 평범한 하루였고, 당근거래를 하기로 한 오후 2시가 되었고..  구매자는 만나기로 한 장소 A가 아닌 B 골목에 있다는 문자를 나에게 보내왔다. 

난 그 문자를 캡처하여 반쪽에게 보내며, 구매자가 C 골목에 있는 거 같으니 그쪽으로 가봐 줘요~라고 부탁을 했다. (난 C골목이 B골목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C와 B는 다른 방향의 다른 골목으로 둘은 어긋났고, 이 사실을 깨닫고, 반쪽이 A로 이동하고, 구매자에게도 원래 장소 A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보낸 뒤 거래를 마쳤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나는 왜? 구매자가 원래 약속한 장소 A가 아닌, B에 있다고 했을 때, 구매자에게 A장소에서 만나자고 왜 얘기하지 못했을까?? 그랬다면, 나의 반쪽은 C장소로 이동했다가 다시 B장소로 이동하는 헛수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구매자가 B지점에 있다는 문자를 보고, 반쪽에게 C지점에 있는 거 같으니, 거기로 가봐요.라고 말한 그 짧은 찰나의 순간... 난 그 찰나에 무슨 생각이었을까?

   

1. 난 당연히 B와 C가 같은 곳이란 착각을 했다.  

2. B지점에서 거래하자는 문자를 캡처하여 반쪽에게 보냈고, 혹시 내가 장소를 착각해도 반쪽이 올바른 장소로 갈거라 착각했다. 

3. 구매자가 판매자인 내가 있는 지역으로 와서 거래를 하니, 구매자의 편의 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4. 거의 새 제품이지만, 가격을 비싸게 올려, 이 가격대엔 구매자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구매한다고 하여, 고마운 마음에 편의 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의 생각들은 다 나의 순간의 착각이었다. 

나는, 또는 우리는 왜 이렇게 순간의 착각을 매일 같이하며 사는 걸까?? 

https://m.blog.naver.com/hufshans/220706955198


인간은 일상의 모든 일을 다 하나하나 생각하며 이성적 판단을 내리며 살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루의 90% 이상의 선택을 뇌의 직관에 의지한다. 직관은 의식적인 추론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통찰력, 직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의 이런 직관은 수많은 오류(착각)를 만들어낸다. 

그렇다, 우리 인간은 착각(오류)의 동물이다. 


직관은 뇌의 에너지 효율이 좋은 대신에 실수나 오류가 많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빠르게 위험을 인지하고, 적응하고 생존해야 했던 우리의 조상들은 빠른 판단을 위해 직관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렇게 직관에 의지한 인류만 살아남은걸 수도 있다. 



예전에 MBTI관련 재미있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데, E유형보다 I유형이 더 생존에 유리하여 현재 인류는 E유형보다 I유형이 더 많이 존재한다는 가설이었다. 이유는 외향적인 사람보다 내향적인 사람이 위험에 더 적게 노출되었을 거란 주장이었다.



직관의 반대로 논리적 사고는 뇌 에너지를 많이 쓰고 실수나 오류가 직관보다 현저히 낮다. 


직관(의식적인 추론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통찰력)과 논리적 사고(체계적이고 순차적인 정보 처리를 통해 결론을 도출)는 우리가 하루를 보내며 주로 가동하는 뇌 시스템이다. 


세상이 복잡해짐에 따라 의사결정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신중히 분석에 의존하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면 자신의 직감을 믿는 것이 최선일까?

학자나 전문가들 모두 의견이 다를 것이다. 몇몇 유명한 투자자들은 “나는 직감에 따라 움직입니다.”라고 말하는 직관 예찬론자도 있고, 직관은 오류 투성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나의 경험에서는 나의 직관적인 판단의 오류로 나의 반쪽이 헛고생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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