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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외과 신한솔 Feb 17. 2022

당신의 관절은 안녕하십니까

과체중과 관절통

    일단, 나는 체중을 세 자릿수도 찍어 본 적이 있음을 미리 밝혀두고 글을 시작한다.  


우리 남편은 TV에 돼지가 나오면 내가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외상이나, 고령으로 인한 관절염으로도 관절에 통증이 오지만 사실 과체중도 관절통의 큰 원인 중의 하나이다. 문제는 대부분이 남자인 정형외과 의사가 여자 환자에게 살 빼라고 하면 이야기하는 방식에 따라서 상당히 문제가 되거나 환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이야기가 진료실에서는 잘 안 오가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살 빼세요.'라고 말하는 건 쉽지 않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엄청나게 폭식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하다 보면 정말 별별 일이 다 일어나는데, 이런 일들로 마음이 힘든데, 체중까지 늘면 나는 바로 발부터 아파온다. 하루는 집에서 발이 너무 아파서 족저근막염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왔다. 


"요즘 진짜 발이 너무 아파."


"너, 네가 왜 아픈지 모르는 건 아니지?"


    타골 장인인 우리 남편은 나에게 바로 돌직구를 던졌다. 그래, 나도 안다. 살쪄서 발 아픈 거 나도 아는데 정말 저렇게 말하니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다. 10년을 같이 산 의사 남편이 나를 위해서 해주는 말인데도 듣기가 싫은데, 남이 말하면 오죽 더 듣기 싫겠는가. 


    특별히 다친 적이 없이, 관절이 아파서 병원에 다니는데 딱히 차도가 없다, 검사에도 이상 소견이 없고 의사는 별거 아닌 거처럼 말한다, 그런데 내가 체중이 조금 나간다 싶으시면 일단 체중을 줄이는 과정을 치료와 병행하기를 추천드린다. 10% 정도 체중 감량만 하여도 관절통은 많이 호전된다. 일평생을 다이어트와 싸우고 있는 내가 몸소 겪은 경험이니 믿으셔도 된다. 나는 체중이 늘면 발과 무릎이 아프고, 줄면 바로 아픈 게 좋아진다.


    체중을 줄 일려고 운동을 권해드리면, 보통 달리기, 산행, 줄넘기부터 시작하시는데 과체중이신 분들이 저렇게 점프하는 동작(두발을 모두 땅에서 떼어다가 다시 닿는)이 들어간 운동부터 시작하면 관절이 더 아프다. 손쉽게 집에서 시작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수영, 아쿠아, 안장을 높이 올리거나 누워서 타는 자전거를 추천드린다. 


    통증이 있는 관절 부위에 따라서 추천하는 운동은 조금씩 다르지만, 수영은 사실 관절에 무리 없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운동으로 많이 환자분들에게 권했다. 여자분들 중에서 수영장 가는 걸 부끄러워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체중에 세 자리 일 때도 수영을 다녔다. 수영장 들어가면서부터 수경을 쓰고, 물 밖으로 안 나오고 열심히 물속에서 수영만 하다가 호다닥 나오면 된다. 다만 요즘 세상이 세상인지라 환자분들께 수영을 하시라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최근 들어 다시 발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남편한테 구박받기 전에 다시 또 끝이 없는 다이어트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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