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커버와 합주 브이로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 난 며칠 전 약간의 좌절을 경험했다. 최근 애인이 올리기 시작한 반려견 모카의 영상이 4년 차 유튜버인 우리 밴드의 조회수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인은 심심할 때마다 달리는 모카, 오이 먹는 모카, 코 골며 자는 모카, 애교 부리는 모카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편집 없는 투박한 영상이지만 내가 보기에도 인간 넷이 허접하게 합주하는 영상보다 보기에 좋았다. 모카는 보통의 강아지보다 훨씬 귀여운 강아지이므로 조회수가 더 올라갈 일만 남았을 것이다.
나 또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주로 동물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중에서도 아기 강아지, 아기 고양이의 사진과 영상은 피드에 도배돼있다시피 한다. 요즘 본 것 중에 가장 강렬한 영상은 아기 강아지가 집에서 양말을 물고 도망가는 영상이다. 그 강아지는 너무나 작아서 몇 걸음 채 못가 자기가 문 양말을 밟고 데굴데굴 굴렀는데, 그러다가도 씩씩하게 일어나 언제 넘어졌냐는 듯 꼬리를 흔들며 달렸다. 그 용맹하고 깜찍한 모습에 푹 빠진 난 그 강아지가 민들레 홀씨 같은 털을 휘날리며 달리는 자태를 가족, 친구 여기저기 공유하며 열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강아지도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난 원래 고양이 파였다. 고양이는 이기적이고 제멋대로고 행동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상한 곳에 들어가 몸을 구긴 채 누워있고, 쓰다듬으려는 손길을 자꾸만 피한다. 그러다 체념할 때쯤 배를 뒤집어까며 몸을 굴리거나 얼굴을 비비면서 달래 오는 게 고양이다. 귀엽지만 좀처럼 내 바람대로 움직여주는 법 없는, 그런데 또 귀엽긴 한 동물. 참을성이란 게 점점 바닥나고 있는 인류가 고양이에게만큼은 관대해지는 게 가끔 신비롭게도 느껴진다. 이런 호기심이 나 하나만의 것은 아닌지, 미국의 한 작가는 이기적이고 식탐 많은 고양이에게 절절매는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져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SNS 속 귀여운 강아지를 보듯이, 고양이를 보듯이 서로를 본다면 세상이 좀 더 다정해지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기적이어도, 제멋대로여도, 내 뜻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조금은 무르고 약한 마음으로 바라봐준다면. 지친 하루 끝, 피곤한 눈을 감지도 못한 채 SNS를 뒤지는 손가락은 갈 곳 잃은 다정한 마음을 풀어낼 곳을 찾는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