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을 깨우는 맛
A형 독감에 확진되어 연차를 쓰고 쉬며 기운을 회복하고 있다.
평소 짠맛, 매운맛 등을 즐기는 경상도 출신 사람인데 웬일인지 타미플루 복용 이후 짠맛이 쓴맛처럼 느껴서 도무지 간이 된 음식을 삼키질 못했다. 그때 나에게 한 줄기 햇살 같은 음식, 그건 바로 "평양냉면"
서초동에 서관면옥이라는 평양냉면집에서 내 인생 가장 맛있는 냉면을 만났다. 타미플루 약기운으로 정신이 몽롱하였으나 이 몽롱함 마저 든든히 눌러주는 슴슴한 평양냉면
좀 전까지 죽음을 오가던 내가 평양냉면하나에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허리까지 오는 치렁치렁 긴 생머리를 산발하고 냉면가게에 앉아 있으니 사장아저씨가 주문받기도 전에 "머리끈"을 챙겨주시며 머리가 불편하시면 묶으셔라고 한다.ㅋㅋㅋㅋ "안 불편해요"
그래서 평양냉면하나를 주문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아저씨는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음식이 "평양냉면"이랬는데...
타미플루 약기운에 취한 나는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슴슴한 그 음식이 너무나 시원하고 맛있었다.
1일 1 평양냉면, 덕분에 A형 독감도 많이 호전되고 있다.
슴슴한 맛을 아는 것
내가 어른이 되었단 증거일까?
약기운조차 다 씻겨 내려가는 시원함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