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으로 맺은 지인 찬스 vs 돈으로 맺은 사설 찬스
운전을 막 시작한 보초에게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운전 기술 습득과 도로 위 야생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마인드 콘추롤 능력이다. 기술편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장롱면허 탈출을 결심했다면 이제 도로에 나갈 차례다. 보험만 들어놓는다면 내 차든 아빠 차든 언니 차든 중요하지 않다. 면허증과 굴러가는 차, 그리고 자동차보험만 들어놓으면 도로를 달릴 수 있는 필수 조건이 충족된다.
숙모에게 자동차를 받아온 후 나는 고민에 빠졌다. 지인에게 운전 연수를 부탁할 것인가 사설 연수를 받을 것인가. 돈은 안 들지만 가족, 친지, 친구들과 머리채 잡을 가능성을 확대할 것이냐 돈은 들지만 감정 상할 일 없는 비즈니스를 택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내가 가오가 없지 돈이 없냐(없음). 결국 사설 운전 연수를 받기로 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돈보다 운전 연수를 부탁할 지인이 마땅히 없었다는 게 더 컸다. 심지어 아빠조차도 사설을 추천했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맘때쯤 비슷하게 운전 연수를 받은 친구가 있어 추천해 준 선생님이 계셨고 나는 그분의 연락처를 넘겨받았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비교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휴먼은 결정부터 연락, 연수 날짜 잡기까지 빠르게 진행하였다.
사설 연수 받을 때는 연습 코스를 미리 정해두는 편이 좋다. 대개 첫날 선생님이 물어보는 편이지만 그전에 정해두는 걸 추천한다. 집-회사 코스로 연습하는 분들이 많은데 당시 나는 코스를 따로 정해두지 않아 사는 지역 내에서 돌아다녔다. 물론 그것 또한 도움이 많이 됐지만 동네에서만 연습하다 보니 멀리 가는 게 무서워서 동네에서만 계속 돌아다니게 되고 운전 실력 느는 속도가 더뎠다. 그러니 선생님이 있을 때 고속도로도 탈 수 있으면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연수 받을 때 아주 괜찮은 팁 하나 알려주자면, 선생님에게 셀프 주유소와 드라이브 쓰루를 가보자고 하는 것이다!
도로만 연습하다 보면 나중에 혼자 주유를 하는 상황이 오거나 드라이브 쓰루 낭만을 채우고 싶을 때 시작부터 허들이 생긴다.
주유소까지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주유소 입구는 잘 찾을 수 있을까? 주유구 방향이 오른쪽이던가 왼쪽이던가. 주유는 어떻게 하는 거지?
오만 걱정이 휘몰아친 보초 뚝딱이는 결국 지레 겁먹고 주유를 포기하여 다시 장롱면허가 되거나 운전 경력이 많은 지인의 도움을 얻기 전까지 무제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나는 연수 받을 당시 셀프 주유와 드라이브 쓰루를 선생님과 같이 간 덕분에 두 가지 허들을 그나마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선생님과 갔던 그 셀프 주유소만 가고 있지만 어쨌든 주유는 할 줄 아니 차가 멈출 일도 또다시 장롱이 될 일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