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나의 아픔과 슬픔이 최우선입니다. 그럴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내가 최고이기를 희망합니다. 노력 여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상관이 없어요. 친구와의 가벼운 게임에서도 사실은 이기고 싶습니다. 심지어 실력이 아닌 ‘운’도 내가 가장 좋기를 바랍니다. 외모도 더 돋보이기를 내심 원해요. 불가능한 일이지만, 나는 그래요. 나이를 먹어도 그렇습니다. 항상, 어디에서든, 누구보다 눈에 띄고 싶어요.
자연스러운 생각이고 행동입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그렇게만 행동하면 안 됩니다. 아니, 그렇게만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는 늘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하지 않아도 함께 할 거예요. 그 안에서 모든 사람이 각자의 욕망을 고스란히 표출하며 살아간다면 대립 상황만 생길 뿐입니다. 시간도 자원도 관계도 그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조금 덜 가지게 됩니다. 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다른 누군가는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을 거예요. 모두가 최고, 유일 혹은 일등이 될 수는 없습니다. 주목받지 못함에 속상하겠지요. 하지만 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면 됩니다. 혹은 다른 것에 도전해도 되지요. 아니 그전에,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문제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앞서는 것을 그대로 보지 못합니다. 시기하고 질투합니다. 끌어내리려고 해요. 평판을 깎아내리려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앞세우고 싶어 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이겨야 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의 끼니보다 나의 간식이 더 중요해집니다. 누군가의 생존보다 나의 체면이 더 중요해져요. 당연히 나를 위해 하는 행동이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게 과연 괜찮은 것인지는 생각해 볼 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다루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을 살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더하여 사회적으로 합의한 규칙을 지킬 것이라는 서로에 대한 믿음도 필요하지요. 자신의 욕구를 위해 남의 것을 함부로 빼앗을 수 있다면, 그 본능을 제재하는 규칙이 없다면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든 적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아주 힘든 세상이 될 거예요. 늘 경계해야 하거든요.
그러한 세상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을 믿고 존중해야 합니다. 존중한다는 건 소중히 대한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그 상대는 나의 가족입니다. 그리고 친구들이에요. 길을 지나며 마주치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아저씨들입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동네 꼬마들입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들의 의견을 들을 줄 알아야 하고 그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나의 안위만을 위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무시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그 필요성을 못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런 배려는 보통 사회적 약자에게나 필요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을 약자라고 느끼지 않는다면 더욱 먼 나라 얘기일 거예요. 하지만 상황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는 것처럼요. 때로는 나이나 신체적 능력과 상관없이 약자가 되기도 합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를 내 의지와 관계없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보다 강한 그 사람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다고 뭐든 마음대로 휘두르는 세상, 생각만 해도 어질어질합니다.
세상에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회사, 기업과 기업 간에 너무나 흔히 보게 되는 풍경입니다. 심지어 국가들 사이에서도 상대적인 강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마음대로 휘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을 가진 자가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면,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 됩니다.
나는 어렸을 때,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되는 것 아니겠냐’ 했지요. 나이를 먹으면서 또 세상을 경험하면서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나 하나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겠냐고, 아무리 고래고래 소리쳐 봐야 5천만 혹은 70억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할 거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늘 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 장면이 전환되듯 일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아주 천천히,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몇 세대를 거쳐야만 하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결국에는 변합니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늘 소수의 작은 행동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세상은 믿음으로 돌아갑니다. 다른 사람들도 순서를 지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에 줄을 설 수 있습니다. 각자가 동등한 권리를 가졌다고 믿기에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지요. 그것이 다른 이들을 존중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믿음과 존중이 없으면 질서도 없습니다.
내가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을 알면 상대 역시 나를 존중할 것입니다.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최소화하도록 하세요. 나의 마음만을 위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짓밟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 배려로 인해 세상은 더욱 성숙해질 겁니다. 여러분도 언젠가는 그 마음과 행동을 돌려받게 되겠지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서로를 배려하는 사람들로 넘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별히 눈에 띄지 않을 뿐이지요. 우리는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물론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는 오롯이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다만, 세상은 그 선택에 영향을 받아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