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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외과 신한솔 Feb 11. 2022

그것이 알고 싶다,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는 의학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병원을 아예 안 가시는 분이라면 모를까 팔다리가 아파서 병원에 방문해 본 적이 있는 분은 스테로이드 제제를 경구로 복용하거나, 주사로 맞은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엔 환자분들도 의료 정보에 대해서 많이 듣고 오셔서 스테로이드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 괜찮은지를 많이 여쭤보시기도 하고, 스테로이드 성분을 치료 약에서 빼 달라고도 하신다. 


   스테로이드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떨 때 사용하여야 하는지 일아보자. (순전히 정형외과적 관점에서 작성된 글이다. 사실 스테로이드는 내과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약이다.)


    스테로이드는 거의 전신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주로 약으로 사용할 때는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거나, 원하지 않는 염증 반응을 억제하기 위하여 사용한다. 이외에도 혈당을 높이고 (당뇨병이 있으신 환자분들의 스테로이드 사용은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뼈와 칼슘대사에도 영향을 끼치며, (장기적은 스테로이드 사용은 골다공증을 유발하며, 고농도의 스테로이드 사용은 골괴사를 유발한다.) 심장, 체내 전해질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가 의학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스테로이드의 역할은 체내에서 cox-2 및 다른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을 감소시켜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다. 정형외과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결국 관절'염'이든 건초'염'이든 염증으로 인하여 통증이 발생하고 기능 제한이 오는 것임으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면 이러한 염증이 제거되어 단기적으로는 정말 놀랍게 효과가 좋아진다. 


     자 문제는 이 염증이 왜 왔냐는 것이다. 


    우리 몸은 아무 이유 없이 염증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외상이 원인이든, 과사용이 원인이든 무언가 원인이 있어서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들은 해결되지 않고 몸에서 통증을 일으키는 염증 물질만 만들어지지 않게 일시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게 스테로이드를 주입해봤자 다시 또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의사들이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Lancet'이라는 저널이 있다. 평생에 여기에 논문을 딱 한 번만 실을 수 있어도 연구자로서는 일생의 영광이다. (어디 허접한 이름 없는 논문은 아니라는 말을 길게도 쓰는 중이다...)


    논문의 일부 내용을 요악해 보면


    외측 상과염, 다른 말로 테니스 엘보우라고 하는 이 질환은 장기적인 관점에 스테로이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통증이 완화되는 듯한 느낌이 있지만, 일 년 후의 환자의 경과를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순 경과 관찰을 한 환자보다 호전될 확률이 21%나 줄어든다. 재발의 확률은 63%나 증가하게 된다.


     팔꿈치의 통증으로 스테로이드를 4회 이상 injection 한 환자는 18개월 후를 기준으로 치료 효과를 판정하였을 때에 무려 57%나 치료 성공률이 떨어진다. 

    


    이런데도 왜 병원에서는 스테로이드를 쓸까?


    단기적인 치료 효과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논문에 6주를 기준으로 보면, 90% 이상의 증상 호전을 보고 하고 있다. 잘못된 스테로이드의 사용으로 wait and see, 지켜보기만 하여도 낫는 병인 외측 상과염이 수술까지 가는 경우를 보면 속상할 때가 많다. 


    적절한 스테로이드의 사용은 나쁘지 않다. 외측 상과염과는 다르게 스테로이드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방아쇠 수지나 손목의 건초염 같은 질환의 경우 단발성 steroid injection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아직도 기억나는 한 친구는 고3 때 미술 실기 시험을 앞두고 손목이 너무 아파서 내원하였는데, 스테로이드 주사로 일단 단기적인 통증 및 염증 조절을 하였고, 나중에 대학에 잘 붙었다고 하였을 때 내가 다 뿌듯하였다. 


    가끔 5회, 10회 코스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문의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약 성분과 내용에 대해서 꼼꼼히 꼭 따져 보시길 바란다. 


    학생 때 외국에 나갔을 때, 한 환자가 두꺼운 A4 파일에 진료 내용을 메모하고 모으면서, 내 질환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한 점이 인상 깊었다. 이 작은 글 하나가 여러분의 파일 속 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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