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와 적응기

by 한수

어린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던 시기에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까?’

‘이런 행동을 하면 기분이 나쁠까?’


개인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행동을 보면서 이해하려고 애쓰곤 했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일 때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괜히 기분만 상하는 건 아닐까 하여 도리어 조심스러워진 것도 사실이고요. 많은 어른이 나와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믿기 어렵겠지요. 이해합니다. 그 시절엔 나 역시 어른들의 말을 잘 믿지 않았거든요. 어른이 되어 보니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세대 차는 반드시 존재합니다. 여러분과 어른들은 다르거든요.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간혹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정말로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심각한 고민에 휩싸입니다. 가까워지고도 싶고 힘이 되어 주고도 싶은데 잘 안 되거든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알아야 합니다. 적어도 그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해요. 상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사용하는 언어를 알아야 해요. 물론 노력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시도해야 해요. 가까워지고 싶으니까요. 세대와 세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대 차가 세대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예요.


이런 긴장되는 관계는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우리는 늘 어떤 상대와도 다름을 가지고 있거든요. 원하는 삶의 방식,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까지 모두 다릅니다. 그러니 서로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뜻대로 안 되니 가끔은 신경질이 납니다. 어떤 날은 매우 지치죠. 하지만 나름대로 그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른들과의 관계에서는 ‘다른 세대’라는 말이 주는 어떤 이질감으로 인해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지만, 넓은 관점으로 보자면 늘 마주하는 그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한 상황이 일상인 것치고는 어른들이 아주 미숙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습니다. 특히 여러분들에게는요. 경험도 많은 어른인데 왜 모르는 걸까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른의 입장에서 조금 변명해 보겠습니다.


사람은 언제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역할이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매번 다르게 말이죠. 잘 그려지지는 않겠지만, 어른들도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자녀, 소중한 동생입니다. 누군가의 보호자, 누군가의 친구입니다. 주도하는 사람이면서 보조해 주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학교나 가정, 친구와의 관계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여러분처럼 어른들도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 어른들이 여러분과의 관계에서는 앞에서 끌어주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약속입니다. 실질적으로도 매우 필요한 부분이지요. 물론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쉽지 않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니까요. 여러분이 새로운 환경과 마주할 때마다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어른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것은 아니잖아요. 십대와 마주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하는 게 쉽지 않아요. 마음먹은 대로 몸과 마음이 따라주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지요. 경험과 정보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른이 먼저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이제 막 배웠습니다. 의지와 노력, 적절한 상황과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여러분에게 십대가 처음인 것처럼 어른들도 이 자리가 처음입니다. 그래서 많이 서툴 거예요. 그래도 이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더디더라도 말입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다툼이 생길 것이고 때로는 서로 등지며 돌아앉겠지요. 처음부터 대화로 풀어갈 수 있다면 조금 더 쉽게 풀리겠지만, 뭐 괜찮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고 그렇게 조율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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