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스박씨 Feb 16. 2019

새로운 도전, 프리스쿨 알아보기

 아이를 통해 낯선 세상을 읽다- 7

살아가면서 많은 명찰들을 달고 살아간다. 아들, 남편, 아티스트, 아버지.. 어느 시점부터는 이런 부름들이 또 다른 이름이 되기도 한다. 아이가 자라기 이전까지 아들과 남편이라 불리며 삶의 많은 페이지를 채워왔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페이지를 아빠라는 이름으로 채워갈까. 그 첫 페이지는 재하의 3살, 4살을 채워줄 보금자리를 찾는 일이었다.


6개월 전에는 프리스쿨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 같던데??

마음으로는 계속 부담을 느끼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행을 옮기지 않던 일은 역시 와이프의 말로 인해 현실이 되었다. 밴드 지역은 은퇴한 부부가 거주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와 더불어 아이들을 키우기에도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그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프리스쿨들이 있었다.


일단 첫 번째 고려할 사항은 위치였다. 집에서 가깝거나, 회사에서 가깝거나...

미국에서의 삶에서 차는 필수이며 동시에 어른 n당 1대가 필요했다. 하지만 전체 도시가 차로 15분 정도 거리인 작은 밴드에서 우리는 1대로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그로 인해 모든 결정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은 동선이었다. 이 당시 와이프가 운전면허를 따기 이전이었기에 어떻게 하면 동선의 중복 없이 아이를 픽업, 드롭해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했다.


두 번째 고려할 사항은 프리스쿨의 특성이었다.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곳 또는 인가된 장소를 사용하는 곳.

물론 어려운 결정은 아닐 수 있겠다. 당연히 인가된 곳이 좋을 테니까.

그렇지만 일정 부분의 재정적인 차이가 있었고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재하에겐 좀 더 체계적인 곳이 좋을 듯하다는 사실에 입을 모았다.


세 번째는 아이의 정서였다. 영어를 잘하거나 공부를 잘하는 것에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았던 우리는 아이가 얼마나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인가에 더 집중했다. 그것은 어쩌면 두 번째 고려 사항의 답을 찾는 과정과도 연관되었을 수 있겠다.


그래서 결정하게 된 곳은 일하고 있는 회사와 주차장을 함께 쓰는 '몬테소리 프리스쿨'이었다.

물론 몬테소리 스쿨에 대한 리뷰가 좋아서 기다려야 했고 6개월 전에 등록해놓은 덕에 아슬아슬하게 프리스쿨러를 가진 아빠가 되었다.


Deschutes River Montessori School

재하가 다니게 될 프리스쿨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주된 이유는 내부의 분위기였다. 놀이터에 대해 다룬 어느 기사에서 놀이터에서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아이의 발달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만약 나에게 20명 남짓의 아이들이 맡겨지고 한 공간 안에서 그들을 케어를 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위험한 요소들은 제거하고 안전한 요소들로 환경을 구성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함일 테지. 그러나, 멈춰서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의 밑바닥에는 아이들의 풍부한 경험보다는 만약의 상황을 제거하기 위한 나를 보호할 목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교실에는 유리로 된 화분들이 있고, 아이들은 유리잔에 우유와 물을 직접 따라와서 마셨다. 교실의 중간에 다양한 물건들이 담긴 선반과 테이블이 있었고, 아이들은 익숙하게 본인들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이런 다양성이 마음을 빼앗았다. 재하가 이 공간에 잘 적응할 수 있다면 정서적으로 많은 유익을 얻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아이가 글을 배우기 전 아이의 삶 속을 채워나가는 대부분은 감정적 언어들이다. 울음, 웃음, 짜증, 화, 기쁨...

글과 말을 알고 표현하기 시작하면 본인의 감정을 숨기기도 아니면 그럴듯한 말로 돌려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아이가 앞으로 풀어낼 수많은 말들의 기초가 될 정서의 토대가 얼마나 중요할지는 말해 무엇하랴. 선한 감성 위에 친절한 말을 얹어낼 재하의 모습을 상상한다.  


미국에서 모두가 아이들을 프리스쿨에 보내는 것은 아니다. 킨더가든(5세)부터 공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한부모가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는 경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 보내지 않고 바로 킨더가든으로 입학하는 아이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재하의 경우 이 당시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지 6개 월남짓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더더욱이나 우리가 영어를 가르쳐 줄 실력은 아니었다. 그로 인해 3살(미국나이)에서 4살이 넘어가는 시점에 아이에게 공동체를 경험할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전과 친해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