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소라 Aug 25. 2023

보초에게 필요한 것 (2)

운전은 마인드 컨추롤이 7할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초보자들은 쫄아 있다. 이 세계에 대한 빠삭한 이론도 천재적인 기술도 없다 보니 별종이 아닌 이상 일단 쫄아 있는 것이다. 운전의 경우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초들은 콩벌레처럼 더욱 움츠러들고 만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마인드 컨추롤이다.


약 2주 동안의 연수를 받은 뒤 처음으로 혼자 운전하던 날이었다.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역 근처 공영주차장이 도착지였다. 평소 자주 다녀 잘 아는 길이었고 가까운 거리라 연습하기 좋다는 생각이었다. 공영주차장으로 시작해 차츰차츰 반경을 넓혀 나갈 예정이었다.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였고 그래서 서행해도 문제 없었다. 그렇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공영주차장까지 1분 남겨둔 지점에서 긴장이 극에 달해 온몸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아찔했고 걱정이 앞섰다. 손 떠는 건 괜찮았으나 문제는 다리였다. 다리가 너무 떨려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을 수 있을까 덜컥 걱정이 앞섰다.


아직 죽기에는 젊은데. 살려주세요.


어떻게든 살아 돌아가고 싶었던 나는 U턴을 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는 동안 마인드 컨추롤을 했다.


곧이다. 공영주차장까지 가면 잠깐 세워놓고 긴장 풀 수 있다. 공영주차장까지 1분만 가면 된다.


다행히 아무 사고 없이 공영주차장까지 들어왔고 그 이후로 마인드 컨추롤에 대한 중요함을 깨달았다.



내가 시도한 마인드 컨추롤은


1. 보조석에 인형 두기

2. 좋아하는 음악 틀기

3. 저 사람도 운전을 하는데…….


였다.


인형 두는 건 혼운을 막 시작할 때 가장 효과가 좋았다. 좋아하는 음악 틀기 또한 혼운 초반에 마음을 가라앉히기 좋았는데 조건이 있었다. 도착지가 익숙한 곳이어서 내비게이션이 필요 없을 때에만 가능했다. 내비게이션이 필요한 상황에 음악을 틀어두면 정신만 사나워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출발하기 전에만 듣거나 음악을 포기하기로 했다.


운전이 조금 익숙해지면 운전 자체에 대한 긴장보다 도로 위 규칙과 무언의 약속, 내 옆에 달리는 쌩쌩카 매드맥스들 때문에 긴장하게 되는데 그럴 때 깨달음을 얻었다.


저 사람도 차를 끌고 다니는데.


도로에서 가장 위협적인 건 초보운전자가 아니다. 적신호에 출발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누구나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


오히려 도로를 잘 아는 운전자들이 뭣 같이 운전할 때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초보들은 섬세한 조심성을 잃지 않되 약간은 뻔뻔한 용기를 가져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보초에게 필요한 것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