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살고 싶어요

by 한수

나의 꿈은 놀고먹는 겁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상황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고 싶어요. 돈 걱정 없이 산다면 좋겠습니다. 물질적인 걱정이 없다면 아주 세상 사는 맛이 날 거예요. 물질적인 부족함에서 오는 문제들이 아주 많거든요. 그 압박감으로 인해 이미 얻은 행복조차 어그러지는 경우도 많지요. 나와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반갑네요.


꿈은 개인의 바람입니다. 나만의 이야기예요. 그런데 놀고먹는 꿈을 꾸는 나에게 누군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거 말고 진짜 꿈을 말해 보라고!”


어떤 이가 말하길 ‘꿈은 동사’라고 합니다. 하지만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뜻은 그것과 다릅니다. 혹시 그들이 말하는 ‘진짜 꿈’, 그게 뭔지 아시나요? 전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세상에 ‘진짜 꿈’과 ‘가짜 꿈’이 어디 있나 싶었어요.


하지만 나 역시 그들과 같았습니다. 학교에서 조사했던 장래 희망에는 소위 권위나 명예로 대변되는 직업을 적어 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직업을요(물론 ‘돈을 많이 벌겠다’고 적지는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당시에 생각하는 ‘그럴싸한’ 꿈을 적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표현은 거짓말이었을까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 자신의 행복을 찾으면 된다고 말하면서도 종종 다른 이의 행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해하려는 노력도 잘 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의사, 변호사, 외교관, 기업가, 선생님이 되겠다는 희망만 꿈 대접을 받고 편하게 살고자 하는 꿈은 그 자격이 없다고 할까요? 나는 그거야말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니, 이해하지 않으려 합니다.


나는 그 꿈을 존중합니다. 놀고먹어도 괜찮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그런 삶 말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게 그거잖아요. 그렇죠? 나는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삶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것을 아우르는, 어쩌면 살아감에 있어 그 무엇보다 가장 솔직한 표현일지도 몰라요. 어떤 삶을 살고 싶냐는 물음에 많은 사람이 ‘행복’을 말할 겁니다. 물론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흔하게 들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요점은 이렇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그것 또한 행복한 삶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기초대사량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우리 몸에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얼핏 보면 몸이 움직일 때만 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지요. 하지만 가만히 있을 때도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체온을 유지하거나, 심장이 뛴다거나 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우리의 삶도 비슷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다 해도 최소한의 것은 필요하거든요. 살아 있을 만큼의 그 무언가 말입니다. 그리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게 돈이지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못 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은 늘 필요하지요. 내가 벌지 않아도, 혹은 벌리지 않아도 늘 들어가는 그곳에 사용할 만큼의 돈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가만히 있어도 계속 돈이 들어오게 하든지, 사용할 양을 한꺼번에 쌓아두든지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무언가를 하려고 합니다. 아직은 놀고먹을 만큼 가지지 못했거든요.


그 누구도 나에게 무언가를 그냥 내어 주지 않을 겁니다. 배고프다고 밥을 지어 주거나, 춥다고 옷을 주지 않습니다.(물론 그런 분들이 계십니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잖아요. 맞는 말입니다. 친구나 가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물질적 거래 관계라고 보면 됩니다. 사회에 나가서 눈에 보이는 이익을 중심으로 관계하게 된다면 더욱 철저하고 정확하게 거래할 거예요. 직장에서는 돈을 얻기 위해 노동력이든 아이디어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합니다. 가능한 피하길 바라지만 때에 따라서는 가족과 친구들도 거래 관계가 될 수 있지요.


반복하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나의 삶을 책임져 줄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돈을 버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것 또한 우리가 공유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준비가 필요하잖아요. 놀고먹으며 살아갈 준비는, 열심히 경제 활동을 하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편하게 사는 삶,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약 없이 나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지만 늘 그 과정을 염두에 두길 바랍니다. 그래서 반드시 그 꿈을 이루길 바랄게요. 그리고 언젠가 그 꿈을 이룬다면, 여러분에게는 곧 다른 꿈이 생길 겁니다. ‘나만의 삶’은 끊임없이 꿈을 좇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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