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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Dec 26. 2023

전 세계 남성분들 감사합니다.

여행, 캐리어

여행을 할 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단 한 번도 나 스스로 캐리어(Baggage)를 혼자 감당한 적이 없다.

정말 단 한 번도?라고 묻는다면 ‘단 한 번도’라고 명확히 답할 수 있다.

혼자 여행이나 동생이랑 여행하는 걸 즐겨하는데 동생조차 이 부분을 꼭 언급한다.

“언니는 이상한 복이 있어.”

“왜?”

“언니 대중교통 타거나 공항에서 수화물 붙이거나 이동 시 캐리어 항상 누가 도와주잖아.”

“그렇지.”

한 번도 내 손으로 캐리어를 단 한 번도 번쩍 들어 올려 본 적이 없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


일본인들이야 워낙 친절해서 그렇다고 쳐도 캐리어를 심지어 끌어주고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일도 빈번했고

스위스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늘 키 큰 백인 잘생긴(?) 청년이 내 캐리어를 번쩍 들어 올려 주었다


내 덩치보다 훨씬 큰 캐리어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지만 동양 여성 혼자 캐리어로 끙끙대는 모습이 애처로운지 매번 이런 감사한 친절을 받는다.

그래서 초콜릿 등 작은 먹을거리를 가지고 다니며 도움을 받을 때마다 감사의 의미로 드리곤 했다.

유럽에서 베푸는 친절은 사기이거나 돈을 받으려는 목적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내경우는 단 한 번도 그런 경우는 없었고 그저 선의의 친절이었다.

내가 낑낑거리는 걸 서양 남자들 눈에 ‘도와주게 끔  만드는 포인트’가 있는지도 모른다. (연약한 척?)


외국에서 만난 한국 남성 분들도 사실 나를 많이 도와주셨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기차 안에서 내가 캐리어를 가지고 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자리를 먼저 맡아 주고 내 캐리어를 얼른 잽싸게 가져가서 넣어주셨다. 또한 한국 남성분들이 내 아이폰 배터리가 없는 걸 알게 되자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보조 배터리를 찾아주고 스위스 애플매장을 찾아 배터리를 구입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혼자 일본 여행을 하며 도움을 받은 횟수는 너무 많아 셀 수가 없을 만큼이다. 혼자서 캐리어를 끌며 ‘난다요’라고 혼잣말을 할 때 일본 청년이 나를 보고 웃었다.

‘난다요’何だよ。 는 사실 일본 남자들이 많이 쓰는 단어로 여자는 귀엽게 ‘나니’なん라는  말을 더 일상적으로 쓰는데 왠 한국 여자가 ‘난다요’ 何だよ。 이러니 웃겼나 보다.

그분이 길도 알려주시고 내 캐리어를 또 호텔까지 잘 운반해 주었다. 그리곤 나의 감사는 ‘아리가또고자이마스’ ‘땡큐베리 마치’




반면, 이런 경우도 있었다.


서양권에선 캣콜링과 온갖 성희롱을 당한 건 사실이다 파리에 갔을 때 이 나라는 원래 휘파람을 잘 부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내가 지나갈 때마다 심하게 휘파람을 불어서 아... ‘휘파람을 워낙 좋아하시는구나.’ 생각했는데 그것이 성희롱의 일종인 캣콜링이란 걸 뒤늦게 알았다.

바람 불어 심하게 스커트가 날리면 파리 청년들이 오~하며 다 같이 함성을 지르거나 할 때도 성희롱이란 걸 잘 몰랐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라면집에 혼자 갔더니 그 라멘집 룸이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공하는 라멘집이었는데 그곳에서 서빙하는 남자가  음식을 먹고 있는 내 룸을 몇 번이나 열어보더니 입술을 쭉 내밀고 뽀뽀하는 시늉을 했다. 나는 먹고 있던 라멘을 다 토했다.


나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분들도 계시고 그렇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 그런 게 세상살이 인가 싶다.

이런 경험들 속에서 난 다시 한번 더 세상을 배운다.

올 겨울 다시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4일 뒤면 또다시 여행을 떠난다.

저에게 캐리어(Baggage) 도움을 주신 전 세계 남성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사진은 직접 찍은 사진


From. 한서율


나의 흔적들, 이쁜게 보이면 사둔다.

어떤 곳에 여행가는 걸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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