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에서 나온 발언 중 '은(필자)'이 의미 있는 것만 발췌해 다듬었다. 실제 대화는 훨씬 길지만 은이 대화에 집중하느라 모두 담진 못했다.
* 정확한 내용은 해당 기사를 참고해야 한다.
2020년 6월 23일 <신문과 방송 6월호>
빛 : 헤드라인도 하나의 연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헤드라인을 자극적으로 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N번방 사건 당시 헤드라인이 눈에 띄게 달렸다. 주목도 있으면서도 2차 가해를 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
은 : 의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클릭수를 늘려 수익으로 얻기 위한 것과 공론화하기 위한 건 다르다. 결국 언론인은 모든 행위에 어떤 목표를 추구해야 하는지 유념해야 한다.
빛 : 초기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N번방 관련 청원에는 N번방이 ***처리되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은 : 나도 잘은 모르겠다. 일종의 홍보(?)가 될까 봐?
빛 : 한 사안을 다룰 때 참 고려할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뉴스는 주로 당일 발생한 이슈를 생산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생각해서 보도해도 모자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희 : 언론이 해결은 할 수 없지만 공론화는 시킬 수 있다는 말이 공감되었다. 시간이 지나 이천 화재 사건 관련 기사를 최근에 보게 되었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더라. 이슈가 되어야만 수면 위로 보여야만 문제 해결 의지가 생기는 건가.
빛 : 지나간 일이라도 수면 위로 꺼내야 하는 역할도 있는데. 지나간 일을 모아서 보여주는 코너나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희 : 이야기를 또 반복해서 하면 지루하다는 반응도 있다.
은 : 과거 이슈는 그 자리에서 멈춰있지 않다. 그 이후로도 당사자와 주변인이 모여 어떤 변화를 만들어낸다. 뉴스가 보도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과거에 들었던 그 이야기에 더할 것들이 많다. 여전히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사안 속에는 세월의 변화를 겪은 당사자가 있다. 또 좌절스러운 상황을 겪어내기 위해 힘을 모으려 노력한 부분도 있다. 그런 변화의 과정은 보여주지 않은 채 해결되었는지, 아닌지만 다루는 것만 같다.
빛 : 최근 N번방 관련해서 표현 방식에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조주빈을 '악마'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과 '방송에서는 대역 배우들을 내세워 철창에 갇힌 피해자를 가면을 쓴 가해자들이 내려다보는 상황을 재연한 것 등.
은 : 영상적 재미를 위한 것인가? 재미없는 영상은 보지도 않는다는 논리도 중요하지만, 언론인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건 해결이 아닌가. 강력한 인상은 남았지만 해결을 위한 어떤 의제는 남지 않은 것 같다.
희 : 앞선 표현 방식은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말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사건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표현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나.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 같다. 피해자가 등장하지 않아 보호할 수 있으니.
은 : 생각해보니 자극적이냐 아니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주관적이다. 그래서 피해자한테 피해가 가는지 도 중요한 원칙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빛 : 거기에 더해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냐도 중요한 것 같다. 한국일보에서 오피스텔 성매매를 비판하는 기획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비판 대상이 오피스텔을 빌려주는 건물주였다. 범칙금을 무는 것보다 대여로 얻는 금액이 더 크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는 성매매 여성이 앉아 있는 이미지가 쓰였다. 그 이미지만 보면 해당 기사가 성매매 여성을 중심으로 한 내용으로 다뤄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성매매 여성을 비판하는 듯한 기사로 비칠 수도 있다.
빛 : 여기에 더해 조주빈 송치 때 실시간 중계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해야 할까
은 : 앞에서도 말했지만, 의도가 중요한 것 같다. 사실 당시 조주빈 송치 때 얼굴 공개는 그 자체로 중요했다. 알 권리, 범죄 예방 등 범죄자 얼굴 공개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들 조주빈이 무슨 말을 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 중계를 어떤 의도로 보여줄지 생각해야 한다. 언론은 공공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은 : 언론의 광고 기반 수익은 코로나 시대에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 기반의 언론들은 구독료로 살아남게 되었다.
희 : 프로그램별로 구독을 하면 어떨까. 의미 있는 콘텐츠별로 구독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돈 벌기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이 열심히 하지 않을까.
빛 : 참신한 생각 같다.
은 : 하지만 엄청 경쟁적인 시장으로 변질될 것 같다.
빛 : 그리고 다큐멘터리 같은 장르는 구독을 안 하지 않을까.
희 : 돈을 낼 가치가 있으니까 본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 늘어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