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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둥파파 Nov 14. 2022

네쌍둥이를 키운다는 건

빡침의 연속이자...

나는 ‘네쌍둥이’를 키우는 아빠다.


누구나 살다보면 생각치도 못했던 일을 겪을 때가 있다. 나도 아직 30년 조금 넘는 시간을 살았을 뿐이지만 예상치 못했돈 일을 겪은 적이 많다. 공중 화장실에서 볼일을 다 봤는데 휴지가 없던 적, 주차하다 안 보이던 리어카에 콕 한적, 버스에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두고 내린 적이 문득 생각이 난다. 당시에는 이런 일들도

큰일이라고 느껴졌지만 지금 내가 겪은 '이 일'에 비하면 정말 소소한 일들이다.


정말 살다보면 꿈에도 몰랐던, 단 1분 1초도 상상한 적이 없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예를 들면 이런...?

내가 겪은 가장 놀라운 일은 '네쌍둥이' 아빠가 되었다는 것이다. 네쌍둥이가 현실에 존재한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네쌍둥이는 실제로 인간극장에서도 몇번 나온 적이 있고 신문에도 종종 실린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아서 몰랐다. 세쌍둥이는 방송에서 본 적도 있고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도 2가정이 있다. 하지만 네쌍둥이는 들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다. 과연 누가 이를 예상할 수 있을까..


나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지내고 있었다. 29살에 결혼 했고 아이를 빨리 갖고 싶어하긴 했다. 신혼

2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 고생을 조금 했다.


연애 당시 아내에게 장난으로

"아이 4명을 낳고 이름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하고 싶다"라는 헛소리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소름끼치는 헛소리였고 살벌한 농담이였다. 그리고 사실 이 소리는 헛소리가 아니였다. 예언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아이들의 태명이 되었다. 이 헛소리를 계기로 말조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

이렇게 빨리 4명의 아이가 생길지 몰랐다.

정말 당황스러웠고

무서웠고

앞이 막막했다.

——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할때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 와도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그것 보단 낫지 괜찮아.”라며 위안을 삼곤 했는데


“네쌍둥이”는 내가 차마 대비할 수 없던 신선한 놀라움이자 피할 수 없는 ‘재앙’이자 즐길 수 없는

축복’이었다.


네쌍둥이 아빠가 되고 사람들은 나를 평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나도 내가 평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다.


——

다만

짧은 시간에

굵직한 육아를 했을 뿐이다.

——


네쌍둥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 힘든일이다. 내가 그동안 겪어본 모든 일중 가장 힘든일에 속한다. 무엇보다

육아의 물리적인 양 자체가 정말 많다. 하지만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힘든 걸 알지만 체감을 못

한다. 나와 아내도 그랬다. 우리가 아이를 키워 본 적이 있었다면 아이들 낳는 것을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감이 없었다.


우리가 그랬듯 감이 안 오는 분들을 위해서 요약해보자면 네쌍둥이 육아는 다음과 같다.


——

하루 젖병 32개

분유 3시간에 1번 *4

분유 1통

기저귀 30개

매일 4명 목욕

응가 평균 4~6회 최대 14번

이유식 하루3끼*4

종량재 20리터 3일에 2개

세탁기 + 건조기 일주일에 20번…

——


하지만 이것도 일부이다. 생각나는 것만 이 정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혹은 강제적으로 개인 시간과 자유는 멀어졌고 재택근무를 하며 육아와

업무를 병행했다.


처음 1년은 잠을 거의 못잤다. 아이보고 일 하고 자려고 하면 한 아이가 깨고.. 또 자려고 하면 다른 아이가

깨고를 반복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후 밀린 업무도 해야했다.


고된 하루가 계속 되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아이들이 약 200일 되었을 때, 잠을 잘 시간이 되면 4명이 다 울었다. 보통 아내와

각각 한 아이를 안고 재웠다. 그래도 2명의 아이가 남아있다. 남은 두 아이가 잘 있어주면 괜찮지만 대부분 잘 있지 않는다. 질투인지 뭔지 자기도 안아달라며 울어 재낀다. 그렇게 나와 아내는 4명을 모두 달래기 위해


한명을 안고

한명을 뒤에 업고

동시에 4명을 재웠다.


