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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애 Oct 09. 2020

당신의 가을 하늘을 응원합니다

나의 감동이 당신에게도 닿기를 바랍니다

남산 한옥 마을 가을 하늘


오늘도 어김없는 새벽 출근길, 내게 문자 한 통이 왔다. 엄마였다.


당신의 가을 하늘을 응원합니다


나의 가을 하늘? 저 드넓은 하늘이 내 것일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보면 사람들은 이해하려 애쓴다. 계속 곱씹는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내 모든 경험과 상상을 동원한다. 모두 아는 단어인데 이 문장은 이해할 수 없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 이건 은유다.


눈으로 바라보는 가을 하늘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다. 고된 여름이 지나니 이번 가을 하늘은 꽤 오래 예쁘다. 하늘이 파란색이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고, 매일 다른 구름을 전시한다. 시각적으로만 보면 그렇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을 하늘은 우리 모두 다르다. 엄마는 문자를 통해 나의 가을 하늘을 걱정하신 것 같다. 공휴일에도 출근하는 자식에게 하늘은 원망스럽거나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을 어렵게 만들거라 생각하셨나 보다. 시신경으로 들어오는 하늘의 모습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출근하는 나의 마음은 더 힘들 것이다. 엄마는 문자로 그런 나의 가을 하늘을, 출근을, 응원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행히 나는 출근을 하며 하늘을 보진 않았다. 아니 볼 생각을 못했다. 덕분에 나의 출근길은 어렵지 않았다. 가을 하늘이 자기 좀 봐달라고 나를 붙잡을 틈도 없었다.


오늘 하루 중 가을 하늘을 처음으로 본 건 회사의 마지막 문을 닫고 나서였다. 하늘이 그 어느 때보다도 파란 시간이었다. 퇴근 후 하늘을 보니 생기가 솟았다. 그때의 가을 하늘은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이제는 마음속에 담아둔 결심을 행동하라며 말하는 것 같았다. 나의 가을 하늘은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한다.



엄마는 출근길 나의 가을 하늘을 토닥였고, 퇴근길 나의 가을 하늘을 기대했다. 그런데, 문자의 의미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깨달음에 감동하다 생각해보니, 나는 하루 종일 당신의, 엄마의 가을 하늘을 궁금해하지 못했다.

전북 군산 가을 하늘
신촌 어느 버스정류장 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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