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인 자세

by 한수
어린놈이 뭘 알아!


어른들은 종종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딱히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물론 잘 모르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그 말이 담고 있는 뜻이 “네가 알고 있는 게 뭔지 말해 봐.”라든지 “너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니?”라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잖아요. 의도야 어떻든 대화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더라고요.


한두 사람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여러 번 목격했거든요. 어른들이 격하게 싸울 때는 “야 인마! 너 몇 살이야!” 하곤 하잖아요. 나보다 나이가 어리면 고개를 숙일 거라 기대하는 건지, ‘나이 많음’을 증명하면 내가 옳은 사람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나이 많음’이 ‘옳음’과 더 가깝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듯 보입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언가에 대해서 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도 따지고 들어가면 모든 게 맞는 경우는 드물지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걸러서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아.”라고 한다면 “내가 그때 이렇게 해 봤는데 잘 됐어.” 혹은 “다른 방법으로 했을 때는 안 되던 것이 이렇게 해서 됐어.” 정도로 해석해야 할 때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만 옳다고 밀어붙이는 사람 앞에서는 반발심이 먼저 생깁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러한 태도는 나의 경험과 의견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존중받지 않는 상황을 반기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둘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불 보듯 뻔합니다. 비슷한 경험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얻은, 하지만 상대의 의견에는 귀 기울일 줄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무언가를 판단하는 데 나이의 많고 적음을 그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서 더 다양한 일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의 말에 대꾸하면 말대답한다고 혼납니다. 어린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낼 자격도 없는 것처럼 말해요. 잠자코 따라오지 않으면 ‘버릇없는 놈’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주 비논리적이지만, 늘 우위에 서고 싶은 마음을 가진 게 사람인지라, 어쩌면 이곳이 한국인지라 생각보다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어른들에게도 장점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많이 알고 있어요. 이미 많은 시간을 고민해 왔기 때문에 결정이 빠릅니다. 그리고 뭐든 능숙할 거예요. 많이 해봤으니까요. 당연히 참고하고 배울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껏 알던 것이 아닌 무언가를 대할 때 틀린 것으로 단정 짓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않습니다. 무조건 내 말대로 하면 된다고 해요. 그야말로 부정적인 의미의 꼰대가 되어 버립니다.


어쩌면 그저 욕망에 따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 말에 따를 때 왠지 권위가 사는 것 같거든요. 나를 존중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어떤 승리감을 맛볼 수도 있지요. 반면 내 의견을 들어주지 않으면 마음이 상합니다.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지 않음을 넘어 무시한다는 생각까지 들곤 합니다. 나 역시 그 마음을 벗어나기는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모두 틀렸습니다. 나의 전달 방식과 그 마음이 틀렸어요.


어른들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틀릴 수 있거든요. 반항하거나 비방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무작정 받아들이지는 말라는 거예요. 여러 차례 곱씹어 본 후에 나의 것으로 만드세요. 물론 그 대상은 어른만이 아닙니다. 누구를 상대하든 마찬가지예요. 상대가 누구든, 주제가 무엇이든 나만의 기준을 가진 상태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누군가를 믿고 따르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참 괜찮은 일이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절대적인 신뢰만큼 좋은 일도 드물지요. 하지만 누구나 틀릴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잘못된 믿음을 가질 수 있어요. 우쭐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거나 강요할 수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그것을 구별할 정도의 판단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내가 하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생각을 할 수도 있지요. 그러니 많이 듣고 참고하는 건 바람직한 일입니다. 대신 무조건적인 수용은 위험합니다. 시간을 두고 충분히 고민하세요. 그래야 정말 내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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