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를 모방하며 만들어진 세상.
1979년 출간된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이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작가는 세상을 관통하는 해답은 숫자 '42'라고 말한다. 이 책이 출간된 후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한 많은 해석을 내놓았다. '42'는 책에 나오는 슈퍼컴퓨터 [DEEP THOUGHT](직역하면 '깊은 생각')가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해 750만 년 간 계산하여 낸 결괏값으로 어떤 한 초월체가 낸 세상에 대한 해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초월체의 해답은 결국에는 작가인 더글러스 애덤스가 작성한 것으로 여러 해석들은 '42'를 왜 해답으로 썼느냐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여러 책을 읽어보면 작가들은 생각거리를 하나씩 독자들에게 던져준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는 주인공이 하룻밤 사이에 바퀴벌레가 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책의 이러한 전사는 하나의 '밈'이 되어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내가 자고 일어났는데 바퀴벌레가 되어 있으면 어떡할 거야?"와 같은 하나의 질문거리가 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필자는 책에 국한되어 예시를 들었지만 한 문화의 주제가 인간의 해석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화하고 전파되어 발전한 속도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 정보는 교배를 통해서 전달되고 그 유전자 정보를 토대로 생물이 존재한다. 인간도 그러면 유전자에 의존하여 살아가는가에 대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를 반증하며 '밈'의 개념을 도입한다
인간이 유전자 정보에 이미 프로그래밍되어 삶의 방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문화적 요소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는다는 것이다. 유전자의 자기복제성을 문화적 요소의 전파성에 비유하여 스스로를 복제하고 전파하여 진화를 하는 형태가 유사함을 주장한다.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후대에 전파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에 반해 문화적 요소는 모방을 통해 계속해서 복제되고 전파되므로 유전자에 비해 진화 속도는 앞선다.
'밈'에 대한 예시로 전래동화를 생각하면 쉽다. 말 그대로 전래되어 온 동화이기에 누가 서술하느냐에 따라서 내용도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그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 하지만, 한 사람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빠른 시간 내에 확산되는 것은 틀림없다.
더글러스 애덤스는 리처드 도킨스는 각별한 관계로 더글러스 애덤스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이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이기적 유전자>보다 3년 뒤인 1979년 출간되었는데 <은하수를 여행하는 이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집필하는 동안 '밈'의 개념을 이해하고 사람들에게 '42'라는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숫자를 던져주고서 '42'가 '밈'으로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직접 보기 위해 숫자 '42'를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대한 해답이 숫자 '42'처럼 단순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안에 내포된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을 살아본 우리들은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42'라는 숫자가 단순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복잡한 의미를 부여하며 위안을 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글러스 애덤스가 '밈'으로 숫자 '42'를 사용했다면 리처드 도킨스에게 영감을 받아 '밈' 전파를 했을 뿐이다. 숫자 '42' 속에 내재된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세상의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 생각을 거듭하면서 세상의 진리로 다가가는 영감을 얻는 것이다. 타인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문학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좋아 보이는 것을 모방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것으로 재창조하며 세상은 발전한다. 그렇기에 모든 분야의 경계는 희미해져 결국에는 하나의 비슷한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