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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애 Feb 21. 2021

이해한다는 말을 이해하시나요?

KBS 다큐인사이트 '아임 뚜렛' (스포주의)


We need contents!
Live better with contents!
콘텐츠 없이 살 순 없겠더라고요. 즐거움도 있지만, 콘텐츠 덕분에 비로소 인생이 인생답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가득하니까요. 우리 삶에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 콘텐츠로 우리 삶이 변하는 모습, 콘텐츠가 삶과 이어지는 방법,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나는 그가 낫길 바란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것 또한 바람이겠지만, 그의 입에선 '이해'라는 단어가 나왔다. 오랫동안 '뚜렛 증후군'을 알아온 이가 뱉은 말이었다.


이해(理解)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


KBS 다큐인사이트 <아임 뚜렛>에 나오는 주인공은 1분도 채 안 되는 간격으로 계속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지하철이었다. 계속해서 소리가 나왔고, 몸이 움직였다.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점 그를 떠나갔다. 그 옆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는 죄송하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소리를 내고, 움직임을 보였고, 끝에는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죄송하다는 말 외에는, 그는 어찌할 수 없었다. 불수의적인 증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죄송함에 아무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진 않았다. 그 상황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뚜렛증후군이라는 걸 알았다면 달라졌을까? 장담할 순 없다. 뚜렛증후군을 아는 것과 뚜렛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아는 건 다르기 때문이다.


다큐를 보면서 나는 어렸을 적 아토피를 앓았던 경험이 떠올랐다. (나의 아토피 경험은 뚜렛증후군 환자들과 비할 바가 못 된다.) 사람들은 아토피가 무엇인지 안다. 가려워서 긁고 피부가 튼다는 것까지 안다. 하지만, 아토피와 함께 살아가는 나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상황과 마주한다. 벅벅 긁고 나서 후회하고, 잠깐의 시원함에 속고, 내가 내 몸을 이렇게 만신창이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허탈하고 아무튼, 다양한 감정 속에 살아간다. 정말 운이 좋게도 성인이 되고서 감쪽같이 아토피와 멀어졌다. 하지만 아토피와 함께하며 느낀 감정은 내게 어떤 결심이나 삶의 태도가 되어 알알이 박혔다.


당시 나는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려 노력했다. 아토피로 불편했지만 내 삶을 이어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치고, 공부를 하고, 친구들이랑 신나게 노는 것 말이다. 하지만 가끔 괜찮다는 말이 안 나올 때가 있었다. 내가 볼 땐 이전보다 괜찮은 거 같은데 사람들은 안쓰럽다는 듯이 놀랬고, 너무 심하다며 인상을 찌푸릴 때가 있었다. 아토피로 인한 불편함 마저도 자연스러워진 나의 삶은 그때마다 가끔 턱턱 막혔다. 그럼 나는 아토피를 가리기 위해 더운 여름에도 7부 소매를 입었고, 팔꿈치를 늘 접어버렸다. 뭐라 말하기 어려워 숨기기 급급했다. 결국엔, 그런 사람들의 반응마저도 자연스러워지긴 했지만.


이해(理解)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


다시 이해라는 말을 곱씹는다. <아임 뚜렛>은 뚜렛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게 했다. 이해는 삶을 하나의 정보로 취급한다는 개념이 아닌 것 같다. '알고 있다'는 말로 대체될 수 없다. 이해는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가 죄송해하지 않도록 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진정 그를 이해한다면, 그는 미안함 없이 지하철을 탈 수 있지 않을까? 지하철을 미안함 없이 탄다는 건, 그가 다음 삶으로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장애인이 한계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하는데 그건 비장애인으로서의 생각이다. 한계가 아니라, 우리는 그 안에서 똑같이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EBS <다큐프라임-부모와 다른 아이들> 2부 '장애를 극복하지는 않았습니다만')


KBS 다큐인사이트 <아임 뚜렛> 덕분에 누군가 이해할 기회를 얻었다. 50분에 담기지 않은 사정도 많겠지만, 50분을 이해한 덕분에  보지 못한 것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아임 뚜렛>이 아닌 타인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간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사정 속에서 살아간다. 죄송함이 아니라 너그러움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콘텐츠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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