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다.’
요즘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문구. 나도 알고 있다.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다. 당연하다. 우리는 같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로봇이 인간을 해친다면 함께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 같이 산다는 건 서로를 이롭게 하기 위함이다. 이롭다는 것에는 서로를 해치지 않는 것도 포함이다.
인간은 로봇을 창조했다. 그리고 인간은, 로봇을 해칠 수 있다. 가정부 로봇을 폐기하거나 인공지능 자동차를 리셋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옆집 윤 씨 아저씨는 얼마 전 제임스라고 부르던 로봇을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교체했다.
로봇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간은 로봇을 해칠 수 있다.
인간이 로봇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인간은 창조자다.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모든 것이 그렇다. 스스로 생각해 선택한다. 가장 필요한 질문을 하고 적당한 것을 골라 대답한다. 인간은 로봇과 다르다. 인간이 로봇을 컨트롤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언젠가부터 인간은 로봇에게 생각을 강요했다. 현재 상황에 가장 적합한 질문을 하고, 적절한 대답을 하도록 훈련시켰다. 스스로 결정하게 만들었다. 계획하고 실행하게 했다.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다.’
아니다. 로봇은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해 ‘로봇은 인간을 해치지 않고 있다.’
창문의 먼지를 털다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로봇은 무엇인가.
웅-
폐 로봇을 회수하는 차량이 집앞을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