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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선

이 공간에 글 써 올린 며칠만큼 쉬었다고

대단하게 꾸준히 글을 쓴 것도 아니고

원래 SNS를 해온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다시 글쓰기가 민망하고 머쓱할 줄이야.


일주일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너무 긴 시간이 지나간 기분이 든다.


몽마의 시간 속에서

고통에 허우적 대면서

꼬박 삼일을 내리 잤다.

겨울잠을 자는 짐승처럼 한껏 웅크리고 동면하면서

내가 이렇게나 작은 존재였나 생각했다.


잠에서 깨어나자

세상과 보폭을 맞추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사실 아직도 어디쯤인지 더듬거리고 있다.




이전에도 이런 기분이 든 적이 있다.


오랜 시간 앓던 마음의 숙제를

꼭 풀어야만 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던 어느 날.


준비되지 않은 내 삶은 진짜가 아니고

나는 아직 연습장에 쓰고 있는 거라고,

진정한 내가 되기 전까지 이 시간은 가짜고 낭비될 뿐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날들.


배경으로 존재하는 줄 알았던 세상이

사실은 진짜였고

버려지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이

사실은 나의 시간이었음을 알게 된 어떤 날들.


그 깨달음의 순간은

닿기까지 너무도 길었지만

알아차림은 순간이라

몇 배속의 빨리 감기로 쪼여진 시간의 테잎에

영락없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내 시간이

얼마나 멈춰 있었는지 순식간에 가늠되면서

이제 더 이상 해야 할 숙제는 없는데

그 주제를 붙들고 있느냐고

다른 삶의 장면을 겪어보지 못한 것 같은 무력감에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며 더듬거릴 때처럼 말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자신을 깨워준 왕자를 보고 어떻게 사랑에 빠진 걸까?

멈췄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한 저주를

감당하기도 벅찼을 텐데.



다시 일어서는 것,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것, 도전하는 것.

뭐 하나 가볍고 쉬운 마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결코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러니까,

정작 나는

무엇으로 이렇게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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