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얻을 수 있는 것
변화는 매우 어렵습니다. 일단은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기가 쉽지 않지요. 게다가 새로운 것은 믿음보다 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까 봐, 보기에 이상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몇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이 산더미지만 차마 치우지 못하고 저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 둡니다. 새 옷을 샀지만 어제까지 입었던 익숙한 옷을 먼저 집어들게 되지요. 그러한 태도는 비단 물건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고수했던 의견이나 행동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때론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득바득 우깁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말합니다. “그거 하나 못 버려서.” “좀 바꾸면 안 돼?” 가끔은 비아냥을 섞어서요. 언제나 그렇듯 말은 참 쉽습니다. 진심은 아니길 바랍니다. 나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거든요. 우리는 각오를 잘 지키지 못합니다.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그 모든 것들이 실행하기 어려운 건 아닐 텐데도요. 물론 변화라는 건 절대 만만한 게 아닙니다. 그와 관련된 지금까지의 나를 버려야 하거든요. 게다가 사람마다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이 다릅니다. 다른 사람이 쉽게 해냈다고 나에게도 가벼운 건 아니에요. 나에게 거뜬하다고 모든 사람에게 별 거 아닌 일이 될 리도 없고요.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벗어날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한없이 누구가를 부러워하지만 역시 지금과 다른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힘든 현실을 벗어날 기회가 주어져도 잡지 않아요. 그리곤 주저앉아 다시 반복합니다. “힘들어 죽겠다.” 그 모든 마음이 진짜라면, 무언가 이상합니다.
관성이라는 물리 법칙이 있습니다. 물체에 다른 힘을 가하지 않으면 현재의 속도를 유지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물리 현상에 그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행동과 태도를 유지하는 게 편합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더라도, 내가 꿈꿔 오던 미래를 앞당겨 줄 것이라 기대되더라도 우리는 종종 ‘하던대로’ 합니다. 바꾸려면 힘을 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어제와 다른 시도를 그만둡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적극 추천하지요. “그냥 하던 대로 해.” 그가 너무 힘들까 걱정인 건지 그의 변화가 나의 현재를 흔들까 걱정인 건지 모르겠지만요.
물론 모든 것은 각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바람과 행동은 별개의 문제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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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내 삶에 아주 커다란 변화를 가져옵니다. 일단 배우자는 한 사람입니다. 그 한 사람과 오래도록 넓고 깊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깊게 들어가면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좋든 싫은 필요하든 불필요하든 한 사람과의 깊은 관계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친구들과의 관계 정립이 다시 필요할 겁니다. 아쉽지만 가족들과의 교류 역시 전과는 다른 모습을 갖춰야 할 테고요.
경제적인 문제 또한 크게 다가올 겁니다. 집세, 공과금, 대출, 보험, 식비 등 관리해야 할 게 많습니다. 맞아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그것들입니다. 이제는 내가 또 우리가 모든 것을 챙겨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요. 지금껏 하지 않았던 집안일에도 손을 대야 합니다. 하기 싫다고 잘 모른다고 가만 둘 수는 없을 겁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몸이든 마음이든 어설픈 건 아내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이미 익숙한 것들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사람이 하나에서 둘로 늘어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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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는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습니다. 지금보다 편해지는 것도 있고 불편해지는 것도 있어요. 밝은 미래를 추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만 기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내게 유리한 모든 것을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을 받아들이면서 이전과 같은 삶을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야 해요. 가져갈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세요. 과감히 버리세요. 버려야 얻을 수 있습니다.