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주의보

by 한소선

서울은 폭설주의보라고 한다.
한마디 이상의 눈이 왔다고 한다.
분명히 내가 서울을 떠나 올 때까지만 해도 눈이 올 것 같은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오히려 낮에는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건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제는 정말 너무너무 춥다는 얘기가 당연할 정도로 겨울이 완전히 성큼 다가왔나 보다.

나는 화요일 아침 서울에서 떠나와 본가로 왔는데, 본가에 온 이후로는 아예 눈을 감고 생활했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전화를 받아 폭설주의보란 얘기를 듣고서야 아차 하고 놀랐다.

대략 일주일쯤은 눈을 뜨고 생활하는 것이 불편할 거라고 해서 전에 써 둔 글들을 두 개쯤 예약 발행해 두었었다.
그러다 보니 예약해둔 글들은 가을도 조금 남아있고 겨울도 이제 막 시작된 시점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렇지, 폭설이라니. 계절감이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계절이 바뀔 거라곤 좀체 예상하지도 못했다.
결국 내가 작게나마 미리 준비하고 대비한다고 했던 것들은
자연의 시간 변화나 큰 법칙 앞에서는 별 소용이 없어진 셈이다.
그런 사실을 깨달으니 좀 민망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인간으로서 내가 가진 한계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고, 내가 잠시 멈춰 있는 동안에도 계절은 순식간에 바뀌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계 속에서도 내가 나로서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저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단 자체가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아침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