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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쓸데없이 걱정할까?

토끼의 도망, 인간의 불안은 같은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by Han Lee

토끼의 도망, 인간의 불안은 같은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숲에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 토끼는 무조건 뛰어오른다. 뒤에 호랑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도망쳐서 헛수고면 체력만 잃지, 안 도망쳤다가 죽으면 끝이야"**라는 계산 때문이다. 인간의 불안도 마찬가지다. 우리 뇌는 수만 년 동안 **"틀려도 안전한 쪽을 선택하라"**는 명령만 반복해 왔다. 그래서 현대인도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쓸린다.



1. 진화가 선택한 '착각'의 법칙: 거짓 양성 vs. 거짓 음성


- 거짓 음성 (False Negative):

위험을 안전하다고 착각 → 죽음 (예: 호랑이 발자국을 바람 소리로 오인)


- 거짓 양성 (False Positive):

안전을 위험하다고 착각 → 체력 낭비 (예: 바람 소리를 호랑이로 오인해 도망)


진화는 "체력 100번 낭비해도 1번만 살아남으면 이득"이라는 냉정한 계산을 했다. 그래서 우리 뇌는 **"혹시 모르니까"**에 모든 걸 건다. "토끼가 99번 헛도망 쳐도 진화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1번이라도 살아남는 게 게임의 룰이었다."



2. 동물들의 '과잉 방어' 매뉴얼


* 사슴: 풀숲 살짝 움직여도 황급히 도망 → "포식자 놓칠 확률 0%"를 위해 에너지 낭비 각오

* 물고기: 새로운 먹이는 일단 회피 → "독일지 모르니까 배고픔 참는 게 낫다"

* 새들: 한 마리가 갑자기 날면 무리 전체가 따라감 → "옆에 있던 놈이 뭘 봤을지도 몰라!"


이 모든 전략의 공통점? "오판해도 생존율 1%라도 올리면 장땡"이라는 진화의 논리다.



3. 현대인을 괴롭히는 '토끼 마인드' 5가지


(1) 과잉공포증

예시: 어두운 골목에서 발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 → 사실 99%는 그냥 행인

진화적 이유: 원시 시대의 밤길은 치타·적대 부족의 위험천만


(2) 음식 회피 편향

예시: 회 먹고 체한 후 평생 생선 기피 → **"한 번의 실수 = 죽음"**이던 시절의 잔재

진화적 해석: 독초를 두 번 먹을 기회는 없었다


(3) "다들 그렇게 하는데…" (집단 동조)

예시: 회의에서 반대 의견 못 내는 심리

진화적 배경: 부족에서 배척당하면 홀로 생존 불가능


(4) 음모론 빠지기 쉬운 이유

예시: 복잡한 사건을 '악의적 계획'으로 단순화

진화의 명령: "원인 빨리 찾아라. 정확성보다 속도가 생명이다"


(5) "내일부터 할게" (현재 편향)

예시: 다이어트·저축을 미루는 습관

진화의 속삭임: "지금 먹지 않으면 내일 굶어죽을지도 몰라"



4. 진화 VS 현대 문명의 전쟁


(1) "핸드폰 알림 = 호랑이 울음소리?"

원시 시대: 주변 소리는 생존 신호

2024년: SNS 알림에 코르티솔 폭발 → "우리 뇌는 아직도 풀숲에서 호랑이를 찾는다"


(2) "과잉 보호가 아이를 약하게 만든다"

놀이터 모래바닥 → 고무 바닥으로 교체

역효과: 면역 체계·균형 감각 발달 기회 뺏김


(3) "스트레스 + 초콜릿 = 원시적 본능"

진화적 이유: 위협 상황에선 고칼로리 저장 필수

현대 문제: 배달 앱이 24시간 유혹 → "뇌는 아직도 기근 시대에 살고 있다"

"슈퍼마켓 진열대는 우리의 '지방 축적 본능'을 노린 원시적 함정이다."




"진화님, 지금은 제 차례예요"


(1) 의식적 재설계:

"이 불안은 진짜 위험인가, 진화의 잔재인가?" 질문하기

(예: 상사 메시지 확인 안 했다고 불안할 때 → "메시지 ≠ 호랑이. 10분 뒤에 봐도 안 죽어")


(2) 진화의 유산 인정하기:

"도망친 토끼의 DNA가 지금 내 안에 있다" → 불안을 적대시하지 말고

"고마워, 하지만 이젠 내가 결정할게"

"진화는 우리를 완벽하게 만들지 않았다. '완벽하게 불완전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당신이 최근에 느낀 '쓸데없는 걱정' 중 진화적 편향 때문인 건 무엇인가요?
(예: 엘리베이터 탈 때 '추락할까 봐' 손잡이 꽉 잡기 → 원시 시대에선 높은 곳=위험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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