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함과 꾸준함

by 한수

사람의 생각은 모두 다릅니다. 자신만의 가치와 논리가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나의 의견을 강요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 원한다면 강요가 아닌 설득을 해야 합니다. 특히나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죠.


설득의 첫 단계는 상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겁니다.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그러한 의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야 합니다. 그냥 듣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며 충분히 공감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 후에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 안될 겁니다. 내 얘기를 먼저, 더 많이 하고 싶을 테니까요. 하지만 누군가 나의 말을 들어주길 바랄 때 내가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때 나 역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자, 드디어 내가 말할 차례입니다. 그때 조급한 마음에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나에게 동조해!’

‘내 말이 옳다고 인정해!’


아닙니다. 재촉한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재촉하면 할수록 그 대화는 빠르게 끝나 버릴 겁니다.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한 채로요. 조바심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에게 시간을 주세요. 이제껏 생각해 보지 못했던 혹은 거부했던 그것을 고스란히 이해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곱씹어 볼 시간이 있어야 해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내 생각을 알리는 것으로 끝내기를 권합니다. 압박하지 마세요.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이제부터 판단은 상대방이 할 거예요.


물론 답답할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의견이 다르다고 자기의 생각을 주입하려는 사람과 가까이하고 싶을까요? 관계에 있어 유연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더하여 생각해 볼 게 있습니다. 내가 정말 옳을까 하는 점입니다. 몇 년 전의 내 모습을 기억해 보세요.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은 생각, 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었나요?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믿음이, 논리가, 기억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애초부터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사실과 다르게 기억하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관이 바뀌기도 하죠. 지금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어떤 확고한 것들 중 적어도 몇 가지는 시간이 지나 분명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겁니다. 방법의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떤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 늘 고민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도 나도 틀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생각은 그래.”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 생각은 그렇다.”고 말해 보세요. 강요하듯 말하지 않음으로써 ‘어서 빨리 내게 동조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사라지고, 상대에게 귀 기울이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거예요. 상대방도 더 편히 본인의 의견을 말할 수 있을 테지요. 논리적인 상대의 말에 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요.


세상의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일들은 옳고 그름이 없어요. 각자의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반드시 나의 의견에 따르게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나요? 상대의 눈에 비친 여러분의 모습은 이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친 전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태도로는 상대를 꺾을 수는 있어도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변화에는 큰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옳다는 판단이 들어도 쉽게 동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힘들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거든요. 생각하기보다 생각을 멈추는 것이, 바꾸기보다 하던 대로 하는 것이 편하거든요. 항상 더 나은 것을 좇는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유연한 자세입니다. 나와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나와 다른 의견에 귀를 열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다르다고 배척하기보다는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길이라도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 열어 두어야 합니다. 언제라도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그러면 변화를 위한 적당한 시기를 포착할 수 있을 겁니다.


언젠가 MBC에서 방송하는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지인의 초대로 한국에 방문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개인적으로 놀랐던 장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박물관 관람이었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둘째 치고 관심 있게 살피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음식을 맛볼 때였습니다. 생소한 맛에 놀라면서도 결국은 음미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일부는 연출이라 생각하면서도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낯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음식을 거부했던 적이 많거든요. 우리와 다른 문화를 무작정 폄훼한 적도 있지요. 깊이 반성했습니다. 그들의 유연한 태도와 발상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삶이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갈림길에서 옳거나 바르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갈 수는 없어요. 그에 얽혀 있는 생활도, 습관도, 사람도 아주 많거든요. 하나의 선택을 두고도 다양한 압박을 느낄 테지만 그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은 없을 거예요. 결국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속이 상하겠지만, 그대로 인정하세요. 다양한 관계 속에 살아가는 우리가 일관성을 갖기란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리 작은 선택이라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선택에 영향을 받게 될 여러 가지의 것들이 있으니까요.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이점들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던 대로 유지하는 것도 무언가 버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고요.


그런데도 반드시 옳은 선택을 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가장 중요한 그것을 잡으세요. 진정으로 원하는 선택을 하여 의미 있는 변화를 맞이하세요. 우리에게는 시간도 에너지도 한정되어 있어서 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는 없지만 그때만큼은 집중해야 합니다. 진짜 원하는 선택을 하고 곧게 밀고 나가는 겁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유연함과 꾸준함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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