빠르면 30분 길면 2시간 아이들은 흔들어야 아이들이 잠드는 때가 있었다. 그때 솔직히 난 매일 밤 아내 몰래 울었다. 그리고 아내의 울음소리도 들었다. 아마 아내도 내 울음소리를 들었을지 모른다.


육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건 “쉬는날”이 없다는 것이다. 나와 아내는 단 하루도 지금까지 쉰 날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오랜 시간 없을 것이다.


분유를 졸업한 후에도 아이들이 밤에 번갈아 가면서 깨고 통잠을 자는데 1년이 걸렸다. 사실 1년 후에도

누군가 한명은 꼭 깼다. 그것도 돌아가면서..


돌이 지난 후에는 이전 보단 수월 했지만 심리적인 부담감이 더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네쌍둥이를 갖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빠 돈 많이 벌어야겠다” 는 말이다.


사실이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 정부의 현금 지원과 매일 유업의 분유 지원이 끝나고 월급만으로 생활이 부족한 시기가 다가왔다. 월급 이외의 수입을 만들어야 했다.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던 난 다른 일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부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유튜브를 시작했다.


처음엔 아이들 간식비라도 벌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우리 가족의 추억이 영상으로 쌓일 거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별 다른 부담 없이 시작했다. 나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우연히 동료의 권유로 미약하지만 영상 편집을 공부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하나'라며 투덜대며 시작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안 했으면 어쩔뻔했나 싶다. 그때의 경험이 있어 영상을 만드는 데 큰 부담이 없었고 자는 시간을 조금씩 쪼개며 영상을 만들었다.


그렇게 영상을 하나 둘 올리고 영상을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영상 제작이 더 재밌어졌다.

그렇게 어느덧 200개의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이제 아이들은

할말 다하고

고집도 생기고

가끔 나와 아내를 놀라게 한다.


네쌍둥이를 키운다는 건 빡침의 연속이지만 기쁨귀여움의 연속이기도 하다.


———

네쌍둥이를 키운다는건 졸라 힘들다.

하지만 해야하니까 하고

하다보니까 못할 건 없다. 물론 졸라 힘들긴하다. 몸도 마음도.

하지만 이또한 지나갈거고

난 더 성장할 것이다.

———


사람들은 우릴 보고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이런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 정말 들을 때마다 너무

부끄럽다. 사실 영상에서 보여지는 건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모습만 편집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아이들에게 화도 많이 내고 짜증도 많이 낸다. 내가 과연 대단?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와 아내는 아이들을 보기 시작하면서 다투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우린 서로에겐 화도 짜증도 내지 않는다.

같이 육아를 하니 서로가 얼마나 힘든지 이미 몸으로 함께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마치 함께 전쟁터에 있는 전우 같다. 물론 내가 혼날 때는 있다.


최근에 금쪽같은 내새끼, 금쪽 상담소, 오은영 리포트, 고딩엄빠, 에로 부부 등의 프로를 자주 보게 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욕심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간다. 그리고 자주 보다 보니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상대방에게 하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한마디가 열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최근 금쪽 같은 내새끼를 보다 이런 장면이 있었다. 엄마가 아빠에게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니 아빠가

"너만 힘드냐? 남들도 다 똑같이 힘든데 잘만 키워.."

그 말을 들은 오은영 박사는 이렇게 답했다.

"남들 다 힘든 거 맞는데요. 그렇다고 안 힘든 건 아니에요"


겪하게 공감되는 말이었다. 남들이 힘들다고 해서 우리가 안 힘든 건 아니다.


나와 아내는 매일 밤 육퇴를 하면 서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보 수고했어"

"그래 님도요"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한다.


아내가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면 하나만 명심하자.

당장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게 아니다.

시간을 내서 아이를 봐달라는 게 아니다.

휴가를 내라는 게 아니다.

맛있는 걸 사달라는 게 아니다.

선물을 달라는 게 아니다.


"수고했다. 힘들었구나"

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원하는 것이다.


끝으로 모든 부모님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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