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글을 꼭 한번 써보고 싶었지만 주제가 무겁고 겁이 나서 쓰지 못하던 주제다. 요즘 들어서 조금 시간 여유가 생겨서 이에 대해서 글을 다뤄 보고자 한다.
1) 의료법상 전문의가 아니면 OOO과 병원이라고 이름을 달 수 없다.
: 너무나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이는 병원들이 많다. 한 번은 길에서 도수 전문 병원이라고 적어 놓은 병원도 본 적이 있다. (과가 아니라 저렇게 도수 병원 등으로 적어 놓는 건 원칙적으로 의료법 위반이다. 그 도수가 도수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 ‘하나’ 병원의 하나처럼 이름이자 고유명사라고 우기는 걸 수도 있겠지만......) 의사도 하나의 직업이고, 의료도 하나의 서비스업이자 사업화돼가는 상황에서 도수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저 병원의 의사가 정말로 환자한테 필요로 하는 도수 치료를 할 수 있는 의학적 지식이 있을까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병원만이 OOO 성형외과 의원/병원 이란 식으로 이름을 쓸 수 있고, 이 부분은 최근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보니 이를 역 이용하는 경우들이 생겨 났다. 행복 피부미용병원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짓는 병원들이 있다. 피부과를 정말 전공하신 분들은 대부분 저렇게 이름을 짓지 않는다.
1)-1 피부과 병원이라고 간판이 달려 있었도 그 병원 안에 있는 의사가 모두 피부과 의사 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 피부과 의사가 한 명만 있으면 피부과 병원/의원으로 이름을 지을 수 있다. 의사가 한 5명쯤 되는 병원에서 대표 원장 한분만 피부과 의사여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결국엔 의료는 지식과 경험의 산물이고 피부과를 하지 않았어도 수십 년간 피부 미용을 전문으로 한 의사가 피부 미용을 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환자를 기만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정형외과 병원, 성형외과 병원, 피부과 병원이라고 이름 붙여 있어도 그 병원 내에서 일하는 봉직의는 전문의가 아닐 수도 있다.
2) 수련의, 강사 (펠로우)를 구분하자.
: 일단 이에 대한 설명을 드리기에 앞서 개인적으로는 절대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병원에서 수련 받음이 좋은 의사를 보장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만 환자는 이 의사가 서울대를 나왔고 아산병원에서 배웠다고 해서 이 의사를 찾아갔는데 이러한 경력이 거짓인 건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한다.
원칙적으로 수련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포함하는 말이다. 서울대병원 수련의라는 말이 서울대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턴만 한 경우에도 서울대병원 수련의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병원 홈페이지들의 약력을 보다 보면 나와 같은 병원에서 분명히 레지던트를 한 적이 없는데 OOOO병원 수련의라는 말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10에 9는 인턴만 한 경우였다.
: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지역의 의대를 입학한 경우에, 개인병원 홈페이지에 연세대학교 졸업이라고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의사 XXX 연세대학교 졸업. 수년 전에 의전이 있었던 시기가 있어 이런 식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생겨 났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의학과 졸업 혹은 의과대학 졸업, 의학사 등으로 쓴다.
3) 전문의를 확인하자
: 특정과를 배우고 진료를 할 자격을 갖춘 이는 전문의라고 한다. 아래 광고를 보자. 아래 광고는 모 척추 관절 병원의 의사 소개 글이다.
어디에도 전문의라는 말이 없다. 이 병원은 정형외과를 전혀 배우지 않은 일반의가 운영하는 척추 관절 병원인데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게 진료 원장, 자문의 등으로 포장해 두었다. 전문의는 본인의 전문의이기 때문에 다른 수식어로 본인을 꾸밀 필요가 없다.
각 과의 가장 기본 학회는 XXX과 학회이다. 대한 정형외과학회, 대한 피부과 학회 등이 정식 명칭이다. 전문의가 아닌데 그 과를 진료하는 병원을 운영하는 경우, 최대한 그 과 전문의처럼 보이려고 학회 이력을 적어 두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보았던 가짜 광고들을 살펴보자.
a) 정형외과의사회 회원: 정형외과 학회가 아니라 정형외과 의사회이다. 없는 학회는 아니지만 정형외과 의사만 가입 가능하지 않다.
b) 대한 족부족관절 학회 종신회원: 의학계 학회의 대부분은 정회원, 이사진, 회장, 위원장 등의 직책이 있다. 종신회원이란 직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의학회 회원은 스스로 탈퇴를 하지 않는 이상 잘리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어차피 다 종신 회원이다.)
전문의가 아니어도 좋은 진료를 할 수는 있다. 단순 도수 치료, 레이저 치료를 꼭 각과 전문의가 해야 되냐고 묻는다면 솔직한 내 대답은 ‘아니요’이다. 도수 치료나 레이저 치료 자체는 어떤 의사든지 할 수 있다. 다만 정말로 도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지 혹시 미세한 골절이 있는 건 아닌지, 정말로 레이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지 혹은 숨겨진 다른 질환이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려 줄 수 있는 건 각과의 전문의들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학은 너무나 폐쇄적인 학문이고, 의사가 환자에게 거짓말을 했을 때 감별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인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전문과목과 경력을 속이는 의사가 환자에게 좋은 의사 일 수 있는 가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