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적응중
함부르크 일기 2주차
독일에 온 지 벌써 2주가 되었다.(혹은 아직 2주밖에 안됐다) 주변 지리나 대중 교통 등은 적응했고 장을 보고 와서 집에서 간단한 요리(할 줄 아는 건 토스트, 파스타 뿐이다)까지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한국에 있을 때 주방에 가는 건 라면을 끓이던지 혹은 설거지를 하든지 두 경우밖에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여러 의미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룬 셈이다.
아직 집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2주일 가까이 같은 곳에서 생활하다보니 어느 정도의 안정감이 생겼고, 집 - 일하는 곳 으로의 왕래가 반복되다 보니 독일에서의 생활도 점점 ‘일상’이 되어가는 중이다. 독일어 강의 영상도 구해 폰에 넣었고 출퇴근 길에 틈틈이 보고 있다. 지하철에서 숫자, 인사말을 안되는 발음으로 하고 있자니 주위에 앉은 독일인들이 아주 신기하게 쳐다보는데 뭐 안 좋은 시선은 아닌 듯 하니 즐기고 있다.
처음에 와서는 알파벳도 전혀 알지 못해서 정말 말그대로 까막눈이었는데 지금은 알파벳 정도는 알고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건넬 수 있어서 음식을 계산할 때나 주문할 때 영어와 독일어를 적당히 섞어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물론 아아주 간단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스페인에서 스페인어를 썼을 때 현지인들이 아주 호감을 갖고 대화해줬던 것을 기억해보면 영어보단 빨리 독일어를 배워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요즘이다. 안 그래도 회사 멤버들 사이에서 슬슬 어학원을 가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독일 생활 1달은 채우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아직까지 머문 기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무슨 변수가 생길 지 모르니까.
맨날 고열량 음식을 먹다보니 체력이 안좋아지는 것 같아서 간헐적으로(절대 규칙적이 아니다) 근처 호수를 뛰고 있다. 호수가 너무 넓어서 오늘은 정말 마음먹고 한참 뛰었다 라고 생각하고 지도를 봤는데 절반도 못 뛰었다. 군대에서 3Km에 12분, 13분 찍던 체력은 어디로 갔는지 오늘은 3km가는데 20분은 족히 넘긴 것 같다. 그나저나 이 곳 사람들은 정말 많이 뛴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있어서 자전거도 많이 타지만 그보다 엄청 뛴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같이 뛰고, 부부도 같이 뛰고 커플도 같이 뛰고, 가족단위로도 뛴다. 5시 반, 6시가 넘어가면 정말 제대로 복장을 갖추고 조깅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 사이에서 헥헥대며 동양인이 뛰어댕기니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들은 아아주 신기한 눈빛으로 날 쳐다봐준다.
내일은 지하철 정기권을 끊으려 한다. 정기권을 끊지 않으면 하루에 적어도 4.4유로가 교통비로 지출된다. 한국 돈으로 5천원이 넘어가는데 원래 다니는 루트 이외에 다른 곳을 들르게 되면 그만큼 추가로 비용이 추가된다. 정기권을 끊으면 한 달에 약 8만원(그래도 비싸긴 하다..)으로 지하철, 버스 모두 탈 수 있으니 개이득이다. 지하철 정기권도 독일 생활 1달을 채우고 사려고 했는데 이건 어떤 변수가 생겨도 정기권을 사는게 이득같아서 빨리 사야겠다.
2주차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