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참 부럽죠? 어른들은 간섭받지 않으니까요.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고,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가고, 보고 싶은 것 마음대로 보니까요. 반면 여러분은 제약이 많습니다. 해야 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수두룩하죠. 그래서 잔소리도 많이 듣고요. 백번 이해합니다.
나 역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오래 전이라 이유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요.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어려서 못 한다고 하니 그랬을까요. 학교와 동네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는 그다지 바라는 것이 없었는데도 그런 생각을 했네요. 아무튼 어른은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여겼나 봅니다. 물론 흔한 바람입니다.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게 참 많거든요.
어느덧 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대로 보기 위한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정리해 보려 합니다. 어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의 내 생각과 느낌을 적어 보겠습니다.
일단 나이를 어느 정도 먹으면 어른이라고 합니다. 몸도 마음도 성숙해질 거라 기대하는 시기입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어른이라고도 합니다. 그 기준으로 보자면 내가 어른이어도(혹은 자신을 어른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더 어른’이 있는 것이지요. 생각의 폭이 넓고 자신이 행한 것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을 두고 ‘어른스럽다’고 합니다. 하나의 단어지만 각자 생각하는 의미가 다를 수 있겠네요.
사회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도 있고, 강제성은 없지만 대부분이 기대하는 것도 있습니다. 어른 즉, 성인이 된다는 건 그 두 요구에 더 많이 노출됨을 뜻하기도 합니다. 어른이기에 그 규칙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그 정도는 알아서 지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담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그래야 한다’는 강요일 수도 있지요.
어른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이 지금보다 더 자란다고 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 사실은 신경 쓰지 않았던(혹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여러분의 의무가 됩니다.
식료품을 사야 해요. 옷, 신발도 있어야 합니다. 매달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통신료를 내야 하지요. 교통비도 필요하고 외식도 해야 합니다. 사실은 늘 해 오던 일입니다. 누군가 항상 그 의무를 지고 있었지요. 달라진 것은, 그 모든 것을 내가 신경 써야 한다는 겁니다. 도움을 받는 때도 있지만 평생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앞날을 모색해야 합니다. 일밖에 모르는 어른이 있다고요? 일을 해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가 그렇게 힘들게 일하고 싶겠어요. 직장에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나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맞춰 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나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도 맞춰야 해요. 거래처 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해야 합니다. 힘들거나 화가 나도 티를 내기 어렵습니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회사에 잘 다녀야 월급을 받잖아요. 월급을 받아야 지금 누리는 것들을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넓게 보면 어느 일이나 마찬가지예요. 모두 자신의 삶을 책임지기 위함이지요.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어른이 되면 법적인 책임도 더 지게 됩니다. 미성년자여서 용서해 주던 일도 성인에게는 가차 없습니다. 정신적인 성숙을 기대하는 게 어른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질서를 지키는 것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닐 테니 강제성을 부여하는 겁니다. 지금 당장 내가 얻을 이익을 막는 것처럼 느껴지면 특히 더 따르기 어렵거든요. 그래도 지켜야 해요. 지키지 못하거나 지키지 않으면 처벌이 따르지요. 말했다시피 ‘이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시기’라고 합의한 그때가 성인이 되는 시점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못 하게 되는 일도 많습니다. 생각해 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어른들도 놀고 싶어요. 게임도 하고 싶고 노래방도 가고 싶습니다. 여행도 가고 싶고 어떤 날은 그냥 뒹굴뒹굴하고 싶지요. 그런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보다 먼저 꼭 해 놓아야 하는 일들이 많거든요.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해 주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은 이제 내 책임이에요.
길어졌네요. 겁을 주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어른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어른이어서 좋은 점이 분명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는 것을 알면 좋겠어요. 항상 양면이 존재하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지금 여러분이 십대이기에 안 좋은 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십대여서 좋은 점도 있을 겁니다. 그걸 찾았으면 해요. 지금이기에 가질 수 있는 이점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빨리 어른이 되지 않아 걱정이라면, 안심해도 좋습니다. 여러분도 결국 성인이 됩니다.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분명 이렇게 말할 거예요. “내 나이가 벌써!”
그러니 조바심 낼 필요 없습니다. 대신 지금을 누리세요. 친구들과 열심히 놀고, 원하는 공부를 하세요. 세상의 다양함을 경험하고 느끼면 좋겠습니다. 현재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훗날 어른이 되어 있을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